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부자라는 단어는, 부자가 아닌 사람들과 조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충분한 돈이 있음을 의미한다. [...] 공공 서비스의 '공공'이라는 단어는 언제부턴가 '부족함'을 의미하게 된 것이다.-47쪽
대부분의 사람들이 근로자로서 버는 금액과 소비자로서 지출하는 금액 사이의 격차가 커지고, 총소득에서 상류층에게 돌아가는 몫의 편향성 심화가 바로 그 문제다. 중산층에게 돌아가는 몫이 줄지 않았더라면 중산층은 자신들의 생활방식을 유지하기 위해 그렇게 깊은 빚 구덩이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부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더 적었더라면, 그렇게 엄청난 돈을 투기에 쏟아 붓지도 않았을 것이다.-50-51쪽
역설적이게도, 오바마가 경제 붕괴를 미연에 성공적으로 방지했기 때문에, 더 큰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감과 시급성은 약화되고 말았다. 건강보험 적용 대상 확대 외에는 갈수록 심해지는 근원적 문제, 즉 애클스가 대공황의 원인으로 파악한 '불균형 심화 문제'를 경감하는 조치는 거의 취하지 않았다.-53쪽
에클스는 미국이 겪은 역사상 가장 큰 트라우마, 즉 대공황의 원인이 무엇인지 곰곰이 분석해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대공황의 주요 원인은 1920년대의 과도한 소비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보다는 오히려 최상위 부유층이 소득의 방대한 축적을 거머쥔 것이 핵심 원인이었다. 즉 극소수가 대다수 국민들의 구매력을 흡수해버린 것이 진짜 문제였던 것이다.-38쪽
실물경제에 주목할 줄 모르는 경제정책 입안자들이 많다. 경력을 쌓는 대부분의 시간들을 월가에서 보냈고 그곳이 경제의 중심이라 여기는 근시안적 관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들은 으레 월가 금융계 출신을 재무장관으로 임명한다. 그런 인물은 백악관 주재 월스트리트 대사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72쪽
사람들이 수입 이상으로 지출하고 소비한 것이 문제가 아니다. 그들의 수입이, 경제 성장에 따라 그들이 마땅히 누릴 수 있다고 여기는 것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치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기본 합의가 깨진 것이 문제였다.-75쪽
전후 약 30년 간 지속된 대번영 시기를 가능케 한 경제 구조는 대공황 이전에 존재하던 경제 구조와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대번영 시기에 미국 정부는 기본 합의를 적극적으로 강제했다. 즉 케인즈 이론에 입각한 정책을 시행하여 완전고용에 가까운 상태를 달성했고, 근로자들에게 더 큰 협상력을 부여했으며, 사회보장제도를 확충하고, 공공투자를 확대했다. 그 결과 중산층에게 돌아가는 소득의 몫이 증가하고 상류층에게 돌아가는 몫은 감소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한 가지 있다. 그처럼 경제가 활발하게 돌아가는 동안, 상류층을 포함하여 국민들 거의 모두가 이익을 얻었다는 사실이다.-86쪽
어느 시점에서부턴가 균형은 무너지고 두 수레바퀴는 어긋나면서 돌아가기 시작했다. 시간당 생산량은 계속 증가했지만, 시간당 실질 소득은 그 속도에 맞춰 증가하지 못하고 오히려 뒤로 처진 것이다.-89쪽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문제는 '일자리 개수'가 아니라 '임금'이었다.-93쪽
미국인들은 이제 미국 경제가 생산할 수 있는 재화와 용역을 더는 마음껏 구매할 능력이 없다. 그 이유는 국민 총소득에서 점점 더 많은 부분이 상위 부유층에만 집중되었고, 지금도 그러고 있기 때문이다. 급료와 생산을 연결해주는 기본 합의가 깨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합의를 다시 확립하는 것이 진정한 해결책이다.-127쪽
중산층 미국인이 가장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무서운 사실은, '지금은 아니더라도 미래에는 물질적으로 더 나은 삶을 영위하리라'는 기대감을 포기하는 것이다-150쪽
기회만 잡을 수 있다면, 중산층 사람들은 상류층의 대열에 함께 끼어 거대한 부에 수반되는 재미를 즐기고 싶어 한다. 그러나 더는 기회가 없다고 느낀다면, 이 게임이 그들에게만 불리하게 조작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면, 머리 위에 마지막 지푸라기 한 가닥이 내려앉은 것처럼 깊은 절망과 좌절감에 빠지고 말 것이다.-1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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