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 완역본 하서 완역본 시리즈 1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유성인 옮김 / (주)하서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인간 내면 심리의 끝이 없는 밑바닥 분석. 도스토예프스키는 분명 어느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뛰어난 천재며, 사상가며, 사회학자며, 심리학자며, 영성학 역시 갖춘 위인이 맞을 거다. 그래서 죄와 벌 뿐만 아니라 악령이며 가난한 사람들이며, 놀라운 작품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내게 있어서는 내 자아가 더 공고히 된다는 것밖에는 남는 인상이 없다. 그의 원형이 놀랍게도 나의 의식체계와 시스템이 똑같아서, 나는 그의 작품을 읽는동안 여간 석연치 않은 불쾌함과 마주하게 됐다. 500장, 아니 400장까지 촘촘하게 줄일 수 있는 깔끔한 이야기를 730장으로 장황하게 풀어나가는 거며, 본인은 필수불가결 치열한 전개였다고 생각하겠지만 도스토예프스키 자신의 완벽주의적 강박에서 비롯된 욕심하며, 한번 입을 달면 홀로 독백을 끝없이 늘어뜨리는 것하며, 그 속에 담겨있는 수 많은 사회 풍자와 비판, 철학, 사상, 인간심리 기저의 밑바닥 들추기. 그가 자신의 역량을 여과없이 발휘한 건 맞으나, 아는 걸 모르는 척 해야하고 보이는 걸 안 보이는 척 해야하고 완벽 대신 유유히 살아야 건강한 삶이며, 글도 그렇게 써야한단 걸 깨닫게 된 나로서는, (최소 인생을 보완하며 현실적으로 타협이 어느 정도 필요한 관점) 도스토예프스키를 깐 톨스토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싶달까? 고로 도선생은 내게 사랑이지만, 그의 작품들은 사랑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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