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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 - O.S.T.
한스 짐머 (Hans Zimmer) 작곡 / 워너뮤직(WEA)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Music composed by HANS ZIMMER  and  JAMES NEWTON HOWARD


Why so serious? (09:14) / I'm not a hero (06:34)

Harvey Two-Face (06:16) / Aggressive expansion (04:35)

Always a catch (01:39) / Blood on my hands (02:16) / A little push (02:42)

Like a dog chasing cars (05:02) / I am the Batman (01:59)

And I thought my jokes were bad (02:28) / Agent of chaos (06:55)

Introduce a little anarchy (03:42) / Watch the world burn (03:47)

A dark knight (16:15) 

 

 아직까지도 국내 영화팬들에게 깊이 각인되어 있는 팀 버튼의 '배트맨(Batman)'은, 배트맨을 전형적인 수퍼히어로가 아니라 부모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과 범죄자에 대한 분노로 마음 한 구석이 일그러진 지극히 인간적인 영웅으로 그려냈다. '수퍼맨(Superman)' 이후 이렇다할 소식 없이 잠잠했던 수퍼히어로 영화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놓았던 것이다.

 그러나 조엘 슈마커 감독이 화려하게 재탄생시킨 '배트맨 포에버(Batman Forever)'가 그 배트맨의 위상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놓았다. 흥행은 성공했으나, 자기 고뇌가 사라진 배트맨과 유치하기 짝이 없는 악당들이 "SHOW"를 하는 바람에 예전의 진중한 분위기는 허공에 날아가 버렸다. '배트맨과 로빈(Batman & Robin)'에 이르러 더욱 두드러진 배트맨 일행과 악당들의 유치뽕짝 버라이어티 쇼는 결국 심각한 부작용으로 되돌아왔다. 영화는 흥행과 비평 양쪽 모두에서 참혹한 실패를 겪었고, 영화의 대실패로 인해 배트맨의 여러 차기작들과 기획들이 줄줄이 무산되었다. 배트맨 시리즈는 거의 사장되다시피 했다.

 '배트맨 비긴즈(Batman Begins)'는 이러한 배트맨 시리즈를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는 야심찬 기획에서 출발하였다. 이번에 메가폰을 넘겨받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잔혹 동화나 버라이어티 쇼 같았던 전작들과는 다른 노선을 취했다. 배트맨의 탄생을 현대적인 관점으로 재해석하고 각종 설정과 이야기 전개, 액션 연출에 리얼리티를 부여한 것이다. 만화나 영화에서만 존재할 것 같은 배트맨이 정말로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 것만 같은 현실감을 불어넣은 덕분에 어둠 속에 웅크린 이 다크 히어로는 성공적으로 부활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배트맨이 악당들에게 공포로 각인되는 과정이 꽤 흥미로웠다.

 그리고 지난 2007년에 티져 예고편이 최초로 공개되기 시작하면서 후속편이 3년 만에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바로 배트맨의 또 다른 별칭을 따온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다. 전작들과는 달리 '배트맨'을 넣지 않은 작명에 의문이 생길 법도 한데, 이는 다크 나이트가 전편의 이야기 구조를 단순하게 반복하며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게 아니라, 새로운 방향으로 이야기를 보다 크게 확장시켜서 풀어내기 때문이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박쥐에 대한 공포를 다스리고서 악에 대한 분노를 품은 어둠 속의 영웅으로 거듭나는 배트맨의 탄생을 다루었다면, 다크 나이트는 악을 소탕하려는 배트맨의 노력이 오히려 보다 더 큰 악을 불러온 상황을 그림으로서, 자신의 입장에 대해 심각하게 고뇌하는 배트맨의 모습을 리얼하면서도 무겁고 냉정한 연출 속에 담아냈다.

 그야말로 순수한 절대악(惡)의 화신 조커와, 그와 정반대점에 있는 절대선(善)의 대변자 배트맨의 극과 극의 대결을 그리면서, 또 한 명의 절대선의 대변자인 열혈 검사 하비 덴트가 배트맨의 숙적으로 잘 알려진 투 페이스로 타락하는 과정과, 고담 시의 시민들이 극한의 위기에서 선과 악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선과 악의 모호함과 그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고담 시의 정의 구현을 위해 오명을 뒤집어쓰는 일 정도는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듯 자신의 명예를 미련없이 내던지고 도망치듯 사라지는 배트맨의 뒷모습은 슬프면서도 가슴이 찡하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리얼리티를 고집한 덕분에 수퍼히어로 영화가 아니라 범죄 느와르 영화처럼 만들어진 다크 나이트는 2시간 30여 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러닝타임 내내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 긴장감의 중심에는 조커가 있다. 그의 악마적인 카리스마는 이 영화를 끌고 가는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이다. 그는 질서가 파괴되고 혼돈이 도래하는 광경을 보고 싶을 뿐, 돈과 권력에는 관심이 없다. 배트맨에게는 그야말로 최악의 적인 조커의 치밀하고도 대담한 범죄와 고도의 심리전에 고담 시의 시민들은 물론이고 하비 덴트와 배트맨마저 무력하게 휩쓸려 다닌다.

