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57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악령"(표도르 마히일로비치 도스또예프스끼)

8월 초부터 읽기 시작해서 거의 두달이 걸렸습니다.
무더위와 함께 이 분과 싸우느라 더 더운 여름이었던
것 같네요.

악령은 성경의 누가복음에 나오는 거라사의 귀신들인
사람을 예수가 고치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거라사 무덤가에 거하는 귀신들린 사람들이
있었는데 예수가 귀신들에게 명하여 나가라 하니,
그 귀신이 이 사람에게서 나가는 대신 저기 있는 돼지떼에게
들어가는 것을 허락해달라고 합니다.
예수가 이를 허락하고 귀신들은 사람에게서 나와 돼지떼에게
들어가며 그 돼지떼들은 미쳐 날뛰다가 결국 낭떨어지에서
떨어져 호수에 빠져죽게 된다는 이야기죠.

여기서의 귀신이 곧 악령인 것입니다.
작가는 예수과 사람이 아니라 그 귀신(악령)과 돼지떼에게
집중합니다.
그 이야기가 3권에 결쳐 무려 1,000페이지가 넘게 진행됩니다.

하권 맨끝에 이 기나긴 책의 줄거리가 6페이지로 요약되어
있습니다. 허무하지만 요약하면 그게 맞기도 하죠.

지루하고 장황한 문장과 결코 탄탄하다고 볼 수 없는 구성인
소설입니다.
그러나 선과악의 묘한 대립.
지옥에 가까운 종교성.
결코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깊은 어떤 곳의 울림과 또한
어찌할 수 없는 비극이 가볍고 우수워서 더 처절한것이 이
소설의 맛인것 같습니다.
희화화된 비극이는 해설이 딱 맞네요.

악령이라는 것이 무엇일까요? 작가는 "홀림" 정확히는
"미혹"을 악령으로 규정하는 것 같았습니다.

자신의 선함과 악함의 동시성에 미혹당했던 스따브로긴,
마지막 부분 찌혼의 암자에서의 스따브로긴의 고백은
반전입니다.
여기까지 읽은 보람을 있게 만들기도 하죠.
하나의 단편으로 쓰여졌던 이야기라고 합니다.

문학과 학식의 잘난체에 미혹 당해 평생을 허공을 바라보며
살았던 스쩨빤,
무신론과 자의식의 아름다움에 미혹 당했던 끼릴로프,

신의 신실하심과 러시아 민족주의에 미혹 당했던 가난한
한때의 대학생 샤또프,
스따브로긴의 허무함에 미혹당했던 리자베따,

이들의 결국 죽음이라는 파국을 맞게됩니다.

그러나 그 죽음조차 희화화 되곤 합니다. 표뜨르에 의해 죽음
조차 이용당하는 끼릴로프,
다른 지방의 외딴 여관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스쩨빤,
새로운 생명의 경이로움을 경험 하던 찰나 살해당하는 샤또프.

그리고 모든 사건에 관여된, 마치 모든걸 만든 것 같은 표뜨르.
보이지 않는 희망으로 선동하고, 스따브로긴을 이용하고
에르껠의 순수한 열정을 능욕하는 가장 "악령"에 가까운 인물. 표뜨르, 그러나 그는 모든 일이 틀어지자 가볍게 기차를
타고 떠나버립니다.

안개에 쌓은 듯 묘하고, 교묘한 말로 사람들을 홀리고,
어리석은 희망을 속삭였던 표뜨르.
다시 생각해보면 이책에서 가장 선명한 사람은 표뜨르
인것같습니다. 시정잡배, 협잡꾼의 전형인것 같기도 하구요.

전체의 이야기를 이끌어가지만 가장 매력 없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묘하게.

정말 많은 인물들이 나오지만 저는 에르껠이라는 소년에게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마지막까지 표뜨르를 믿었고 그의 정치적 혁명을 믿었고
그를 통한 자신의 구원을 꿈꿨을 순수한 소년이죠.
결국 구원을 누군가를 통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뤄나가야
하는 것인가 봅니다. 그런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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