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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코 페르미, 모든 것을 알았던 마지막 사람
데이비드 N. 슈워츠 지음, 김희봉 옮김 / 김영사 / 2020년 7월
평점 : 
'엔리코 페르미,모든것을 알았던 마지막 사람'을 읽고...(책리뷰)
나는 뼛속 깊이 문과 사람이다. 당연히 학창 시절엔 수학을 증오했고 과학을 엄청 싫어했다. 역시나 당연히 살면서 수학이나 과학의 필요성,혹은 과학자들에 대한 관심을 전혀 가지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나는 학창 시절, 시험을 벗어나서 수학과 과학을 공부했더라면 과거의 나도 이 과목들을 좋아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막연히 하게 되었다. 그때는 시험 공부때문에 싫어했지만 시험을 떠나 학문 자체로 배우고 공부할수 있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이 과목들을 좋아하지 않았을까?
그러던중 우연히 '엔리코 페르미,모든것을 알았던 마지막 사람'이라는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모든것을 알았던 마지막 사람'이라는 문구가 유독 내 가슴으로 파고 들었다. 마치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을것만 같고 그 엄청난 비밀을 꼭 알아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리고 실제 이 책을 만나게 되었을때 그 놀라운 두께감에(600페이지 정도) 움찔! 한걸음 뒤로 물러났음을 고백한다.
엔리코 페르미는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 노벨상을 받은 세계적인 물리학자다. 이 책은 엔리코 페르미의 일대기를 담은 위인전이라고 볼 수 있다. 학창 시절,독후감 숙제를 하기 위해 위인전을 읽었지만 이렇게 성인이 되어 읽는 위인전이라니 사실 좀 기분이 묘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엔리코 페르미에 대해 이름을 몇번 들어본것 말고는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러나 이 사실이 결코 부끄러운 것만은 아닌가보다. 실제로 노벨상까지 받은 위대한 과학자이자 물리학자인 페르미는 그의 위대한 업적에비해 알려진게 거의 없다고 한다. 페르미가 죽고 난후 그의 부인이 쓴 회고록을 통해 그의 개인사가 약간 밝혀지긴 했지만 그 외에는 자연인으로서의 페르미는 거의 알려진게 없었다고 하니 역시나 이 책을 읽는 동안 그에 대한 수수께끼를 푸는 듯한 신비한 느낌까지 들었다.
사실 이 책은 '읽기'가 결코 만만하지 않음을 미리 밝혀둔다. 물리학과 과학 서적이 아닌 위인전이라고 밝히고 있음에도 이 책은 여러가지 학문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그 분량도 600페이지에 이르는,오늘날 독서를 등한시하는 사람들에겐 감히 꿈도 꾸지 못할 정도의 부담스런 두께와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완독했다. 당연히 그 모든 내용을 알고 넘어갔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뼛속까지 문과생이었던 내게 이 책은 꽤나 어려웠다. 그렇지만 페르미의 어린 시절부터 그의 성장 과정과 연구 과정,그리고 그의 업적들과 함께 하면서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학자로서의 갈등과 고민들을 접하면서 어느새 나는 페르미라는 이 위대한 물리학자에 빠지게 되었다.
과학적이고 이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깊히 이해할수 없었지만 남편으로서,아버지로서,그리고 위대한 학자로서,스승으로서의 그의 인간 관계를 보면서 그는 참 유쾌하고 장난끼 많은 어쩌면 퍽이나 인간적인 사람이었던걸로 기억한다.
그의 방사능,핵 관련 연구가 오늘날 엄청난 재앙을 가져다 주었지만 역사적으로 볼때 꼭 그것이 재앙만을 가져다 주었다고는 말할수 없을듯하다. 또한 그도 이러한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음을 책에서는 밝히고 있다. 페르미가 진짜 대단하다고 느낀건 자신도 노벨상을 받았지만 직계 제자 5명까지도 노벨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단 한명도 과학계에서 노벨상을 받은적이 없는데 너무나 놀라울 따름이다.
이 책은 '대중적'인 책이 아니기에 솔직히 출판사에게 큰 투자비용으로 다가갈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사로서의 양심으로 이 책을 출판한 김영사를 솔직히이번에 다시 보게 되었다. 분명한건 일반인이자 우리나라 과학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나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이 책이 그저그런 부담스런 책일지는 모르겠지만 과학도의 한사람으로 미래의 페르미를 꿈꾸는 누군가에게는 이 책만큼 위대한 책이 없을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완독한 내가 자랑스럽고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더불어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과학도라면 이 책만큼은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또한 '페르미,모든것을 알았던 마지막 사람'이라는 이 책을 출판인의 양심으로 출판을 한 김영사에게 독자의 한 사람으로 진심어린 감사를 전하고 싶다. 앞으로 김영사 책은 무조건 믿고 본다!는 내 작은 사심과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