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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게 길을 묻다 - 알기 쉽게 풀어쓴 그리스로마신화의 인생 메시지
송정림 지음, 이병률 사진 / 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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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게 길을 묻다

-알기 쉽게 풀어쓴 그리스로마신화의 인생 메시지

 

글 송정림 사진 이병률

달출판사

 


제목과 표지디자인부터 참 좋다고 생각한 책입니다.

<신화에게 길을 묻다>, 살면서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을 들 때

내 마음을 다잡기 벅찰 때 누군가 나에게 바른 길로 갈 용기를 주었으면 할 때,

신화에도 길을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강산이 수백 번 바뀌었을 세월이 흐르고도

인간이 사는 세상은 본질적으로 비슷한 고민과 어려움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신화 속의 인물들이 겪는 기상천외한 모험과 갈등들의 뿌리를 우리도 마음 속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듯합니다.



사실 저는 올해 부쩍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학교에서일터에서새로운 환경에 문을 두드리고각양각색의 서로 다른 역사를 품고 있는 인연들을 만나면서그 모든 것과 조화를 이루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난 무얼 해야할지 점점 더 모호해진다는 혼란이요.

 

참 감사하게도 여러 분들의 너그러운 도움을 받기도 했고제 부족함으로 인해 폐를 끼치기도 했어요

열심히 앞만 보며 정진하던 시간도 있는 반면 실망을 절망으로 내몰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는 밤들도 오곤 합니다

그리고 또다시 잠들기 전나에게 어떤 식으로든 손을 내밀어줬던 분들께 나도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꿈을 꿨어요.

 

제가 걸어야할 길이 무엇인지도리를 알고 사람을 소중히 하는 성숙함은 어떤 언행으로 보여야 하는지앞으로도 계속될 어려운 고민을 함께해주는 책입니다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 속의 신과 인간들이 겪은 모험과 전쟁사랑과 관용에 대해 읽으며 나의 하루에도 한 줄 인용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의 구절들을 모아보았습니다.

 

***

 

우리는 반쪽을 찾아 헤매는 운명을 지닌 자들이다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외로운 것은 왜일까다만 절반의 빈자리를 메꿔줄 대상을 찾느라 사랑한다는 것은 어쩌면 이기심일지도 모른다외로움을 달래느라 만난 사람은 결국 외로움을 채워주지 못할 때 사랑이 식어버릴 수 있다사랑은 다만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그의 곁에서 동행해줄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그 사람 자체가 그냥 좋기 때문에 사랑해야 하는 것이다.

-114p, 사랑은 그 사람에게 스며드는 것이다사랑의 법칙을 알려주는 알페이소스



비극적인 이 죽음들에 대해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이렇게 이름 붙였다.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안티고네가 조금만 희망을 품고 기다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키에르케고르는 경고한다성공을 막는 가장 무서운 병은 쉽게 절망하는 버릇이라고포기하기 시작하면 그것도 습관이 된다고 말이다.

-146p,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안티고네의 절망

 

사랑하는 이에게 무엇인가를 줬는데줬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마음그것이 완벽한 드림의 마음이다. ‘용서’ 또한 마찬가지내가 용서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마음그것이 진정한 용서다.

-153p, 목숨까지 내주는 것이 부부의 사랑이다남편을 대신해서 죽음을 택한 알케스티스

 

아킬레우스는 자신의 슬픔으로 다른 슬픔을 이해하고 그를 보듬어 안았다그리고 연민으로 그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었다연민은 슬퍼해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이다슬퍼해본 사람은 다른 이의 아픔을 아는 사람이다그러므로 슬퍼해본 사람은 정을 베풀게 되어 있다.

-248p, 눈에 눈물이 없으면 그 영혼에는 무지개가 없다- ‘아킬레우스의 치명적인 약점

 

힘의 상징인 헤라클레스도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 목숨을 건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그의 앞에는 무서운 적들이 있었다그러나 가장 무서운 적은 바로 자기 자신이 아니었을까나는 불행하게 태어났다는 자아의식나는 승리하지 못할 거라는 패배의식그래서 결국 포기하고 마는 자신이야말로 그 어떤 적보다 두려운 적이다헤라클레스가 위대한 이유는 바로 그런 자신과 싸워 이겼다는 점에 있다.

