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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들의 역사 - 20년차 기자가 말하는 명화 속 패션 인문학
유아정 지음 / 에이엠스토리(amStory)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이 예쁜 표지의 책은 amStory 출판사의 <아름다운 것들의 역사>예요.
<20년차 기자가 말하는 명화 속 패션 인문학>이라는 부제로 알 수 있듯이 명화 속 주인공의 시대별 패션에 관한 책이에요.
작가 유아정은 20년간 언론사에서 패션. 뷰티 기자로 활동하며 2년간 미국에서 특파원으로 머물며 패서디나 노턴사이먼 뮤지엄에서 진행하는 바로크. 로코코 미술사 수업을 들었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책 속 가득한 명화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펼쳐집니다.

책 표지의 그림인 이 그림 아시나요?
이 그림의 주인공은 너무나 유명한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예요.
그림의 제목은 <장미를 든 마리 앙투아네트>고요.
제가 이 그림을 참 좋아해요.

작년에 다녀온 서유럽 여행 때 프랑스 베르사유궁에서 유일하게 사 온 기념품이 엽서 석 장이에요.
이 그림은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의 전속 여성화가였던 엘리자베스 비제 르 브룅이 그린 초상화와 자화상 그림이랍니다..
제가 엘리자베스 비제 르 브룅이 그린 초상화와 자화상 그림들을 넘 좋아하는데 베르사유궁 기념품샵에서 만났으니 얼마나 기쁘던지.
(왼쪽 두 장이 화가의 자화상이에요. 자화상을 더 좋아해요.)

석 장의 엽서 중 맨 끝의 이 그림이 바로 <아름다운 것들의 역사> 표지 그림인 <장미를 든 마리 앙투아네트>그림입니다. ^^
베르사유궁 기념품 샵에서 이 그림엽서를 발견한 순간 구겨질까 봐 걱정되는데도 불구하고 엽서를 샀어요.
사실 더 큰 A4 사이즈의 그림을 사고 싶었으나 당장 그걸 안 구겨지게 들고 일정을 다닐 수가 없어서 눈물을 머금고 작은 사이즈로 구입했었네요.
제가 기념품을 거의 사 오지 않았는데 더 사 오지 못해서 아쉬웠던 게 베르사유 궁전 기념품샵 그림엽서예요.

참 이 그림이 더 익숙하실까요?
같은 작가인 엘리자베스 비제 르 브룅이 그린 <모슬린 드레스를 입은 마리 앙투아네트>예요.
(이 그림이 기념품샵에 없어서 못 사 왔어요.ㅜ.ㅜ)
속옷 같은 모슬린 드레스를 입은 마리 앙투아네트 그림을 본 사람들이 '오스트리아 여인이 속옷을 입고 나타났다.'며 공분했다네요.
이 드레스는 당시 영국 상류사회에서 유행했던 복장으로 프랑스 궁정 예복보다 가슴도 덜 파였지만 프랑스인들 마음에는 들지 않았다고 해요.

하지만 마리 앙투아네트가 모슬린 드레스를 입은 초상화를 넘 맘에 들어 해서 같은 초상화에 드레스만 '적격하게' 바꿔서 친지나 형제자매들에게 보냈다고 해요.
그러나 비난을 하던 마리 앙투아네트 옷차림이 금세 인기 트렌드로 떠올랐다니 어느 시대에나 앞서가는 셀럽은 존재했나 봅니다. ^^
이렇게 <아름다운 것들이 역사>는
반지, 다이어트, 향수, 드레스, 모자, 장갑, 웨딩드레스, 목욕탕, 립스틱......
여자라면 대부분 궁금하고 관심이 가는 주제들을 전문적이지만 가벼운 느낌으로 풀어놓고 어려운 패션 용어는 주석을 일일이 달아서 이해하기 쉽게 하고 그림과 함께 쓰인 뒷배경에 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명화 속 주인공에게 빠져들게 됩니다.

