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할 수 없는 것 - 안희정 캠프 막내 사무원이 본 페미니즘 광풍 5년
권윤지 지음 / 오프로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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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이 가진 양심, 직관, 연민, 사랑 등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것들은 제3의 생명처럼, 또 하나의 심장처럼 스스로 움직이면서, 세상을 보는 진실한 시각을 찾아준다고 저는 믿습니다.

-5P 중에서-

작가는 들어가는 말에 인간이 가져야 할 덕목들을 나열하면서 이것들은 쉽게 파괴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페미니즘 리부트와 미투 사건으로 남은 건 청년 세대 안의 남녀 갈등과 불신 그리고 분열이다. 작가는 양심, 직관, 연민, 사랑 등은 어떤 이들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파괴할 수 없다고 말이지만 나는 그 누구보다도 쉽게 파괴된다고 생각한다. 그 근거로 오늘날 현실을 들 수 있겠다.

권윤지 작가는 안희정 전 지사 캠프에 있으면서 전 지사가 미투 사건에 휘말리는 것을 직접 목도한 사람이다.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작가는 자기가 할 수는 선에서 진실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이 책은 그 노력을 담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 내용이 다소 거칠고 파트마다 분위기가 달라지긴 하지만 작가의 진심만큼은 제대로 전달받는다.

책 내용 중에 여성계에서 속한 지인이 작가에게 안희정 전 지사의 미투 사건이 미심쩍다는 말을 하면서 더 큰 목적을 위해서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고 말한다. 대의를 위해서라면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상관없다는 태도에 나는 참 놀랐다. 페미니즘이야말로 진실을 추구한다고 그네들이 말하지 않았던가. 사실은 여성계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밥그릇 싸움이었고, 피해자를 이용하거나 또는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해 가해자로 지목된 이의 입을 막아버리기까지 했다. 페미니즘 리부트 때 순수한 의도로 모인 이들은 대부분 떨어져 나갔고 소수 남은 이들은 하나의 카르텔을 형성했다.

작가와 말과 다르게 양심과 사랑 그리고 연민을 처참하게 무너지고 그 빈자리는 불신과 음해 그리고 미움을 차지해 버렸다. 성인지 교육을 명목으로 성별 갈라치기는 계속 벌어지고 있고, 청년 세대 안의 남녀 갈등은 수면 위로 보이지 않을 뿐 그 아래에서 서로 증오하기 바쁘다.

그럼에도 양심과 사랑 그리고 연민을 다시 말해야 되는 이유는 그것 없이는 인간을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죽어야만 하는 싸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이는 없다. 설사 이긴다고 하더라도 상처투성이가 되어 얼마 안 가 죽고 만다. 인간 사회에 파멸에 이르지 않은 것은 양심과 사랑 그리고 연민이 계속 부활했기 때문이다. 정말 쉽게 무너지지만 정말 쉽게 다시 피어난다. 이런 의미로 말한다면 권 작가가 말한 덕목들은 파괴될 수 없는 것들이다. 인간이 있는 한 없어지지 않을 것이기에.

적을 만들고 그 적을 몰아가는 페미니즘 광풍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그들과 같은 무기를 드는 게 아니라 그들이 부숴버린 것들을 다시 쌓아 올리는 것이다.

권 작가의 행보를 응원하고 나도 내 자리에서 그처럼 행동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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