-345p, 최고의 상은 내가 나에게 주는 상이다, ‘헤라클레스의 열두 과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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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아무데나 가야겠다 - 우리가 가고 싶었던 우리나라 오지 마을 벨라루나 한뼘여행 시리즈 1
이원근 지음 / 벨라루나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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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아무데나 가야겠다.

[이원근 지음. 벨라루나]



 

요즘 우리 참 바쁘게 사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열심히 일상에 충실하게 사는 것도 참 뿌듯하고 멋진 일이지만 가끔은 모든 것을 뒤로 하고 훌쩍 떠나고 싶기도 합니다

내 일내 사람들에게 잘 하고 싶은데몸과 마음이 지치면 나라는 존재는 뒷전으로 밀려난 것 같아서 무엇이든 쉽지 않아지기 때문이지요.

혹시 그런 날을 보내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추천해드리고 싶은 책입니다제목부터 <주말에는 아무데나 가야겠다>입니다.

 



저자인 이원근 씨는 아버지를 따라 여행사에서 일하며 국내여행만 17년을 다니며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 여행박사입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다른 여행사들에서 유명 관광지의 명소와 유적유명 식당들을 소개하였다면 이 책은 우리가 들어보지 못한 오지 마을들을 소개해준다는 점입니다

강원도의 귀네미마을법수치리마을경상도의 대티골마을예천 용궁전라도의 도리포마을충청도의 독곶마을경기도의 국화도 등이름만 듣고는 낯설고직접 찾아가는 길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 오지 마을들

하지만 우리가 꿈꾸던가고 싶었던 곳들을 구슬 꿰듯 하나하나 찬찬히 소개해주는 책입니다. (주소와 연락처 같은 기본 정보에 더해 저자만의 추천 일정과 근처의 즐길 것들을 적어놓았습니다골몰골목 찾아가는 길에 대한 설명도 오지 여행에 유용한 팁이 될 것 같아요.)





천천히 자신만의 시간을 벌기 위해 떠나는 여행을 생각하고 있다면 이 책을 펼쳐보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자가 소개해주는 우리나라 골골샅샅각 지방의 향토색이 묻어나는 에피소드와 사람들정 많은 한상차림야생화와 강의 물줄기를 따라가다보면 절로 마음이 평화로워집니다.




 

 



그리고 제 기억 속에 인상 깊었던 구절을 몇 개 소개해봅니다

저자의 바람처럼이야기 속에서 사랑과 격려를 얻고 여행을 떠나고 싶었던 분은 길을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봉화에 도착해서는 현지 분을 만났다그분 또한 명물이었다백천동계곡의 땅을 가장 많이 소유하고 있으며이곳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한 분이기도 했다농사꾼의 흔적은 뚜렷했고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에 다소 억세 보였지만 몇 마디 나누어보니 순수한 사람임이 틀림없었다그분과 계곡길을 걸으며 나는 감탄을 숨길 수 없었다.

세상에 이런 곳이 우리나라에 있었다니!”

좋제?”

!”

(중략)

이 마을에 처음 왔을 때는 이상하게도 기분 좋은 기운에 눌렸고두 번째 방문했을 때엔 계곡의 아름다움에 놀랐고세 번째엔 진심을 다해 보존하고 싶은 곳이라는 생각하게 되었다자연은 그대로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이곳에서 열목어를 잡거나 쓰레기를 버리거나 자연을 훼손하는 행동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반드시 그대로 놔두어야 한다.


