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밖에 없네 큐큐퀴어단편선 3
김지연 외 지음 / 큐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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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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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성과 무한 - 외재성에 대한 에세이 레비나스 선집 3
에마누엘 레비나스 지음, 김도형 외 옮김 / 그린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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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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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리처드 플래너건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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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원들이 그리는 연약하지만 아름다운 꿈

 

 

 

 

O. 대나무의 잘린 단면

이번 설에 아버지와 함께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산소를 찾았다. 엿콩 대여섯 개와 곶감 두어 개, 소주 반 병, 종이컵 두 개를 챙겨 산을 올랐다. “대나무가 자꾸 올라와가 큰일이다.” 아무 말 없던 아버지가 산소에 다다라 이렇게 말하셨다. 산소 아래쪽에만 머물러 있던 대나무들이 몇 해 전 부터 점점 무성해져 산소 부근까지 올라와 있었다. 작년에 낫으로 베어놓았던 대나무들은 다시 자라 어느새 무릎 높이까지 올라와 있었다. 나는 엿콩과 곶감을 산소 앞에 놓았고 아버지는 소주를 따른 종이컵을 그 옆에 놓았다. 아버지는 무릎을 꿇고 절을, 나는 서서 기도를 드렸다. 산 아래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소리가 아스라이 들려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나는 대나무의 잘린 단면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단면이 만들어내고 있던 모양을 생각하고 있었다. 완전한 원을 이루지 못하고 한 쪽이 툭 불거져 나와 있던, 불완전하던 그 원을.

 

O. 등장 인물들이 그리는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각자가 이지만 서로 이어지면서 이 된다. 도리고와 에이미는 사랑하는 사이로 이어진다. 에이미는 도리고를 사이에 두고 엘라와 연적관계로 이어져 있으며, 엘라는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을 얻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는 점에서 키스 멀베이니와 이어져 있다. 키스 멀베이니는 사촌인 톰과 이어져 있으며, 도리고의 형인 톰은 자신의 피가 흐르는 아이의 양아버지인 다키 가디너와 이어져 있다. 그리고 다키 가디너와 도리고는 시암에서 함께 포로 생활을 했다는 점에서 이어진다. 이렇게 이들은 선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마지막 선에 이르러(다키 가디너-도리고) 그 선은 휘어진다. 그들은 결국 을 그린다.

 

O. 다양한 기호들이 그리는

이 소설에는 다양한 이 등장한다. 죽은 자의 눈에 뱃삯으로 얹어주는 은화’, “동전을 던질 때마다 처음 던질 때랑 확률이 같아. 정말 멋지지 않아?”라는 다키 가디너의 말에 등장하는 동전’, 도리고가 최초의 기억으로 갖고 있는 교회에서의 초월적인 에 대한 묘사, ‘을 잡으려다가 태초의 태양을 잡는 듯한 묘사, 도리고가 에이미에게 전하는 사랑의 상징인 진주알’, 바다와 하늘에서 뜨고 지는 의 변화하는 모습들, 시암에서의 비와 태즈매니아에서의 바다와 빛에 의한 증발로 만들어지는 자연의 원, 그리고 마침내는 죽고 태어나고 죽고 태어나는 인간까지. 그렇기에 이 소설의 결말이 소설의 첫 부분(시암에서의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면서 끝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운명처럼 보인다.

 

O. 운명이라는 완전한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각자 어떤 확신을 가지고(나카무라의 경우에는 천황의 정신이기도 한 일본 정신’, 포로들의 경우 살기 위해서는 함께 살아야한다는 것, 도리고의 경우 태초의 과 에이미에 대한 사랑‘, 에이미의 경우 도리고에 대한 사랑‘, 키스 멀베이니와 엘라의 경우 연인에 대한 사랑과 그로인한 단 한번의 거짓말‘, 그리고 사회적 도덕. 다만 최상민의 경우 어떤 확신도 갖지 못한 인물로 묘사되나, 그 또한 어떤 확신을 갖기 위해 자신의 봉급인 ’50을 부르짖는다는 점에서 확신을 갈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그 확신이 자신을 배반하는 순간, 그들이 확고히 믿어왔던 것이 가면을 벗고 맨 얼굴을 보이는 순간, 그들은 질겁하고 두려워하고 결국, 길을 잃고 만다. 그 확신을 가지고 이미 너무나 먼 좁은 길을 달려왔기에, 그들이 돌아갈 곳은 없다. 그들은 그 곳에서 자신이 그동안 잘 못 살아온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그 깨달음은 언제나 한 박자 늦다. 이제 그들 앞에 놓인 것은 결국 자신은 어쩔 수 없었다는 운명이다. 그리고 이 운명은 어느 누구도 자신의 손아귀에서 놓아주지 않는다. 운명은 인간이 만든 시계의 시간과는 다른, ’파도의 시간이다. 운명은 사나운 파도처럼 인간에게 다가오고 밀려오고 몰아붙이고 끝내 삼켜버린다. 그리고 어느새 인간은 알지 못하는 다른 곳으로 그들을 데려가 버린다. 그것은 빈틈없고 완벽하다. 운명은 완전한 원을 그린다.

