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진정하고 TV를 켜세요 A♭시리즈 17
이로사 / 에이플랫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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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때 'TV가이드'라는 책자가 있었다. 지금은 본방을 놓친 사람들이 다시보기 프로그램이나 인터넷으로 내가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TV프로그램을 볼 수 있지만 그때는 본방을 놓치면 모든게 끝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신문이나 TV가이드같은 책자에 관심을 두고 늘 가까이했던 기억이 난다. 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만화영화나 혹은 주말의 명화등의 영화를 보기 위해 늘 이런 매체들을 꼼꼼히 살펴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아득하고 그리운 시절이다. 그러면서 이제 나도 나이가 들었구나...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 '진정하고 TV를 켜세요'라는 이 책을 만났을때 우선 나는 무작정 반가웠다. 마치 어린 시절 늘 곁에 두었던 TV가이드를 다시 만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살면서 많은 책들을 만났지만 TV와 관련된 책이라니 그 자체가 마냥 좋고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최근 몇년간 방송되었던 프로그램들을 아주 골고루 담았다. 드라마나 예능,다큐멘터리,각종 시리즈물을 다루면서 책으로 그 모든 프로그램들을 다 시청하는 것만 같아 어린 아이처럼 마냥 신나기만 했다. 솔직히 요즘은 TV보다 책을 많이 읽는 편이라 그동안 놓친 프로그램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통해  TV속의 세상을 엿볼수 있어서 더 좋았다.

그러면서 TV속 세상을 꿰뚫어보는 저자의 혜안이 놀라웠고 부러웠다. 나는 단지 TV를 아무 생각없이 보는 사람인데 TV를 보면서 이렇게나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니 책을 다 읽을 때까지도 놀라울 따름이었다.

다양한 TV프로그램에 대해 이렇게나 깊은 성찰을 쏟아내기 위해서 저자는 얼마나 많은 방송을 보았을까? TV앞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시청했을 저자를 생각하면 즐겁게 책을 읽다가도 순간 안쓰러운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이 책은 분명 TV속 프로그램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볼 수 있어서 또 다른 재미를 느낄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책 속에 담겨있는 많은 생각들을 독자들에게 강요하는 듯한 느낌도 솔직히 든다. 몇십년동안 세상을 살다보니 우리의 삶의 방식에는 정답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책 속의 저자의 생각은 훌륭하지만 이 또한 정답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정답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스스로가 얻고 그에 대해 우리네 인생을 살면 되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은 다른 책과는 달리 책을 읽는 시간이 꽤나 많이 걸렸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책이 아닌 전자책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노안과 안구 건조증으로 고생하는 내게 400페이지에 달하는 전자책을 읽기에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조금만 읽어도 눈이 부시고 쓰리고 눈물이 나서 이 한권의 책을 읽기까지가 너무나 힘들었음을 고백한다. 그래도 다 읽고나니 오래간만에 TV속 세상에 푹 빠졌던것 같아 신나기는 했다.

한가지 바라는게 있다면 전자책이 아닌 일반 서적으로 나오면 참 좋겠다는 혼자만의 생각을 가져본다. 하긴 요즘 젊은 친구들은 일반책보다 전자책이 더 좋겠지... 무겁지도 않고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읽을수 있을테니...  TV가이드가 없어진 것처럼 나 역시 이 세상의 중심에서 물러난 것처럼 느껴져 갑자기 쓸쓸해진다. 이 책 진정하고 TV를 켜세요를 통해 나는 TV뿐만 아니라 지나간 세월을 함께 읽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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