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케로의) 고전적 정의에 따르면 공화국이란 법적 정의와 이익의 공유에 기초한다. 법적 정의란 강자의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요, 약자의 권리가 보호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익 공유의 원칙은 국가 기구가 소수 특권층의 이익 추구를 위해 사유화되지 않아야 하며 국가가 추구하고 수행하는 모든 일이 결과적으로 모든 국가 구성원에게 골고루 이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17쪽
언제 우리는 정말로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가? 나의 자유가 너와으 만남과 어떻게 얽혀 있는가? 그리고 나라라고 하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 그런 만남의 총체인가? 그리고 나라가 그렇게 참된 만남의 현실태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재구성되어야 하겠는가? 이런 것들이 이 책에서 내가 지속적으로 마음에 품고 있었던 질문이다.-23쪽
개인 능력과 공공 제도는 가족 지위와 사회 구조에 압도되어 기회조차 잡기 어려운 상황에 진입해 있다. 두 세대 만에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개인 능력보다는 공공 제도가, 공공 제도보다는 사회 구조가, 사회 구조보다는 가족 지위가 더 결정적인 공동체로 '다시' 돌아가버렸다. 이것은 한 사회과학도의 학문적 분석이 아니라 엄연한 객관적 현실이다.-26쪽
개인적으로나 집합적으로나 위기가 크면 인간은 늘 근본과 본질을 사유하게 된다. 물극필반을 말한다. 즉 우리가 삶과 공동체의 근본과 본질을 사유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그만큼 우리 삶과 공동체가 위기로 접어들었다는 증거가 된다. -27쪽
우리가 참된 나라를 꿈꾸는 거시 국가 기구에 종노릇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무슨 추상적인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아니며 오직 너와 내가 온전히 만나기 위해서라는 것을 분명히해두고 싶습니다. 국가는 너와 나의 만남의 총체일 뿐 그것 자체가 만남의 대상이거나 사랑의 대상일 수 없습니다. 우리가 사랑해야 할 것은 언제나 동료 인간이지 국가 기구가 아닙니다.-57쪽
공화국이란 개념은 단순히 권력의 주체가 아니라 내용과 목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민주 국가가 모두에 의한 나라라면 공화국은 모두를 위한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60쪽
국가가 국민 일부(철거민, 세입자)의 이익과 행복은 물론 아예 생명을 앗아가며 다른 이익을 법률,질서, 공권력의 이름으로 보장해주려 할 때, 생명을 박탈하며 보호해야 할 그런 가치가 과연 존재하나요? 이는 국가의 자기 부정입니다.-90쪽
통치자의 자의, 즉 인치를 견제하려 나온 원칙이 법치임에도 불구하고 사법의 역할 증대와 함께 다시 인치로 돌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246쪽
내가 내 몸 전체의 주체가 되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내가 내 몸에 속한 모든 부분의 아픔을 자기 아픔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듯이 내가 한 나라의 시민으로서 주체가 되는 것은 내가 모든 동료 시민들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며, 마찬가지로 내가 시계 시민을서 세계의 주체가 된다는 것 역시 전체 세계와 인류의 아픔을 나 자신의 아픔으로 느낄 수 있을 때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참된 주체성이란 남을 대상적으로 지배하려는 의지가 아니라 남과 더불어 아파하는 고통의 연대에서 시작됩니다. -3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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