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죽어도 좋았다 - 오롯이 나;를 느끼게 해주는 그곳!
조양곤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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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간 하나금융그룹에서 근무하고 50세에 조기은퇴후 인생의 꿈이었던 100여개국 세계여행을 마쳤다. ...5년동안 1,000여 권의 책을 읽은 독서광이자..."(책 날개)

 

우와~ 부럽다.

우선, 조기은퇴를 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된 것이 부러웠고, 꿈을 실행에 옮긴 용기가 부러웠다.

이 책은 여행 에세이인데, 종이질 굿, 사진 많아 굿, 진도 팍팍 나갈 수 있어서 굿이었다. 어렸을 때 김찬삼의 세계여행 책 덕분에 세계여행을 꿈꾸었던 저자는 결국, 나이 오십이 넘어서 이 꿈을 실현했다. 세계 여행을 꿈꾸기도 쉽지않고, 그 꿈을 실현하는 것은 더욱 더 어려운 일인데,.... 박수 쳐 주고 싶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 자신에게도 박수쳐 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보았다.

세상은 넓고 가고 싶은 곳도 많은데, 도대체 어디가 그렇게 죽어도 좋을만큼 좋았을까 궁금했다. 책 표지에 이탈리아 돌로미티가 나오길래, 나의 버킷리스트에도 올라있는 이곳이 죽을만큼 좋았나보다 하고 흥분해서 책을 폈다. 아니다. 저자에게 죽을만큼 좋았던 곳은 내게는 생소한 장소들이었다. <오만과 편견>의 다아시가 엘리자베스에게 사랑을 고백한 장소라는 스타우어헤드 Stourhead, 할아버지가 손주를 위해 <해리포터와 불의 잔>에 나오는 미로 정원을 만들어 줬다는 글렌두르간 Glendurgan, 넓은 대지와 숲이 있는 나이트셰이즈 Knightshayes,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촬영지였다는 안토니 Antony, 그리고 아기자기한 아 라 론데 A La Ronde였다.

독서광답게 책 곳곳에 시인, 동화작가, 소설가, 고전문학작가와 그들의 작품이 언급되어있어서, 읽으면서 그런 작품들의 내용에 공감하기도 하고, 또 저자만의 시각으로 작품들과 연관해서 여행지에 대해 느끼는 감상법을 배우게도 되었다. 100여개국을 여행했는데, 간곳마다 나름의 추억과 얘깃거리가 얼마나 많았을까. 그런데, 263페이지라는 한정된 지면에만 등장할 운을 타고난 여행지는 노르웨이 피요르, 이탈리아 돌로미티, 페루 마추픽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영국 디스트릭트 레이크, 스위스 실스마리아, 독릴 발렌호수, 호주 울룰루 등이었다. 로스차일드의 웨데스던 저택도 있었지만, 저자는 대성당, 엄청난 궁궐이나 성 보다는 자연경관을 좋아하는 사람같았다. 윌리엄 워즈워드가 영감을 받았다는 호수와 니체가 극찬했다는 실스마리아는 사진과 저자의 얘기만으로도 자연은 인간의 감성과 무한잠재력을 일깨우는 최고의 원천이다라는 생각을 하게했다.

여행중 숙소에서 손톱을 깍으려다 문득 침침해진 눈을 껌뻑대다 젊은시절 마루에 앉아, 엄지발톱이 두꺼워져서 잘 깍이지 않는다던 어머니 생각을 할 때는, 저자의 연륜이 느껴졌고, 내 마음도 엄마 생각에 뭉클했다.

어머니는 내게 세상을 선물했는데, "엄마 제가 깍아드릴께요." 나는 고작 그 한마디를 못 했다. p.136

평생을 꿈꾸던 세계여행을 위해 조기은퇴를 할 준비를 했고, 5년 동안 100여 개국을 여행하고 13만 킬로미터를 운전했다고 한다. 위험한 순간이 왜 없었겠는가. 그러나, 저자는 일평생 꿈꾸던 소망을 이루었고, 다시 청춘으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하며, 지금이 참으로 행복하다고 말하겠다고 한다. 현재에 만족하고, 꿈을 이루 그는 정말 행복한 사람 같았다.

내일과 다음 생 중에, 어느 것이 먼저 찾아올 지 우리는 결코 알 수가 없다.

티벳 속담이 갑자기 왜 그곳에서 떠올랐을까? p.181

 

젊었을 때는 돈이 없고, 늙어서는 건강이 없고, 도대체 언제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할 수 있는 것인지 고민이다. 티벳 속담이 마음에 콕 박힌다. 현재의 조건과 상황을 완전히 무시하면 미래가 전혀 없고, 너무 얽매이면 매일 똑같은 일상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우선은 과하지 않는 수준에서 부족한대로 지금 당장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이 아직은 자유롭지 못해 많이 아쉬웠는데, 이 책 덕분에 여행의 갈증을 조금은 풀었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제품을 제공 받아 작성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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