 그야말로 조커 그 자체가 된 것 같은 故 히스 레저의 신들린 연기는 팀 버튼의 배트맨에 등장하는 잭 니콜슨의 조커를 까맣게 잊어 버리게 만들 정도다. 그 광기 어린 웃음소리를 어찌 잊을 수가 있을까! 히스 레저가 연기하는 조커를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는 게 너무나도 안타까울 따름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다크 나이트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에는 음악도 큰 몫을 한다. 전편에 이어 이번에도 한스 지머와 제임스 뉴튼 하워드가 음악을 담당했다.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한 다크 나이트의 음악은 그야말로 묵직함 그 자체다. 배트맨 비긴즈의 음악이 영웅의 탄생을 진중하면서도 엄숙한 느낌으로 담아냈다면, 다크 나이트의 음악은 배트맨과 조커의 대결로 보다 더 큰 혼란이 닥쳐오는 상황을 보다 긴박감 넘치는 템포와 자극적인 사운드로 표현하고 있다.

 관악기들의 협주가 무겁게 깔리는 가운데 날카롭게 튀어오르는 현악기 협주와 신경을 긁어내리는 전자기타의 자극적인 사운드를 듣고 있노라면 점점 구석으로 몰려 짓눌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떤 트랙들은 공포영화에 삽입되어도 무리가 없을 만큼 날카롭고 으스스한 선율을 들려준다.

 특히 조커가 일을 벌일 때마다 끼이이잉 올라가며 신경을 긁는 사운드는 듣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조커가 백주대낮에 고담 시 중앙은행을 터는 대담한 범행 장면에 흐르는 "Why So Serious?"는 그야말로 조커의 테마라고 할 만한 트랙으로서, 전자기타의 자극적인 사운드로 중무장되어 있다. 마지막에 하비 덴트와 고든 서장과 배트맨 사이에서 갈등이 극에 달하는 장면에 흐르는 "Watch the world burn"는 그야말로 당장이라도 비극적인 사건이 터질 것만 같은 극도의 불안감을 야기한다.

 박력 있고 스피디한 액션 스코어를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Like a Dog Chasing Cars"이 가장 마음에 든다. 이 트랙은 두 대의 배에 갇힌 죄수들과 시민들이 위기에 봉착하여 혼란에 빠지는 장면에서부터 종반부의 배트맨이 조커와 마지막으로 대결하는 장면에 걸쳐 접할 수 있는데, 너무 짧게 편집된데다가 "Introduce a little anarchy"와 바로 이어져서 극중에서는 잘 들리지 않는다. 두 곡이 기본적으로는 거의 같은 멜로디라 영화 속에서는 그냥 한 곡으로 들린다.

 필자는 배트맨 비긴즈다크 나이트 OST를 모두 CD로 구입했다. 보통은 P2P 프로그램에서 다운로드하지만, 그래도 가능하다면 역시 CD로 직접 사는 게 더 기분 좋다. 전에도 누차 말했지만, 자켓을 넘겨보고, CD를 만져보고, CD 플레이어 통해 음악을 듣는 그 기분은 mp3 파일로 음악을 접하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이다.

 이외에도 다크 나이트 OST는 두 가지 버젼이 더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배트포드의 모습이 찍힌 위의 사진이 자켓 커버로 들어간 스페셜 에디션 앨범이다. 수록곡은 똑같은데, 케이스와 자켓이 보다 더 고급스러운 형태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두 장의 CD로 구성된 소장판 앨범이다. 1번 CD는 정규 앨범과 동일하고, 2번 CD는 정규 앨범에 수록되지 않은 극중 삽입곡들과 다양한 버젼의 트랙들을 담을 예정이다. 만약 국내에 나온다면 한 번 노려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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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Men : The Last Stand - O.S.T. - 엑스맨 - 최후의 전쟁
John Powell 작곡 / 록레코드 (Rock Records)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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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감 넘치는 선율과 웅장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엑스맨 3부작 최강의 액션 스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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