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의 권력이동 (포켓북) - 청소년교양필독서 스께치북
이슈투데이 편집국 엮음 / 이슈투데이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서두에 권력이 디지털에서 나오고 있다고 하면서 가정에서 가구를 구입할 때 결정권을 누가 행사하는지를 질문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가정주부가 결정했지만, 디지털시대로 넘어가면서 주부에서 디지털 지식이 풍부한 10대 및 20대 초반 세대의 발언권이 주부와 공유되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기업에게 무서운 상품구매 권력이 '부모 세대'에서 '자식 세대'로 대거 이동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된 것도 대학교수나 언론인 같은 '전통적 여론 주도층(Traditional Opinion Leader)에서 '인터넷 여론'으로 정치권력이 이동하였기 때문에 가능하였다는 것입니다. 이후 2007년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 워>가 개봉되었을 때도 전문 평론가들은 수준이하의 영화로 비판한 반면 온라인 상의 아마추어 평론가들은 '불거리가 많은, 재미있는 영화'라고 옹호했는데, 이는 과거와 같은 문화계 주도층의 권위가 예전같지 않았음을 나타내는 현상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디지털 권력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부상한 시기에서 2002년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 해는 한일 월드컵에 등장한 붉은 악마의 응원, 미국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으로 촉발된 촛불 시위인데 이들은 그 이전과는 전혀 다른 '힘'에 의하여 움직인 특징이 나타났습니다. 이어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정국의 촛불 시위, 그리고 그의 서거 이후의 추모 움직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등으로 이어지면서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반발하여 2008년 7월 7일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의 주요 언론사가 포털 사이트 다음에 대한 뉴스 정보 제공을 중단하기도 하고, 아고라 토론방의 게시글에 대한 IP 일부를 공개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자유로운 정치적 발언을 막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포털 사이트가 디지털 권력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것을 반영하는 흐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가 <천개의 고원>에서 리좀(구근) 구조가 존재함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종래의 뿌리, 줄기 구조는 위와 아래, 중심과 외곽의 위계 구조가 있지만, 리좀(구근) 구조는 상하의 위계 구조가 없으면서도 하나의 유기적인 구조로 스스로 재생산해 나간다는 것입니다. 촛불 시위사건에서 경찰은 수사를 통하여 사건의 배후를 조사하여 주동자와 단순 참여자로 이루어진 '조직 사건'화로 구성 하려고 하였지만 시위 참가자는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았고, 누구에게 지시하지도 않은 관계라고 말하고 있었고 그것이 또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은 시대적 변화를 나타내는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채만식이 1946년 발표한 소설 <논 이야기>는 주인공 한생원이 일제시대 빼앗긴 자기 땅을 해방된 나라에서 도로 찾을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지만, 땅을 찾으려면 돈을 주고 다시 사야 한다는 말을 듣고 절망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는 종래에는 권력자는 바뀌었지만 권력 자체의 성격 변화는 없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정치권력자의 변동이 아닌 정치권력이 변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1990년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권력이동>에서 폭력이라는 저품질 권력에서 부라는 중품질권력으로 다시 지식이라는 고품질 권력으로 권력의 원천이 변화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지식정보사회를 논하고 있습니다. 이제 정치적 의제 설정에 있어서도 과거에는 기득권층과 제도권에서 이루어지던 것이 이제는 누구나 의제를 자유롭게 제시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를 순식간에 전달할 수 있는 기술적인 수단이 갖추어졌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디지털은 아날로그와 같은 효과를 내면서도 재생산에 거의 비용이 들지 않고 제어가 용이하고 신속하다는 장점이 있는데 이러한 변화로 '트윈슈머(twinsumer)'와 같은 다른 사람의 사용 후기를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소비자라든가 '얼리 어답터'.나 '캐즘' 과 같은 새로운 현상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등장하게 되었고 인터넷에서느 정보의 신속한 확산과 선점자의 시장 지배력으로 인하여 속도가 생명인 시대로 변화되었고 기업내에서 정보통신 전문가 CTO(Chief Technical Officer 최고기술경영자)의 중요성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디지털 언론의 장점을 살펴보면 첫째는 속도이고 둘째는 훨씬 많은 정보를 저장하며 셋째, 파급효과가 엄청나고 넷째 권력으로부터의 해방되었다는 점입니다. 이에 따라 <딴지일보>, <오마이뉴스>와 같은 인터넷 언론사가 나타났고 블로거들이 나타나면서 단점으로 악플로 인한 정신적 상처로 자살에 이르거나, 불법 펌질 등 언론 윤리에 따른 책임의식이 요청되기도 하였습니다.


100년전만 해도 수공업이 당연시 되었고 힘이 필요하면서 남성에게 유리한 여건이었으나 지식산업사회가 되면서 여성도 기회를 제공받게 되었습니다. 박완서의 <호미>에서 서술한 '어머니들이 척박한 환경에서도 딸에게 최고의 교육을 시키면서 귀 따갑게 하신 말씀이 '너는 나 같은 세상 살지 마라'라는 비원이 이루어지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결과 김현기의 <여성의 힘이 기업의 경쟁력이다>에서는 미국 400대 기업에 대한 조사에서 전통산업에서는 여성 CEO가 1%, 임원이 6%였지만, IT산업에서는 여성CEO가 7%, 임원이 45%나 되었고, 1890년때까지 유럽에는 여자 의사가 없었지만 각계각층에서 여성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시대가 열려 있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미국에 이어 세계2위의 인터넷 보급률을 자랑하지만 상위 5%가 전체 데에터의 50%를 차지하고 하위 50%가 데이터의 5%를 차지하는 극심한 정보 격차를 나타내고 있는 점도 문제이고  세계의 정보 통신 자원의 3/4가 선진국에 집중되어 있는 점도 문제의 하나인데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도 강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인터넷이 초래한 정보사회는 과거 중앙집권적이고 폐쇄적이고 일방적인 뉴스 전달에서 "모두 말하고 모두 듣는다"는 집단적인 뉴스 전달 체제로 바뀌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으며 개인의 힘, 1인 미디어의 힘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이 유튜버인 세상이 된 것도 이런 변화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1980년대 토플러와 같은 미래학자들의 주장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논쟁의 틀 안에서 수렴이론으로 불리우기도 하였습니다. 체제논쟁은 무의미하며 과학기술의 발전이 미래의 헤게모니를 지배할 것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과학기술의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당연하고도 의미있는 지적이었으나 미래의 사회가 유토피아가 될 것인지 디스토피아가 될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생각합니다. 미래가 디스토피아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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