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바르말레이 추콥스키 동화집 2
코르네이 추콥스키 지음, 이항재 옮김, 바스녜초프·카녭스키·코나셰비치·스테예프 그림 / 양철북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은빛 시절>로 알게 된 러시아의 작가, 추콥스키.
자전적인 성장 소설을 읽었을 때는 자못 진지한 느낌을 풍기는 작가였는데
막상 작품- 강도 바르말레이-을 접해보니 이렇게 유쾌할 수가 있을까 싶었다.

 
열 한 편의 짧고 긴 동화들은 단막극처럼 제각각의 개성을 풍기며 책장 속을 자유로이 떠다녔다.
밑도 끝도 없이 펼쳐지는 이야기들, 말로 시작해 말로 끝나는 구수한 입담.
낱말의 파도 속을 누비는 기다란 국수 한 가닥.
우연인 것 같으면서도 필연적으로 이어지는 상상력의 소산.
끝이 보이지 않는 은하수. 이미지의 연속. 또다시 상상, 상상, 상상.

 
오직 어린이의 세계에 초점이 맞춰진, 그야말로 어린이의, 어린이에 의한, 어린이를 위한
철저한 어린이 중심의 이야기였다.
책장을 넘기며 문득 나는 동화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도대체 동화란 게 뭘까. 이제까지의 나는 막연히 동화란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킬만한 인물이 등장하고, 
앞뒤 문맥이 맞는 탄탄한 구성의 줄거리가 있고,
나름의 감동과 교훈을 자아내야만 하는 것이라는 편견에 치우쳐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에 아차 했다.

 
하지만 추콥스키의 동화는 다르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어른의 시선으로 섣불리 판단하면 안 된다.
개연성이 없으나 사고의 유연성을 발휘시킨다. 말장난의 연속 같지만 그 속에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아이들에게 한계를 지어주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추콥스키가 그려내는 세상에는 벽이 없다.
파도 속을 헤엄치며 높은 하늘을 자유롭게 누비는 작은 은빛 물고기가 둥둥 떠다닌다.
물고기가 춤을 추며 까르르 웃는다. 리드미컬한 몸짓에 모두들 웃음짓는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없으므로 감동과 교훈도 제각각이다.
단 이 이야기를 읽을 때는 꼭 입 밖으로 소리내어 노래하듯이 읊조려야 한다.
그래야만 그 속에 숨겨진 진정한 말맛을 찾을 수 있다. 생의 묘미가 담겨져 있는, 할아버지의 구수한 입담과도 같은 그것. 

자, 추콥스키가 그려내는 환상 공간으로 함께 떠나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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