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맹 - 자전적 이야기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백수린 옮김 / 한겨레출판 / 2018년 5월
평점 :
우리는 어떻게 작가가 되는가? 영원히 답할 수 없는 이 질문에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이 작은 책으로서 답하는 듯하다.
우리는 작가가 된다. 우리가 쓰는 것에 대한 믿음을 결코 잃지 않은 채, 끈질기고 고집스럽게 쓰면서.
‘문맹’은 열한 개의 짧은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장들은 모두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가장 친밀했던 과거의 기억이자 요약이다. 무엇보다 자발적인 자신의 이야기이다. 책에 쓰인 모든 단어는 공정하며, 균형 있고,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게, 20세기를 살아가던 작가이자 여성인 한 이방인의 삶을 드러낸다. 그리고 어떤 면에선 놀랍고 슬프게도 ‘이방인’과 ‘여성’이 가진 삶의 무거움은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녀에게 낯선 곳으로의 이주와 프랑스어라는 새로운 언어는 하나의 커다란 벽이자 도전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시계 공장의 노동을 견디며 글을 썼고, 아이와 함께 새로운 언어를 배웠다. 외로움과 상실 앞에 결코 무릎 꿇지 않았다. 내가 이 책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독서와 글쓰기, 그리고 삶에 대한 그녀의 용기였다. 아름다운 글쓰기 뒤에 있어야 하는 치열한 삶의 순간 같은 것.
‘문맹’은 작고 얇으며 극적인 소설도 아니지만, 아주 두껍고 큰 강도로 가슴을 울린다. 그녀가 겪었던 고통스러운 경험, 깊고 표현할 수 없는 어려움은 간단하고 정확하고 단순한 단어들을 통해 가슴에 와 치명적으로 피어난다. 모든 이야기가 그렇듯이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세계 또한 그녀의 인생에서 시작되었다. 물론, 이 작은 책으로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모든 것을 읽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녀의 시작을 함께할 수는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