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강하고 빠른 것에 대한 신앙, 이것이 지난 100년간 우리를 지배해 왔다. 시각이 다른 감각을 모조리 먹어 치운 탓이다. 무엇보다 청각의 소외가 극심해졌다. 현란한 스펙터클을 좇느라 그것이 초래하는 균열음은 듣지 못했다. 존재의 깊숙한 데서 울리는 소리는 더더욱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안과밖의 소리에 모두 무감각해졌다. 소리는 파동이고 이파동의 진원지는 신장의 물이다. 청각의 소외와 더불어 우리 존재의 평형수도 고갈되어 갔다. 시인들이낸 합동 추모시집의 시구처럼,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그렇다. 소리와 파동은 존재의 평형수다. 실제로 내이에 있는 전정과 세 개의 반고리관은 평형감각을 담당한다. 이 부분이 손상되면 몸의 균형이 깨져서 수시로 넘어지게 된다. 몸이 휘청했다가 다시제자리로 돌아오는 복원력도 여기서 비롯한다. 더 나아가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게 된 원천도 거기에 있다. 다시 말해 청각이 제대로 작동해야 중심을 잡고서 있을 수 있다는 것. 걷는 것도, 뛰는 것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