예쁜 여자만 등장하는 건 아니에요.
스타킹 역사의 시작은 요염한 포즈로 각선미를 맘껏 뽐낸 루이 14세처럼 남자들이었다는 걸 아시나요.
여자들은 잔뜩 파인 드레스에 가슴은 다 드러나도 다리는커녕 발목만 드러나도 하늘이 두 쪽 날 만큼 불경한 일이었다고 ㅎㅎ
당시 스타킹은 원단에 신축성이 전혀 없어서 스타킹이 내려가거나 주름지지 않도록 남성들이 가터를 너무 타이트하게 착용해서 죽을 때까지 혈액순환 장애가 생겼다니 패션리더란 당시에도 지금도 많은 걸 감내해야 하나 봅니다. ^^
심지어 스타킹은 고가의 상품이라서 현재 가치로도 100만 원이 넘었다니 정말 사치스러운 스타킹이었더란.

근데 제가 이 그림에서 눈길이 간 건 루이 14세의 신발이었어요.
요염하게 꼬아서 선 다리도 그렇지만 저 구두 발이 갸름하고 작아도 넘 작은 게 아니겠어요?
최근 베를린 공예미술관 다녀온 포스팅을 하신 이웃 ##님 포스팅에서 18세기 의복과 함께 전시돼 있던 남. 여 신발이 참 작더라는
글과 사진을 봤는데 루이 14세 초상화를 봐도 발이 갸름하고 작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중국의 전족도 아닌데 당시의 발은 참 아담하기도 했나 봐요.
아!! '모자'는 또 어떻고요.
얼마 전에 영국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의 결혼식이 있었죠.
영국 왕실의 공식 행사를 보면 커~~다란 모자를 정장과 함께 꼭 쓰고 나오잖아요.

해리 왕자 결혼식 가족사진에도 커다란 모자들로 한껏 치장한 여인들을 볼 수가 있었고요.

모자 하면 이 여인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어요.
조지아나 데본셔 공작부인 (토머스 게인즈버러 작 1787년)

공작부인 - 세기의 스캔들
이 영화에서 키이라 나이틀리가 분한 실존 인물이 바로 조지아나 데본셔 공작부인이에요.
영국 故다아이나 황태자비의 먼 할머니뻘 되는 조지아나 데본셔 공작부인의 초상화에 나온 저 검은 모자는 화가의 이름을 따서 게인즈버러 해트라고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네요.
이 초상화가 그려진 후에 당시 최고의 트렌드 리더였던 조지아나의 모자 스타일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많은 여성들이 너도나도 '공작부인의 그림 모자'를 써서 유행이 되었다고요.
그 후에 점점 모자에 힘을 주기 시작해서 나중에는 진짜 살아 있는 새를 잡아서 박제한 뒤 모자에 얹고 다녔다나요.
500만 마리의 새들이 모자 때문에 희생이 되고 깃털이 매우 비싼 새는 멸종 위기에 처하고 새 둥지까지 얹고 다녀서 거리에서는 모자를 쓴 여성 사이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힘써야 했다니 정말 당시도 지금 못지않게 유행이란 너도나도 따라 하기 바빴나 봐요. ^^
전 이 영화를 케이블에서 방영할 때 오다가다 대충 봤는데 책을 보고 급 관심이 생겨서 다시 보기로 보고 있어요.

영국 왕실의 구성원들은 아직도 '게인즈버러 해트'의 후손뻘인 모자를 쓰고 결혼식 같은 행사에 나타나는데
다이아나의 먼 할머니 뻘인 조지아나 데본셔 공작부인의 '게인즈버러 해트'의 추종자로 유명한 사람이 찰스 황태자의 부인인 카밀라 파커 볼스라고 하니 참 묘한 인연이다 싶어요.
<아름다운 것들의 역사>는 이렇게 명화 속의 옷차림과 장신구들을 주제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친구와 수다 떨듯이 펼쳐놓고 있어요.
명화, 역사, 패션이라는 키워드가 자칫 어렵게 느껴질 법도 한데 참 쉽고 일단 책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요.
짧은 챕터로 나누어져 있어서 지루하지도 않게 읽을 수도 있고요.
거기다 매력적인 명화들을 보는 건 덤이고요.
책을 읽으면서 간만에 그림 구경도 실컷 했네요.
앞으로 심심하면 펼쳐 들고 시대의 패션리더들을 구경할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