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 대하여 : 1979~2020 살아있는 한국사
김영춘 지음 / 이소노미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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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책 표지만 언뜻 봐서는 어떤 내용의 책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책장이 연상되는 그림으로 책 제목까지 만들어냈다. 자세히 들여다 봐야 사진과 부제가 보이고 한국현대사가 내용이겠거니 유추가 되었다. 저자는 어떤 뜻으로 이 책 제목을 고통에 대하여..라고 지었을까? 책을 읽기 전까지는 저자가 누군지도 몰랐다. 조금의 선입견도, 정보도 없이 읽은 책은 부마항쟁의 마지막부터 시작한다.

1. 책을 읽다보면 왜 한국현대사를 고통이라고 표현했는지 이해가 된다. 독재시절 민주화를 위해 투사가 되는 국민들, 민주화를 이루고 그 토대를 닦았으나 경제적으로 휘청이는 나라, 경제를 바로잡다보니 생기는 무수한 부작용들, 나라 안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 안에서 겪게 되는 고통들일지도 모른다.

저자의 발자취는 참 신선하다. 한 집단에 꾸준히 몸을 담고 있었던 게 아니라 한나라당의 YS를 거치고 열린우리당에 입당했으며 민주당에서 활동을 한다. 선거철만 되면 당적을 옮기는 정치인들을 빗대 "철새"라고 표현을 하기도 하는데 저자의 단순한 정치 행적만을 본다면 그렇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뉴스의 헤드라인으로만 접하는 정치이야기가 다인 과거의 나를 포함한 일반적인 국민들이라면 말이다. 예전에는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같이 한 곳에 몸 담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당을 바꾸는 것은 변절자 라는 생각을 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생각이 확 바뀌었다. 사람 하나만 놓고 본다면 더없이 훌륭하고 좋은 사람이 당에 들어가면 당의 색깔로 스스로를 칠하고 과거 자기만의 색깔은 없이 당의 허수아비가 되어버리는 듯한 정치인들을 많이 보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왜 우리나라에는 자기 소신 없는 사람들이 정치를 할까, 요즘의 정치인들은 진짜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선비정신은 없고 그저 국회의원이라는 것을 하나의 고수익 직업으로 여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려 말 신진사대부 어쩌면 그 이전부터 시작하여 훈구파와 사림파, 남인과 북인, 노론과 소론, 위정척사파와 개화파로 이어져 내려오는 것처럼 같은 길을 가던 동지라 해도 어느 시점에 의견이 안맞고 조율이 안되면 본인과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자의 이력이 오히려 소신있는 정치인의 행보라고 느껴졌다. 한나라당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고 노무현 대통령을 칭찬했던 그 정치인이 저자였던 사실에 너무 반가웠다. 논란이 일었던 그 당시에 뉴스를 보면서도 그 정치인을 걱정했던 게 생각이 난다. '저 사람 당에서 괜찮을까?' 아니, 우리나라에 저런 정치인이???!!!

2. 그런 이가 쓴 고통에 대하여, 한국의 현대사 책은 좌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사건사고를 바라본다. 저자 개인의 생각이 당연히 들어가 있지만 저자는 적이라 해서 무조건 폄하하지 않고 동지라 해서 무조건 칭찬하지 않는다. 그래서 마음에 들고 더 믿고 볼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의 나처럼 뉴스 헤드라인으로만 정치를 보는게 답답했던 사람들, 뉴스만으로는 알쏭달쏭하고 더욱 그 속 이야기를 알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꼭 추천하고싶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YS를, DJ를 다시보게 되었다. 앞으로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들도 편견 혹은 굳은 생각을 깨게 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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