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피아노 -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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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니 마음이 편안하다. ‘선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좋다. 바람이 불듯 씽씽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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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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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눈물이 나네요... 공부하기 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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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E. W.
김사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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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밌습니다! 재밌으니 읽으세요!



2.

‘N. E. W.’를 읽긴 읽었는데, 뭔가 좀 적으려니 되게 좀 그렇다. 뭐라고 적지? 일단, 멋있고, 세련되고, 새롭고 그런 말은 하고 싶지 않다. 그런 말 들으면 기분이 좋을까? (좋으면 하죠 뭐…….)

아무튼, 그런 말은 이 소설과 어울리지가 않는다고요. 이 소설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굳이 말하면, 네이버 웹툰 같기도 하고. 레진 코믹스에서 연재되면 딱일 거 같은, 하지만 19금 장면이 없으니 그건 또 안 될 거 같고. 아무튼 테크노 스릴러가 아닌 테크노 로맨스 불륜(?) 느낌의 분위기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도 생각해봤지만, 아 이건 좀 너무 갔네요. 아무튼, 그런단 말이지.

김사과 작가는 몸으로 쓴다, 너무 몸으로 써하는 얘길 어디선가 주워들었던 거 같은데, 이 소설은 신기하게 그 몸이 없는 거 같다. 몸이 사라졌다. 사라졌다면 어디로? 나야 모르죠. 그럼 몸이 사라진 자리엔 뭐가 남았나. 그림자가 남았나? 아니다. 병이 남았다. 병이라고? 그래, , , .

간단한 느낌은, 병 맛 소설이라는 것. ‘X’ 맛이란 얘기는(저 이 말 싫어합니다) 아니고, 말 그대로 Bottle() 맛이라는 거.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하고 물으신다면, 안에 도대체 뭐가 들었는지, 그게 사과주스인지, 화이트와인인지, 하이네켄 맥주인지는 알 수 없고, 그저 단단한데 또 금방 깨질 거 같은, 색은 또 왜 이렇게 시커멓고, 시초롷고, 하여튼 병 맛만 난다는 거. 속을 알 수 없는 주인공들이 아니라, 속은 중요하지 않은 주인공들이, 속 같은 건 진즉에 내던져버린 주인공들의 이야기라는 것. 그래도 설마, 그게 다 은유지 않겠어요? 어찌 소설에서 속이 중요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순진하셔라 하고 물으신다면, 나야 모르겠어요. 그냥 그렇게 읽히던걸요.

얼마 전 모 사이트에 실린 김사과 작가의 초단편을 읽었을 때 아, 뭐지, 원래 이런 거 쓰셨나? 혹시 재벌 3세인데 그동안 숨겨온 건가? 아니면, 그사이 소설 판매가 부진해서 모 백화점 명품 매장에라도 근무하셨나? 하고 이상한 추측을 불러올 정도로 명품에 빠삭하다 싶었는데, 아마 그게 다 이 소설을 쓰고 있어서 그랬나 보다, 하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랄까. 아쉬웠다, 랄까. 왜 아쉬워요? , 소설가 중에 그 흔하고 흔한 재별 3세 한 명 없잖아요. 오손그룹은 됐으니 뭐 한손이나 오존이나…… 이쯤 쓰면 아마 , , 소설 안 읽었네. 안 읽고서 엉뚱한 말만 하는구나하겠지만 난 정말 다 읽었다. 출퇴근하면서, 버스 타고, 전철 타고, 전철 갈아타고, 다시 버스 타면서 정지용이 이하나에게 2,500만 원짜리 팔찌 사주는 얘기 같은 거 다 읽었다고요. 팔찌 두 개나 사줬잖아요. ‘정지용’, ‘이하나’, ‘최영주나오잖아요. , 맞아요, 최영주라는 이름 보자마자 오영주 씨가 생각났어요. 오영주 씨 좋아합니다. , 그런데, ‘핱시3’는 언제 하지, 아아. 아마 다들 그럴걸요? 맞죠? 그렇죠?

‘N. E. W.’를 읽긴 읽었는데, 뭐라도 좀 적으려니 되게 그렇다. 뭐라고 적지? 최영주가 LAB호텔 서재에서 유한계급론을 읽던 장면은, 보드리야르의 아메리카를 꺼내 드는 장면은, 정말 멋졌는데. 샤넬 백처럼 멋지더라.

