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축의 전환 - 새로운 부와 힘을 탄생시킬 8가지 거대한 물결
마우로 기옌 지음, 우진하 옮김 / 리더스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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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과거를 해석하고, 현재를 진단하는 일처럼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주관적 영역이고 그 결과로 인한 영향은 경우에 따라서 개인은 물론 공동체의 존립에까지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10년 후 지금의 세상은 없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문장으로 소개되는 본서의 저자 마우로 기옌은 사회학과 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가지고 와튼스쿨에서 국제경영학을 가르치며 인구와 경제의 변화가 기술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의 상호작용에 관한 세계적인 전문가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내일의 주가를 알 수 있다면, 토요일에 추첨하는 복권 번호를 예측할 수 있다면, 앞으로 진행될 선거의 당선자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결과가 나오면 수많은 전문가들이 자신의 선견지면을 광고하지만, 트로이의 함락을 예측했던 카산드라처럼 선지자의 경고는 성이 함락되고 나서야 예언의 가치가 증명되었다고 합니다.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공명처럼 신출귀몰하게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변화가 심한 난세를 버텨내기가 용이하겠지만 현실에서의 승자는 제갈공명이 아닌 사마중달이었듯이 꿈과 현실은 많은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해방 이후 최대 위기인 IMF를 돌이켜보면 우리나라에서 1995년 쌍용증권에 스카우트된 스티브 마빈은 1997년 <결코 기회는 없다>는 보고서로 외환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했다는 평가를 받은 인물입니다. 1998년 7월 <한국에 제2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책을 출판하기도 하면서 한국 전문가들보다 한국 상황을 더 잘 파악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고 IMF 위기를 예측한 선지자로 평가받았지만 2005년 주가 상승기에는 예측이 빗나가면서 결국 한국을 떠나기도 하였습니다. 그만큼 미래예측은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본서에서는 크게 8가지 주제로 2030년에 일어날 변화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낮은 출생률은 세대구성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새로운 중산층을 만들며, 여성들의 부가 증가하고 도시가 성장하며 기술혁신이 일어나고 소비가 변화돠면서 새로운 화폐가 등장하는 현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현재 시점의 인구구성과 출생률은 객관적 팩트이지만 그 순차적인 파급영향을 예측한다는 것은 주관이 개입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토추 상사의 세지마 류조는 중동의 7일 전쟁을 예측하여 막대한 투자이익을 얻었습니다. 정확하게 전쟁이 7일간 있을 것을 예측하여 전쟁이 발발하자 다른 종합상사들이 전쟁물자를 매입할 때 재고를 모두 처분하여 막대한 이익을 남긴 것이었습니다. 그는 정보보다 중요한 것이 정보를 해석하는 능력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는 전두환에게 88 올림픽을 유치할 것을 권유하고 이병철에게 종합상사 설립을 권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1980년대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을 출판했을 때, 아라비안 나이트의 열려라 참깨처럼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했었는데 당시에 수렴이론이라고 불리던 미래학자들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이제는 대세를 이루어가고 너무나 각광을 받는 현실이 된 것을 생각하면 그간의 변화가 놀랍기만 합니다. 20세기에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고용사회'라는 개념은 이민주가 지은 <지금까지 없던 세상>에서는 평가하기를 포드가 이룩한 고용 혁명을 통한 대략 100년 동안 유지된 사회 시스템이라고 규정되고 있습니다. 포드자동차의 등장을 통한 사회변화로 미국은 자영업의 사회에서 고용사회로 변화하였고 그 변화의 파도를 맞이하여 늦게나마 우리도 20세기 후반부에 고용사회 속에서 살게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제 고용파괴가 시대의 흐름이 되었고 직장이 사라지는 세상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제 생각으로는 본서에서 앞부분에 전개된 8가지 변화에 대한 설명보다 의미 있는 것은 후반부의 <위기는 어떻게 기회가 되는가>라는 글의 내용이라고 생각됩니다. 저자는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것이 2030년을 향한 자신의 목표하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하여 수평적 사고의 7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마우로 기옌의 예측한 결과물을 숙지하기보다는 그의 수평적 사고방식을 배워나가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기옌은 사고방식의 전환을 강조하면서 2030년까지의 변화에서 적응하기 위하여 첫째 멀리 보기는 1519년 아즈텍 제국을 멸망시킨 코르테스를 예로 들면서 멀리 봄으로써 두려움을 극복한 사례를 예시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다양한 길 모색하기는 경영위기에 빠진 레고 회사를 도약시킨 비결이라고 예를 들고 있으며, 셋째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는 잡스가 스마트폰도 태블릿 컴퓨터도 직접 발명하지 않았지만, 작은 변화를 누적시켜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넷째는 막다른 상황 피하기이고 다섯째는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낙관적으로 접근하기라면서 처칠이 말한 "비관론자는 모든 기회에서 어려움을 찾아내고, 낙관론자는 모든 어려움에서 기회를 찾아낸다"는 말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여섯째는 역경을 두려워하지 않기에서는 '모아이'라는 거대한 돌 조각상을 남기고 몰락한 이스터섬을 예로 들면서 몰락의 원인으로 씨족 간의 경쟁, 새로 유입된 쥐들의 폐해, 지구온난화를 예상할 수 있다며 그들의 몰락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상을 계속 바뀌며 변화에 대응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도 변화는 방법뿐이라면서 흐름을 놓치지 않을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때로 많은 참신한 생각들이 너무 시대를 앞서나와 빛을 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최근 브레이브 걸스가 '롤린'이라는 가요로 역주행하여 새로운 대세가 된 것을 많은 전문가들이 다양한 원인으로 현상을 설명하고 있지만 그 전날까지도 당사자들은 물론 가요 전문가들도 아무도 그 결과를 장담하지 못했습니다. 