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향 1 - 도망녀와 악귀
백우영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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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 5권이라는 분량이 부담이 됐다. 요즘 처럼 편함과 안락함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5권이라니, 그것도 모두가 어렵다는 불경기에 정말 겁없는 출판사 아닌가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하지만 그런 염려는 1권을 읽으면서 서서히 사라졌다. 어린 자향과 그를 쫓는 포교들, 그리고 자향의 도망감을 도와주는 여러 서민들의 모습들이 친근했다.이전의 역사소설을 보면 양반들, 즉 소위 과거에 합격하여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중심이었는데 이 소설은 철저히 조선시대 평범한 사람, 서민의 모습이 중심이 되어 더욱 애착이 갔다.

아마도 작가는 무엇보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감각을 아는 것 같다. 잡힐뜻 잡히지 않는 자향의 모습과 한고개 넘으면 또 한고개의 어려움이 등장하고 해결하는 모습속에서 마치 드라마의 내러티브를 읽는 듯 하다. 그래서 5권이라는 분량이 부담이 안됐는지도 모르겠다. 이미 많은 영상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소설도 그렇게 따라 오지 않으면 대중들에게 외면을 받을 것이라는 작가의 의지는 높이 살만하다.

과거 종이세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나름대로 소설에 대한 향수가 있을 것이다. 글을 보면서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는 것은 아직 영상이 발전하지 못한 세대들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었다. 그 향수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이 있지만 이제 요즘의 세대는 다르다. 어렸을 때부터 수많은 그림채고가 영상을 맛본 덕에 과연 이제 왠만한 소설가지고서는 끄덕도 안하는 것이 요즘 젊은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의 입맛을 <자향>은 적절히 맞춘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에 아쉬움도 따른다. 우선 책의 편집이 너무 빡빡하다. 종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부담이 가는 편집이다. 조금더 눈의 피로를 덜해 주는 편집이 아쉽다. 또한 중간중간에 각주를 넣었는데 새로운 시도로서 참신하다. 하지만 드문드문 등장하는 여러운 단어들 역시 부담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면 우리들은 너무 옛말에 잃고 살지 않을까 라는 자문도 해 본다. 정말 우리의 좋은 말들이 있는데,,,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도 그렇다. 함지박귀, 장작눈섭, 노린내, 한강독사 등의 이름은 너무나도 정감이 간다.

이 세상의 모든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노린내, 그 누구 보다도 빠른 걸음을 갖고 있는 달음박질쟁이 욱자, 마치 제갈량과 같은 신기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정염, 서빙고 얼음군관 강한의 아들 인 보강무당 등 ........ 그들의 모습을 다시 떠올려보면 정감을 느낌은 물론 금방이라도 소설밖으로 튀어 나올 것같다. 정말 요즘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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