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 - 단순하게 잘 사는 법, 에코페미니즘
여성환경연대 지음 / 프로젝트P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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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는다고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다. 모른 척한다고 끝까지 모른 척할 수 없다. 우리가 계속 불편하길 바라는 책. 잊고 싶은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절망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희망을 이야기한다. 이런 목소리가 꾸준히, 모두에게 이야기될 때 분명 세상은 바뀔 거라 믿는다.

 

우리는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 이 질문은 나에게 거꾸로 지금 행복하냐고 물었다.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삶에 대한 여러 롤모델과 생각할 시간을 줘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 질문을 생각할 여유를 준 적이 있던가? 국가든 개인이든 끊임없이 성장과 개발을 강조하며 다그쳤다. 머무르고 숨을 고를 시간 따위는 없다. 내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우린 그저 빨리 달렸다

 

여성환경연대. 어찌 보면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처럼 보이지만 내가 올해 만난 단어 중에 가장 멋진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를 거치면서 여성이라는 한계점에 더 자주, 많이 생각했다. 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 등으로 자유롭게 숨 쉬고 마실 수 없는 내 아이들이 살아갈 환경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혼자가 아닌 함께 할 때 우리에겐 미래가 있고 희망이 있다.

 

오래된 영화 중에 인타임이란 영화가 있다. 시간이 화폐가 되어버린 쓸쓸한 미래에 관한 이야기다. 어쩌면 우리가 쓰는 일회용품, 마구잡이식의 난개발은 미래의 시간을 앞당겨 쓰는 건지도 모르겠다. 해마다 조금씩 올라가는 해수면, 기후변화 등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시간이 코앞이다. 당장 겨울철 미세먼지 때문에 아이들과 외출이 어려운 날들이 이어질 텐데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다.

 

생활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플라스틱 덜 쓰기

 

우리 집은 비누 형태로 된 샴푸바, 설거지 비누를 쓴다. 성분도 자연으로 돌아가는 데 무리가 없는 것, 무엇보다 불필요한 포장이 필요 없는 게 마음에 들었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서 식구들 모두 불편해했다. 그러나 이 정도 불편함은 자연과 공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 설득하며 끝까지 고집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한 달에 한 번 바꾸는 수세미를 천연 수세미로 바꾸었다. 남편은 반발했다. 기름기가 제대로 닦이지 않는다며 기존 플라스틱 수세미를 쓰자고 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실은 나도 불편했다. 불편함을 핑계로 얼마나 우린 생태계를 파괴했던 것일까. 내가 쓰는 플라스틱은 얼마나 오랫동안 지구를 괴롭힐까? 나 하나로 세상이 바뀌나? 오지랖이 아닐까?

 

나는 믿는다. 작은 행동 하나가 쌓여,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할 때, 변하리라. 그 사회는 희망이 있다고 본다. 계란으로 당장 바위가 깨질 수는 없지만, 바닷가의 눈부신 모래사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 바람, 파도 등과 더불어 세월의 힘이 함께 만든 작품이다. 작은 실천은 나비의 날개짓일지 모르지만 큰 폭풍우를 만들 수 있다. 이건 거꾸로 내가 쓰는 플라스틱 컵이 거대한 쓰레기 산으로 올 수 있다는 것도 의미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자연은 더 빨리, 쉽게 망가진다. 이것은 생존의 문제다.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한다.

 

내가 먹는 것은 어디서, 어떻게 올까?

 

사랑하는 가족이 먹는 쌀이 자라는 논에 메뚜기, 우렁이, 개구리, 황새, 지렁이 등 모든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생명의 땅에서 자란 것을 먹고 싶다. 내가 먹는 것이 어디서, 어떻게 오는 우린 알아야 한다. 가능하면 생산자에게는 정당한 대가를,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가까운 먹거리를, NON-GMO 제품을, 건강한 먹거리를 사려고 노력한다. 더불어 일주일에 하루는 채식을 지향한다하지만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고 싶어도 몰라서 못 먹고, 없어서 못 먹고, 감춰서 속는다. 이제는 다 같이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요즘 비건에 대한 생각이 간절하다. 그러나 쉽지 않다. 특히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비건 밥상을 차리는 건 아이들의 영양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엄마로 낙인찍히기 쉽다. 아이들 밥상에 고기 한 점 구워주기만큼 편한 반찬이 없다. 내 노력이 부족한 거겠지만 흔히들 주요리라 하면 고기를 떠올리는 게 쉬워서 일주일에 한 번 채식 밥상을 차릴 때마다 반찬 걱정은 커진다. 지나고 보니 아이 이유식 먹일 때부터 기본 전제가 소고기 이유식이었다는 게 아쉽다. 어렸을 때부터 고기의 맛에 길들인 나머지 뒤늦게 채소를 먹지 않는 것에 대해 한탄한들 당연하다. 처음부터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더라면, 괜찮다고 말해주는 의사 선생님과 선배 언니들이 있었더라면 주변에서 쉽게 비건 요리에 관한 책이 있었더라면. 일단 고기를 안 먹어도 건강에, 아이들 성장에 괜찮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동물도 처음부터 고기로 태어난 건 아니니까.

 

괜찮지 않은 세상을 괜찮게 사는 법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뒷표지에 적힌 말을 나는 오래오래 곱씹어 읽었다. 그리고 이런 책이 있어서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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