결과는 설명될 수 있지만, 현실은 수많은 선택지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 권역에 자리 잡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문화강국, 혁신과 창의의 중심지라고 호평하면서 본문에서도 한국의 사례를 다수 인용하고 있습니다. 서문의 제목은 바로 이 책의 핵심인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라는 주장입니다. 8가지 변화의 흐름을 언급하면서 2019년 뉴욕타임스에 실린 "폐교 위기에 처한 초등학교에 입학한 한국 할머니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언급하기도 합니다. 학교를 졸업하면 공부와 담을 쌓던 시절이 아닌 평생학습의 시대가 이미 시작되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째 주제 출생률에서는 아프리카의 베이비 붐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비제이 마하잔이 지은 <아프리카 파워>도 변화하는 아프리카를 소개하는 좋은 책이 아닐까 합니다. 저자는  높은 경제성장률과 사모펀드, 이를 촉진하는 휴대폰과 뱅킹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기존의 동물의 왕국으로 여기는 아프리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있습니다. 20세기에 동북아가 보여주던 역동성을 이제 아프리카 대륙이 보여주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민자의 영향을 언급하면서 저자는 그중에 하나로 제임스 김, 한국명 김주진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와튼스쿨을 졸업하고 1969년 반도체 제조사 엠코 테크놀로지를 세운 인물을 통하여 이민자의 힘을 예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이민자의 힘이 변화의 큰 축이 된다는 것입니다.


2장에서는 노령화의 의미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으며 운동능력과 이동성이 떨어지지만 경제력이 있는 실버세대가 갖는 의미에 대하여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16년 윤여정 배우가 출연한 이재용 감독의 <죽여주는 여자>는 한국의 노인문제의 그늘을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3장 중산층에서는 미국과 유럽이 시장의 기준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두터운 중산층이 존재했기 때문인데 앞으로 2030년이 되면 중국과 인도 경제가 그 자리를 대치할 것이고 그 이유도 새로운 중산층의 존재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변화에 둔감하면 월마트가 눈 덮인 산이 없는 브라질에 스키를 팔려다 낭패를 보고 소량 구입을 원하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대용량 포장을 강권하다 시장에서 철수한 쓰라린 경험을 하게 된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에 추가하여 최근 한국에서도 논쟁의 화두가 되었던 기본소득제에 대하여 2018년 2월 미국인들의 찬반 비율이 엇비슷하다는 사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과 다르게 미국경제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배당금 때문에 노동 의욕이 꺾이는 일은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4장에서는 여성들이 2030년에 완벽한 양성평등을 기대하기에는 성급하지만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은 변화하게 될 것은 에측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에서 주장했듯이 빈부의 격차는 점차 늘어나듯이 기존의 불평등이 완화되거나 역전될 증거가 부족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책에 소개된 다양한 사실들도 앞으로 여성과 남성의 경제력 역전이 필연적이라고 설명하기에는 설명력이 부족하지 않은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런 방향으로 진행해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이지만 모계사회처럼 여성이 부를 장악했던 시절이 굉장히 오래전 있었던 사실로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6장 과학기술이 바꾸는 현재와 미래에서는 VR 장비는 환자의 신경 계통을 적절히 자극할 수 있으며, 다라서 신경가소성을 통해 운동 체계와  인지 체계 모두를 자극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한국 연구진들이 찾아냈다는 것을 언급하고 있다. 애플로 인한 스마트폰 혁명, 테슬라로 촉발된 전기차 혁명 모두 조만간 우리가 마주칠 가까운 미래의 모습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7장 소유가 없는 세상은 공유경제가 갖는 장점인 한정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임을 언급하고 있다. 존 레넌과 오노 요코의 노랫말에 나오는 "소유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세요"를 인용하고 있다. 2030에 가능할지는 의심스러운 주장이 아닐까 한다 8장. 너무 많은 화폐들에서는 환경보호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얼마 전 유시민과 정재승의 토론이 생각나는 지점이다. 의도가 좋다고 꼭 좋은 결론이 나는 것이 아닌 경우가 많은 것을 생각할 때, 조금은 낭만적인 전망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토플러의 1980년에 했던 미래예측은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그 주장들이 하나씩 현실화되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우로 기옌의 예측이 얼마나 현실화될지는 표지에 나와있듯이 10년이 지난 2030년에 확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의 예측의 정확성을 확인하기보다는 저자가 후반부에 언급한 7가지 수평적 사고의 원칙을 따라 각자에게 다가올 미래의 변화에 대응한다면 우리가 바라는 바람직한 미래의 모습에 보다 가까운 현실이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걸어가면 길이 만들어지듯이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가야만 미래의 역사에서 희생자가 아닌 변화의 촉진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군생활을 한 사람들은 누구나 동의하듯이 군대에서는 참모총장이 누군가보다 직계 선임이 누군가인가가 우리의 삶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다만 큰 틀에서 우리의 생각을 흔드는 책에 있는 다양한 사례들은 하나씩 음미하면서 확인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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