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의 폭력 - 불량신문은 어떻게 여론을 조작하는가?
박경만 지음 / 개마고원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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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인쇄된 신문을 보면서 ‘신문마다 어떻게 이렇게 논조가 다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물론 신문도 사기업으로서 나름의 이념적 색깔과 이윤을 추구하는 단체이기는 하지만, 언론이라는 제4권력 기관으로서의 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려는 의지를 읽을 수 없어 답답하고 불편할 때가 많았다. 


언론이 가지는 영향력은 현대 사회에 있어서 막강하다. 특히 언론의 자유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이후로는 정치계와 경제계를 막론하고 비판의 칼날을 들이 대기도 한다. 그런 실권을 쥔 언론이 현대사회의 대중들에게 끼치는 이념적 이데올로기의 편견은 바로 언론 기관이 가지고 있는 이념적 색체와 바로 결부되는 위험성 때문에 언론이 가지는 색깔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조작의 폭력>은 이런 언론의 이데올로기적 편견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나아가 그런 이념적 편견과 편협함을 신문 기사의 조작이라는 관점에서 비판하고 있다. 특히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언론 기관인 조중동의 여론조작과 이념적 편협성을 ‘조작의 폭력’이라는 관점에서 극명하게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대개의 현대의 주류 언론매체들이 선정주의와 상업주의에 물들어 있고, 특히 광고주의 자금력에 좌지우지 되어 그네들의 입맛에 맛는 기사들을 생산해 내는 현대 언론의 자본주의적 기생의 또 다른 면들을 솔직하면서도 비판적인 시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필자는 글머리에서 <조작의 폭력>의 동기를 보여준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필자가 18년 가까이 편집기자로 신문 제작의 일선 현장에서 일해 오면서 언론에 의해 재구성된 사실이 왜 매체마다 제각각 다른 모습을 띠는가, 그리고 어떤 사실의 조합이 실체적 진실과 가까운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중략> 특히 관심을 집중한 대목은 조작과 왜곡의 ‘회로’들이며, 이를 낱낱이 밝혀 ‘조작의 폭력’을 고발하는 데 목적이 있다.”

언론들을 기사를 어떻게 조작하는가?


주류 언론들은 궤변, 책략, 속임수, 감정적 호소 등을 통해 대중들을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나아가 그들의 생각과 이념을 조작해 나간다고 한다. 특히 그런 조작은 언어적으로 교묘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쉽사리 대중들이 비판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기 힘든 면들이 많음을 역설한다.


대표적인 조작의 방식으로 언론 기관의 이익과 편협한 이데올로기에 따른 ‘이중잣대의 해석’, 특정정당, 특정집단, 특정지역의 정서나 의견을 부각해 갈등과 파문을 유발하는 ‘갈등 부치기기 수법’, 표적을 정해 공격하고 파괴하는 ‘딱지 붙이기식 보도’, 정확한 정보에 기대지 않는 ‘익명과 편향된 취재원 이용하기 수법’, 그리고 그럴듯하게 들리도록 묘사하는 ‘기만적 언어로 희화화하는 수법’ 등 다양한 조작 폭력의 모습을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항목에 따라 상세하고 보여주고 있다.


가령 정치적으로 사사건건 대립해온 인터넷 매체와 KBS에 대해 『조선일보』의 기만적인 언어적 조작은 그야말로 조소를 금치못하게 만든다.


“듣도 보도 못한 인터넷매체가 어느 날 갑자기 권력의 전위대로 나타나 권력을 비판하는 집단이나 사람들에게 온갖 상스러운 말을 퍼부으며 ‘박멸’을 외쳐대고 여기에 국민의 시청료를 걷어가는 공영방송까지 가세하지 않았는가. 도대체 이것이 완장부대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지금 누가 완장을 차고 설치고 있는가」(04-08-11)


뿐만 아니라 특정 언론의 정파신문으로의 면모를 조선일보의 사설을 통해 또 한번 유감없이 보여준다. 80년 5월 항쟁과 더불어 실린 전두환에 대한 기사는 참으로 조선일보의 진면목(?)을 여실히 발견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의 국가관과 불굴의 의지, 비리르 보고선 참지 못하는 불 같은 성품과 책임감, 그러면서도 아랫사람에겐 한없이 자상한 오늘의 ‘지도자적 자실’은 수도생활보다도 엄격하고 규칙적인 육군사관학교 4년 생활에서 갈고 닦아 더욱 살찌운 듯하다 (중략)”

「인간 전두환」(80-08-23)


위의 두 기사를 통해 몇 십년간 한국 언론의 텃주대감으로 상징화 되어 온 한 언론의 진정한 모습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리라.


천박한 자본주의적 속성에 기생할 수밖에 없는 언론


저자는 언론의 상업주의와 선정주의적인 면을 언급하면서 현대 언론이 지나치게 광고주의 기호와 표피적이고 자극적인 문구에 의존한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대부분의 현대 언론들이 안고 있는 천박한 자본주의에의 속성에 근거해 언론으로서의 객관성과 사실성을 망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언론은 기사의 진실성과 객관성을 그 생명으로 한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장의 거대한 울타리 속에서 언론들은 대기업들의 광고 선점에 우선적인 초점을 모을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언론들이 대기업의 입맛과 기호에 맞는 기사를 양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접근한다.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선정성과 오락성에 치중한 나머지 사건의 본질은 외면한 채 독자들의 관심만을 끌기 위한 상업적 전략들을 비판한다.


특히 최근에 ‘황우석 신드롬’이 희대의 사기극으로 끝맺음 되고 있는데, <조작의 폭력>에서는 황우석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기 훨씬 이전에 이미 과학보도의 논리와 성찰을 조심스럽게 언급하면서 우리가 지나치게 황교수를 영웅으로 치켜세우고 신격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 전모가 드러난 만큼 저자의 혜안이 돋보이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정보의 홍수속에서 살고 있다. 인터넷이나 인쇄 매체를 가릴 것 없이 수없이 쏟아지는 문자들의 홍수속에서 이성적인 잣대와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잃어 가고 있다. 이 책은 이런 정보의 홍수속에서 무디어진 우리의 이성과 감성을 제대로 살려 줄 수 있는 유익한 읽을거리라는 점에서 일독의 가치가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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