 (232p, 234p, 경상도 대현마을백천계곡)


+


아버지는 자신에겐 병원이 산이라며산에 다녀왔더니 몸살이 좀 나아진 것 같다며 웃어넘겼다그렇게 산을 좋아하시던 만큼 영화나 연극을 보는 여가생활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엽기적인 그녀>를 봤느냐는 아버지의 물음에 나는 많이 놀랐다그러면서 견우와 그녀가 타임캡슐 묻은 곳을 찾아야겠다고 하셨다조사해보니 정선 쪽이었다며 당장 출발하자고 하셨다우리는 출발했고산을 그렇게 찾아헤맨 적이 없었다등산로를 찾는 것엔 하도 이력이 나서 식은 죽 먹기였지만 소나무 한 그루를 찾으러 다니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한번에 가서 찾지 못하고 정선의 예미읍을 쥐 잡듯이 헤매며 찾아다녔다아버지는 소나무 수십 개를 사진 찍어와 이게 그 나무가 맞냐며 잘 비교해보라고 하셨으나 전부 영화에 나오는 소나무는 아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어느덧 소나무 찾는 것을 포기하신 줄 알았는데 아침에 보면 또 정선으로 떠나 계셨다그렇게 발품을 팔고 팔아서 드디어 찾았다는 연락이 왔다그렇게 기뻐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처음 보았다.


(182p, 강원도 새비령엽기소나무)

 

+


등반을 마치고 내려오는 어느 비 오는 날의 일이었다주변에 가게도 없고 배는 고프고 해서 마을을 둘러보았다어느 할아버지가 마루에 혼자 앉아 계셨다함께한 대원들이 비를 맞고 추위에 떠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가 없어 할아버지께 말을 걸었다.

죄송하지만 드시다 남은 소주가 있다면 파시면 안 될까요?” 할아버지께서는 막소주 됫병을 건네주셨다대원들과 소주를 나눠 마신 뒤 할아버지께 5,000원을 건네며 돈을 이것만 드려도 될까요?”라고 여쭈니 막 화를 내시길래 만 원짜리를 건넸더니 더 큰 화를 내셨다돈을 건네는 것 자체에 화가 나셨던 것이다.


(291p, 전라도 흥부마을똥돼지를 키우는 마을)

 

     (214p, 강원도 원대리, 누르는 막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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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누이
싱고 지음 / 창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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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평소에 다른 사람들이 무슨 책을 읽고 사는지 몹시 궁금해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지하철을 타다가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책을 읽고 있으면, 무엇을 읽고 있을까 몰래몰래 쳐다보고, 신기해하고, 즐거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은 얼굴선이 굵고 시원시원하며 짧은 투블럭컷을 한 남자가 맞은편에서 사랑 시집을 들고 읽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핸드폰에 메모를 남긴 일이 있었다. 시를 읽고 있는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떤 마음으로 시집을 들었을까 자연스레 궁금해졌다.


그러다가 나도 시집을 찾게 된 기회가 있었는데, 그 날은 기분이 너무 울적해서 일을 마치고도 그대로 집에 가지 못한 저녁이었다. 그때 나는 버스를 타고 아홉 정거장, 인사동을 지나 광화문에 큰 교보문고로 숨어 들어갔는데, 크고 작은 책들이 제각기 다른 분위기로 반듯이 세워져있고, 누워있기도 한 풍경을 보고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렇게 한참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바닥에 철푸덕 앉아 끌리는 책의 허리 가운데부터 마음 닿는 대로 꼼꼼히 읽다보면 어느새 그 세계에 동화되는 것이 좋았다. 정해진 예산선을 한탄하며 고르고 또 골라 마지막으로 선택받은 책 몇 권을 한 아름 안고 나올 때면 신기하게도 그 속엔 꼭 시집들이 남아있었다. 시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마음이 빈곤해지고 허덕인다 싶을 때에는 평소엔 친하지 않던 시가 그렇게 눈에 밟히고, 읽고 싶어졌다. 무엇이 시를 읽고 싶게 만드는 걸까?


그렇게 집에 와서 들고온 시집을 읽어보려 했지만 시를 읽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때로는 투박하고, 때로는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 순수하고 투명한 시어들을 만나면, 그 의미는 무엇일까, 시인은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 걸까 이해되지 않아 답답했다.