 

너무나도 얇아서, 불어난 가슴과 불룩 튀어나온 배의 형태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옅은 카키색의 브루넬로 쿠치넬리 캐시미어 롱드레스에 아이보리색의 에르메스 슬라이드 샌들을 신은 최영주가 양팔 가득 책을 안고 문제의 서재로 들어섰을 때,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꽂혔다. 가득 들린 책을 지탱하고 있는 희고 가느다란 팔의 한쪽 끝에는 커다란 롤렉스 시계가 금빛으로 번쩍였다. 서재를 채우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백인 남성들로, 그들의 앞에는 월스트리트 저널이 놓여 있는 것이 고작이었고, 대부분 시시한 잡담을 나누거나 아이폰을 두드리는 데 몰두해 있었다. 최영주는 유일하게 비어 있는 서재 한가운데 놓인 커다란 1인용 소파에 앉아 들고 온 책을 발 아래 깔린 붉은 카페트 위에 내려놓았다. 그녀는 제일 위에 놓여 있던 책인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다.

(중략)

 

그다음 날 오후 같은 시간에도 최영주는 서재로 와서 책을 읽었다. 이번에는 정지용도 함께였다. 그는 최영주에 맞은 편에 앉아 말없이 제인 오스틴의 맨스필드 파크를 읽기 시작했다.

그다음 날, 최영주가 보드리야르의 아메리카를 꺼내 들었을 때 서재의 반대편에서는 조너선 프랜즌의 자유를 읽는 여자와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를 읽는 남자가 발견되었다. 서재가 미묘하게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다음 날, 한 유럽계 남성이 헨리 제임스의 황금 주발프랑스어판을 든 채로 여느 때처럼 독서에 물두해 있는 최영주의 근처를 얼쩡거리다가 정지용에 눈에 띄었다. 그는 정지용과 눈이 마주치자 어색하게 뒷걸음질 쳐 떠나갔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정지용이 책을 내려놓고 주위를 살펴보았는데 놀랍게도 서재 안의 모든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었다. 심지어 정지용의 뒤쪽에 앉은 동양계 여자는 한강의 채식주의자영어판을 읽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고민하던 정지용은 곧 이 기이한 현상의 창시자가 최영주라는 것을 깨달았다.

대단한 여자다.’

 

아무튼 소설의 중요한 인물 중에 정대철이 있다. 오손그룹 회장이자 정지용의 아빠. 중요하니까 앞에부터 나오는 걸 테고. 아무튼 정대철도 병(Bottle) 맛이다. 아니, 병 그 자체다. 그런데 조금 다른 게, 거리를 돌아다니며 빈병을 팔아 살아왔다는 것. 정지용은 아빠와 다르게 살길 원한다. 3백 년간 계속될지도 모르는(자기가 그 아버지가 되고 자기 자식이 그 아버지가 되는) 아버지의 세상을 끝내기를


새로운 시대엔 새로운 시대에 맞는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새로운 세계에 걸맞은 환상이요.


아무튼, 정지용은 빈병을 파는 삶 대신, 자신의 병 속을 들여다보고는 삶을 선택하는데, 흠칫하고야 만다. 고귀하고, 신성하고, 텅 빈 병 속에, 텅 빈 줄은 알았겠지만, 이렇게나 텅 빈 줄은 몰랐을 거고, 거기에 무언가를 넣기를 원한다. 그러고는 플라스틱 병이긴 해도 속에 무언가가 가득 들어 있는 이하나를 보곤 쫓아가는 것이다. 정지용이 보기에 그 안에 든 게 좀 싸구려 같긴 해도, 사실 세상에 남은 건 싸구려뿐이니까. 아무튼 이하나의 병 속엔 휴롬디바에서 흘러나온 매끈한 즙이 아니라 3만 원짜리 믹서기에서 갈아져 나온 마시면 목에 턱턱 걸리고 재채기가 나던 주스가 들어 있었고, 정지용은 그 텁텁한 주스와 사랑에 빠진다, 건더기까지 다 먹어야 하는 건강함에! 지난 시대가 병만 있어도 뭐든 할 수 있는 시대였다면, 빈 병은 넘쳐나고 그 병을 팔아 엿을 바꿔 먹을 수 있었던 시대였다면, 지금의 시대는 그 병에 무언가를 채워야 하는 시대다. 유리병을 가진 이들이 플라스틱 병에 담긴 것들을 가져와야 하는 시대. ‘휴롬디바만으로는 부족한 시대. 디바가 아니라 바디가 필요한 시대. 그 찌꺼기를 모아 볶음밥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되팔아 그 건강한 텁텁한 즙과 바꿔야 하는 시대. 그게 ‘N. E. W.’가 아닐까. 최영주의 페이크 다큐도, 정지용이 이하나를 사랑한 이유도. 그 새 거짓말 때문은 아닐까. 아니, 새로움이 거세된 시대가 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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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소설
양선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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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라크르니... 사실 어려운 말은 잘 모르겠고, 이 책엔 재밌는 문장들이 많다. 바람이 미장삽처럼 백사장을 평평하게 쓸고 다닌다고? 가끔은 독서가 불편을 참기도 해야 하는 법. 그것 또한 재미라면 이 소설이 그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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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과 광기의 일기
백민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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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정말 좋은데, 왜 다들 안 읽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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