한국 팝의 고고학 1960 - 탄생과 혁명 한국 팝의 고고학
신현준.최지선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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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을유문화사의 『한국 팝의 고고학』은 1960년대부터 1990년대 한국 팝을 다루는 4권의 시리즈 도서이다. 2005년 발행된 초판은 절판되었지만, 올해 개정판이 나와서 책을 읽어볼 수 있었다.

북클럽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원하는 시대를 선택해야 했는데 나는 1960년대를 골랐다. 사실 나는 1990년대 마지막 장에 나오는 몇몇 밴드를 제외하고는 책에서 다루는 음악을 잘 모르는 세대이다. 그런데도 1960년대를 선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1940년대 한국을 전공했기 때문에 공부한 시기와 가까워 다른 시대보다 읽기 쉽겠다는 얄팍한 판단과 관심은 있었지만 잘 모르는 분야를 이번 기회에 처음부터 제대로 공부해보자는 마음 때문이었다.

책을 읽은 감상을 길게 쓰기보다는, 책에 딱 맞는 문장이 있어서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에 언제 록 음악이 융성한 적 있었는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때의 이야기는 믿기지 않을 것이다. (신현준, 최지선, 『한국 팝의 고고학 1960 탄생과 혁명』, 「을유문화사」, 2022, 333쪽.)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과 일치함과 동시에 정말 낭만적인 문장이었다. 록 음악의 부흥기라니. 현대를 살아가다 보면 발전 사관에 따라 이전 시대를 보수적이었다나, 척박했다고 단순하게 평가하기 쉽다. 나도 그러한 시각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어서 책을 읽기 전에는 1960년대 록 음악의 모습을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그렇기에 ‘5.16 기념 제1회 보컬 그룹 경연대회’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대회는 3일 동안 열릴 예정이었으나 하루 더 연장되었고 암표 소동도 있었던, 필자의 표현대로 ‘사상 최대의 록 페스티벌’이었다. (331) 눈길이 갔던 부분은 대회가 열린 장소가 서울시민회관(현 세종문화회관)이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작년에 마포구 내 공연장에서 있었던 사건이 생각났다. 작년에 마포구 지자체 관계자가 공연 중이던 공연장을 찾아와 관객과 아티스트를 강제로 해산시키는 일이 있었다. 공연장은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손 소독 등 방역 수칙 준수는 물론 지자체에 공연해도 되는지 확인 전화까지 했던 곳이었다. 이후 관계자는 코로나 관련 행정조치에 대한 질문에 ‘세종문화회관 같은 곳이 공연장’이며 라이브 클럽 공연은 ‘일반음식점에서 하는 칠순 잔치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장이 위치한 마포구는 많은 인디 아티스트의 출발점이자 누군가에게는 꿈의 무대라고 할만한 라이브 클럽이 가득한 공간이다. 아티스트와 팬 모두에게 상징적인 지역에서조차 라이브 공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정적이라는 점에서 현재 씬이 처한 상황이 드러난다. 이런 생각을 하며 책을 읽다 보니 ‘세종문화회관’이라는 장소를 기점으로 2021년과 1960년대는 사뭇 대조적인 시대로 다가왔다. 물론 책을 읽기 전에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이처럼 『한국 팝의 고고학』의 장점은 나처럼 그 시대를 잘 모르는 사람도 당시 시대상을 이해하고, 상상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장점은 서술상 특징 덕분에 가능했다. 흥미로운 서술 방식은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는 한 장이 끝날 때마다 관련 인물 인터뷰를 수록했다는 것이다. 현대사를 다룬 연구의 가장 큰 매력은 구술 채록이 가능하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시대를 막론하고 ‘미시사’로 분류될만한 역사는 기록이 풍부하게 남아있는 편이 아니다. 실제로 책에서도 다루는 시기보다 뒤 시기의 사진 자료를 활용하기도 했다. (31) 사료가 부족하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저자가 선택한 방법은 인터뷰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덕분에 독자는 사료로는 남아있지 않은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둘째는 ‘고고학’이라는 책의 제목답게 당시 상황을 정치(精緻)하게 재현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일례로 저자는 소울 사이키 가요를 한국 록에 포함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분법적으로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에 당시에는 그러한 질문이 성립 불가했던 이유를 설명한다. (299-300) 역사를 현재의 관점에서 평가하고 분류하기보다는, 당시 시대상에서 이해하려고 한 저자의 노력이 보이는 서술이다. 이러한 노력은 세심한 용어 설명에서도 돋보인다. 다소 생소한 용어를 당시에 인식한 방법으로 설명한 것은 용어를 정확히 이해하기에도, 1960년대 시대상을 파악하기에도 용이하다.

북클럽을 신청하게 된 개인적인 이야기를 쓰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 계기는 굉장히 우연한 것이었는데 어느 날 모 밴드 멤버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서 책을 소개한 것을 보았다. 한국 팝과 고고학, 좋아하는 것 두 개를 합쳐놓은 매력적인 제목에 망설임 없이 북클럽을 신청했다. 그러고 보면 본인이 밴드 음악을 좋아한 것도 어렸을 때 우연히 티비 채널을 돌리다 본 탑밴드 1이 시작이었다. 이러한 개인의 경험으로 판단해보자면 이 씬은 이제 내가 그랬던 것처럼 ‘우연한’ 계기가 아니라면 입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연히 음악의 역사가 궁금해도 아카이빙이 부족해 어디서부터 알아볼지 막막했는데 한국 팝을 다룬 통사(通史)가 나와서 반갑다.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고 한국 팝, 특히 내가 사랑하는 밴드 음악에 관심을 가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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