 

O. 인간이라는 불완전한

그러나 그 운명의 완전한 원에서 인간은 불완전한 원을 그린다. “자신들이 지금 겪고 있는 모든 일이 처음부터 자신들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세상이 어떤 것은 허락하고 어떤 것은 처벌하는 것같더라도, “거기에는 이유나, 설명도, 정의나 희망도 없더라도, “세상은 그냥 존재할 뿐이라도, “인생은 누가 미리 농간을 부려둔 카드와 같더라도, “폭포처럼 쏟아지는 빗속에 고개를 숙이고 서 있더라도, 그들은 그저 지금이 있을 뿐이니, 그냥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들은 그저 다음 걸음을 제대로 내딛는 것이 중요할 뿐이라고 한다. 그들은 다시 고개를 들고 가던 길을걷기로 한다. 그러니 완전한 원을 이루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몫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완전한 원이라는 운명을 받아들이되, 다음 걸음을 제대로 내딛기로 결심하는 그들에게는 알 수 없는 뭔가가 있다. 알 수 없는 뭔가로 인해 원은 불완전해지고 말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은 그 불완전함을 위해 다음 걸음을 걷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불완전한 원을 그린다.

 

O. 불완전한 원이 그리는

 

삶의 가장 고귀한 형태는 자유다. 인간이 인간답게, 구름이 구름답게, 대나무가 대나무답게 사는 것.”

 

어찌 생각해보면, 완전한 원은 그 완벽함으로 인해 자유를 얻지 못하는 것 아닐까. 완전한 원이 그 완전함으로 정확히 어딘가에 정주해있을 때, 그 원은 더 이상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원이 된다. 반면 어딘가 어긋나 있고 부족한 원, 불완전한 원이 그 불완전함으로 부정확하게 어딘가를 헤매고 있을 때, 그 원은 불완전하나 자유롭게 움직이는 원이 된다. 그리고 그러한 불완전한 원들이 모였을 때, 그들은 또 무엇을 그리는가.

 

가게 안에서 그들은 계속 노인에게 많은 이야기를 했다. () 우스갯소리도 늘어놓았다. 그들이 늘어놓는 이야기의 의미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야기들의 흐름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금방 바스라질 것처럼 연약하지만 아름다운 꿈 그 자체. () 이 밤이 지속되는 한 자신이 있고 싶은 곳은 여기뿐이라고 지미 비글로는 생각했다.”

 

끔찍한 포로 생활을 겪고 고향으로 돌아온 그들은, 동료였던 다키 가디너가 죽으면서까지 그토록 꿈꾸었던 꿈, 니키타리스 생선식당 수족관에 갇혀있던 물고기들을 모두 바다로 보내주겠다는 꿈을 함께 돌을 던지고 물고기를 건져내 이뤄준다. 식당 주인인 노인은 그들의 사연을 듣고 생선 요리를 내온다. 이제 저 불완전한 원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들의 이야기는 그들이 입을 열어 말하는 그 순간에만 존재하다 사라진다. 그러나 그 이야기들이 저마다 각자의 길을 걸어가다 우연히 마주칠 때, 마주쳐서 잠시나마 손을 맞잡고 포옹을 할 때, 마침내 이야기들의 흐름이 시작된다. 불완전한 원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연약하나 아름다운 이 이야기들의 흐름. 어쩌면 다음 걸음을 내딛는 것을 결심하는 인간들의 발걸음이 아마 이러하지 않을까. 낫에 배여 툭 불거진 곳이 생겼음에도 그 배인 상처를 그대로 안고 자라나던 그 대나무들처럼, 운명의 파도를 들이 받고 들이 받으면서도 인간은 다음 걸음을 내딛을 것이다. 그 언젠가 연약하지만 아름다운 꿈을 그려낼 것을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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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하루 한 편, 혹은 일주일에 한 편, 그렇게 가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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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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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장을 여니 낮이었고 마지막장을 닫으니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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