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게임의 법칙
딕 모리스 지음, 홍수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에필로그의 제목인 ‘이겨야 할 때 이겨야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책의 성격을 한마디로 전달한다. 저자는 선과 악, 정의와 불의 등의 가치판단과 현실 정치를 연결시키지 않는다. 20세기의 운명에 영향을 미쳤던 주요 선거를 대상으로 하고 그 선거의 결과를 근거로 삼아 역순으로 선거과정을 파고들어 분석한 내용을 총 6개의 파워게임에 작용하는 주요 전략으로 제시한다. 6개의 전략을 다루는 장마다 모두 승자와 패자를 대비시키며 미 대통령 선거로 대표되는 오늘날의 대의민주주의국가의 선거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머릿 싸움의 이면을 생생하고 설득력있는 예를 들어 설명한다. 오랜 기간동안 선거판에서 적들과 무수한 실전을 치르며 지내온 책략가답게 승리를 위한 각종 술수, 캠페인, 방향 설정과 회피술, 의도된 수사에 의한 현혹, 이미지 조작 등에 대한 설명은 생생하면서도 미시적인 관점에 빠지지 않고 거시적인 전략가의 시선에서 서술되고 있다.

이상의 이 책의 좋은 쪽이라면 반대 쪽의 한계에 대해서는 할 말이 훨씬 많다. 오직 선거에서의 득표율만을 최고의 가치로 설정하고 우민을 대상으로 한 포퓰리즘을 추구하는 워싱턴내의 술수를 전략으로 정당화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독자들이 거부감을 가질 것이다. ‘역사에 기여할 기회’를 얻기 위해 승리해야만 한다는 주장은 결국 승자의 논리일 뿐이다. 슬픔이 살아남은 자의 의무인 현실에서 살아남은 자의 변명은 항상 ‘살아남아야 기회가 있다’가 아니었던가? ‘이겨야 할 때 이겨야 꿈을 이룰 수 있다’와의 차이점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물론 저자에게 이 물음에 답할 의무는 없다. 프롤로그에서 ‘시민이나 유권자가 파워의 작용과 운용실태를 제대로 이해할 경우, .. 사람들이 자신의 개인적 이익과 공익을 위해 협력하는 방식을 좀더 깊이있게 파악할 수 있다 하겠다’라고 말한 대로 ‘돈을 받고 전략을 파는 ‘모사꾼’에 불과’한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터득한 정치가들의 행태와 정치 선전을 진실을 유권자들에게 알리고 싶을 뿐 그 어떤 초월적인 가치 판단에 대한 조언을 하려는 의도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실제로 매일 일어나는 파워게임의 양상을 철저하게 현실론에 근거하여 분석한 글이지만 선거의 결과에 휘둘리는 일개 유권자의 입장에서, 혹은 높으신 동네의 결정을 일방적으로 추종하는 월급쟁이의 입장에서는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총 6개의 파워게임의 전략으로부터 세상 모든 인간관계로 확산되는 원칙을 발견하기에는 제시되는 하나하나의 사례의 규모가 너무 크고 생소한 것들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으로부터 입은 최대의 혜택은 현대사에 대한 흥미를 다시 살려낸 것과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판의 파워플레이에 대해서 나름의 견해와 관심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책의 가장 마지막 장이면서 가장 길고 가장 많은 사례가 소개되는 제6장에 어쩌면 저자는 자신의 견해를 숨겨놓은 듯하다. 6장의 제목은 ‘원칙이 아니라 싸우는 방법을 바꿔라’이다. 이 책의 독자 모두가 시민으로서 다음과 같은 태도를 가진다면 저자는 행복해 할 것이다. 어떤 이데올로기를 가지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현실 문제에 대해 어떻게 투표권을 행사할 것인가, 나아가서 어떻게 나의 의견을 관철시킬 것인가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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