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이방인 - 드라마 <안나> 원작 소설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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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도 가면을 쓴 허상으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 번이라도 새하얗게 진실된 모습으로 살아본 적이 없는것 같다는 생각에 읽는 동안 이유미와 이유상이라는 이방인이 그토록 친밀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이방인이 누구인가?‘하는 물음에 대한 답변을 화자의 관찰과 주변인물들의 고발로 풀어내는 전개방식에 책이 끝날때 까지 정작 이방인 본인의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지만, 궁극적으로 이 책을 이해하는데 그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방인의 속마음을 끝까지 알 수 없다는 것,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를 빌려 추측할 수 있을 뿐이란 것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예상치 못한 반전에 한 번 놀라고, 다 읽은 뒤에 떠오르는 ‘나는 진짜 나인가‘, ‘나는 나에게 솔직한가‘ 와 같은 실체를 알 수 없는 생각에 한 번 더 놀랐다.

비슷한 내용의 드라마나 영화를 한 편 보고싶다는 생각에 인터넷을 뒤지다 이 책이 드라마 <안나>의 원작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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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미술관 2 : 한국 - 가볍게 시작해 볼수록 빠져드는 한국 현대미술 방구석 미술관 2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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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샹, 아브리모비치 같은 서양 근현대 미술사에 이름 꽤나 날린 미술가들의 이름은 몇자 댈 수 있음에도, 한국의 근현대 미술에는 누가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백남준 한명 정도밖에 답할 수 없는, 말 그대로 한국 현대미술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에게 적합한 책이었다.

이중섭, 나혜석, 이응노, 유영국, 장욱진, 김환기, 박수근, 천경자, 백남준, 이우환. 10명의 작가들의 삶을 전기적으로 구성하며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하는데, 중요한 이벤트를 기점으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그들의 작품 스타일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하나의 미술 작품을 감상하기 앞서 작가의 삶과 철학을 이해하는 것이 그 작품을 받아들이는데 얼마나 중요한 과정인지 다시금 깨달을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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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온실 (여름 에디션)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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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SF 좋아했었네?

요즘 자주 언급되는 작가의 책이고 그녀의 첫 장편소설이며 꽤나 좋은 평점을 받고 있는 ‘지구 끝의 온실‘을 읽었다. 술술 읽혔다.

솔라리티 연구소의 사고로 시작된 전인류적 재앙 속에서 살기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런 재앙에 기인한 잔인성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라지지 않는 희망, 사랑을 이야기한다. 거듭되는 죽음의 공포를 견디며 마침내 식물학자 레이첼은 ‘모스바나‘라는 식물을 만들고, 이 식물의 활약으로 재앙은 종식된다. 다시 안정을 찾은 지구. 모스바나의 존재를 모르는 인류는 재앙 종식이 과학자들이 발명한 디스어셈블러 덕분이라고 믿는다. 평화로운 시기가 찾아온 지 50여년 뒤, 강원도 해월에서 모스바나의 이상증식이 발견되고, 아영은 그것을 연구하고 과거를 추적하면서 지금 인류가 누리는 안정의 비밀을 알게된다.

이 책은 SF 소설이라는 틀 안에서 재앙과 함께 일어나는 잔혹, 이기, 배신과 그를 이겨내는 동료애, 사랑, 리더쉽, 집념, 배려, 희생 등의 가치를 전달한다. 자칫 뻔해 보일 수 있는 재앙 이야기를 시간을 넘나들고 화자를 바꿔가며 전개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등장인물들이 살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들 보다는 지수와 레이첼의 거듭된 오해와 마음 아픈 사랑이야기가 더 긴 여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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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스토리텔링 -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9가지 스토리 법칙
매튜 룬 지음, 박여진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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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태어난 아기는 수영을 할 줄 안다고 한다. 물론 수영장을 거뜬히 돌고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그런데 왜 나이가 들면서 점점 수영하는 법을 잊는 걸까? 그 이유는... 그냥 잊어버리는 거라고한다.

나도 어릴적에는 종종 ‘말싸움의 신‘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탁월한 단어선택과 신랄한 웅변으로 친구들을 꽤나 힘들게 하곤 했었다. 그런데 왜 나이가 들면서 점점 말하는 법을 잊는 걸까? 그 이유는...

초기에는 애니메이터로, 이후에는 스토리텔러로 약 20년간 픽사에서 일한 매튜 룬이 쓴 이 책은 스토리텔링의 힘, 중요성, 방법등을 역설하며 자신이 기획한 애니메이션과 할리우드 영화를 예로 설명하고 이를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일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웬만한 자기개발서에 쓰여있을 듯한 다소 진부한 내용이었지만 스타워즈, 토이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등 추억이 담긴 각종 스토리들이 나온다는 점과 쉽고 술술 읽히는 간결 명료한 문장들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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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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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과 ‘흰‘이라는 두 형용사에 대한 비교가 유독 마음에 와닿았다.
솜사탕처럼 깨끗하기만 한 ‘하얀‘과 달리 ‘흰‘에는 삶과 죽음이 소슬하게 함께 배어 있다.
아득하게, 쓸쓸하게, 부서지기 쉬운 깨끗함.

이 책이 작가의 어머니와 그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2시간 만에 죽어버린 언니를 기리는 책이라는 작가의 말을 읽었다. ‘흰‘이라는 단어에서 파생되는 이미지들로 표현한 아주 짧은 단편집 혹은 에세이의 형식으로, 어머니와 언니에 대해, 삶과 죽음에 대해, 밝음과 어두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강 작가의 유명한 작품들을 아직 읽지 않았다.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등 제목만 알고 내용은 모르는 책들이 수두룩하다.
내가 읽은 그녀의 첫 작품이 ‘흰‘이어서 오히려 좋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다.
특별한 서사 없이도 깊은 여운이 남고 문장 하나하나에 밑줄을 긋고 싶었다.
우리말이 이렇게 아름다운 언어였다니. 새삼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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