시를 읽고 즐기고 싶은데, 생각 만큼 쉽지 않은 것. 그렇다면 우리가 보다 더 쉽게 시에 다가갈 수 있는 법은 없을까?


그때 마치 누군가 내게 장난을 친 것처럼 <詩누이>라는 책을 접했고, 이 책은 내가 시를 조금 더 편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시를 웹툰으로, 에세이로 재미있게 엮은 책이다.


(작가는 <싱고,라고 불렀다>를 쓴 시인 신미나, 그림을 그릴 때는 '싱고'라는 이름을 사용하신다고 소개되어있는데, 시도 쓰고 그림도 그린다니 이게 바로 창작자의 멋짐인가....ㅎ)




<詩누이>를 펼쳐보면 이렇게 싱고의 그림과 글이 어우러진 웹툰이 나오고

짧은 에피소드가 지나면

그와 비슷한 결을 가진 다른 시인의 시가 한 편씩 소개되어있다. 




이런 그림과 글, 포근하고 귀엽다. :)


인간관계, 사회생활, 밥벌이, 자기관리, 사랑, 가족, 점점 나이먹음 등등... 사람들은 다 자신만의 고민과 스토리를 안고 살지만 서로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이야기를 들어주기에는 너무 바쁜 시대가 된 거 같다. 


이런 시간을 살면서, 내게 이 책은 일상 속의 작고 초라하다 싶었던 내 고민들이 삶과 세상, 사람들과 마음의 영원한 문제들 속에서 어떻게 자리 잡게 되었는지 하나씩 실타래를 풀어보며 잠깐 멈춰보는 의미로서의 역설적인 시간 여행이었다. 책을 읽는 것이 때로는 나태해지고 고착된 생각의 틀을 깨고 스스로를 자극하며 박차를 가하려는 노력일 때도 있지만, 때로는 언제나 쉼 없이 달려온 스스로에게 잠깐 멈추고 앉아있다 가라고, 내 소매를 잡아 끌어주는 따뜻한 위안이 될 수도 있는 것 같다.



또 새로운 시인들과 시를 많이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익숙한 이름의 시인도 있고, 많이 본 제목의 시집에 수록되어있던 시도 있지만, 시를 너무 안 읽어본 내게는 처음 소개 받은 시인들과 시가 훨씬 더 많았다 (ㅎㅎ...) 그런 의미에서 새로 알게 된 시 중에서 마음에 와닿았던 구절을 적어본다. 이 시를 읽고 참 좋다- 맞아- 생각하고 가슴이 울렁했거든...


당신이 나에게 가장 성실한 사람입니다

나는 당신에게 가장 성실했던 사람일까요?


당신이 성실한 사랑의 냄새를 맡고 싶다고 해서

제가 당신 손을 꼭 잡아주었는데

이 짧은 걸 하려고 사람은 오래도 사는구나

- 김현, 두려움 없는 사랑 中



싱고의 담백한 글과 감성적인 그림으로 예열된 마음이 한 에피소드의 끝마다 색다른 시를 읽을 때면 

자꾸 시를 더 천천히, 소리 내어 읽고 싶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혼자 방에서 야심한 새벽 시간 시를 소리 내어 읽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라면 스토리...)


그래서 자기 전 침대 머리맡에 두고, 도서관에서 하루를 불태우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막차 안에서 자꾸 들여다보고, 순서대로 읽었다가 거꾸로 읽다가를 마음대로 반복했던 것 같다.


참 기분 좋은 책이다. 잔잔한 호수를 들여다보며 주위를 둥글게 한 바퀴 산책하고 온 느낌.

또 한 바퀴 돌면 좋겠다 싶을 때 다시 펼쳐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을 아직 못 본 사람에게 <詩누이>를 읽게 되면 꼭 작가의 말을 한번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시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이 언제까지나 자유롭기를 바라면서, 행복하게 공감했던 말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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