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한 사람
이승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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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으로 읽었던 "생의 이면" 작가 이승우의 소설입니다.
"생의 이면"이후 이승우 작가의 책은 찾아 읽는 편입니다....

식물들의 사생활, 지상의 노래, 단편집인 오래된 일기가 생각납니다.
이승우 작가의 글은 좀 독특한 면이 있습니다.
보통의 경우 짦고 간결하고 동어반복이 없는 문체를 좋은 문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작가는 동어반복의 긴 문장을 미끄럽게 쓰는 신기한
재주가 있는 분입니다.
어쩌면 카프카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한가지 주제는 종교적 구원의 문제입니다.
인간의 구원에 대한 문제에 끝없이 천착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놀랍습니다.

그러나 "생의 이면"을 넘어서는 작품은 없는 듯하기도 했는데
"신중한 사람"은 제가 기대하던 그 이상이었습니다.

작가가 자기 안으로 굉장히 깊이 들어가 쓴 글인것 같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쉽게 읽히지 않습니다. 작정하고 작가의 내면에 충실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독자를 의식하는 순간 작가의 특징은 희석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편안하지는 못했습니다.
신중한 사람의 부자연스러움이 내안의 그것과 참 많이 닮아 있어서 불편하기도 했고 나의 깊은 어딘가의 부자연스러움을 찌르는 것 같이 놀랍기도 했습니다.

"신중한 사람"은 8편의 단편을 묶은 단편집입니다.
이야기 하나하나 다른 이야기이지만 "신중한 사람"들의 부자연스러움이 전체를 관통합니다.

억지와 불합리와 막무가내를 거북해하는, 그리고 그 거북함이 불편해 결국 아무것도 하지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칼 끝이 되어 되돌아 오는 것 같습니다.

지방 소도시에 리모컨이 없어져 매일 새벽5시에 켜지는 슬픈 텔레비전

(읽어보면 정말 슬퍼집니다),
신중해서 너무나 신중해서 자기집에 세들어 살게된 주인공은
변신의 그레고리 잠자를 또다른 모습 같기도(해설에도 나와 있습니다)
세상을 떠난 스승의 작업실에 대면한 나의 과거의 모습이 이렇게 부끄러울 모습

(어쩌면 나와 닮은),
이미를 떠나왔지만 어디로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루하지만 나와 같은 이야기

(나는 어디있는 건지),
내가 뭘한건지 나는 모르지만 다른 사람은 알아버린 나의 치졸함과 만나는 순간, 그 칼의 끝은 나를 향한 것인지 너를 향한 것인지, 칼이라도 지내지 않으면 살수 없는 용기없는 사람들의 슬픈 이야기(칼이도 하나 사야 겠습니다)
제일 가슴 졸이며 읽었던 어디에는 없는 그의 이야기(되는 일 하나 없는 어느 순간의 내 이야기 일지도)
하지 않은 일을 증명해 내야하는 쓰린 이야기. 그들의 꿈속까지 찾아가야만 가능한 이야기(꿈속까지 찾아길 용기조차 없는 슬픔)

묵직한 돌 덩이가 누르는 듯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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