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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트] [BL] 종이 한 장 차이 (외전 포함) (총4권/완결)
유우지 / 더클북컴퍼니 / 2020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제는 전 애인이 된 이가 도박 중독으로 함께 살던 집의 전세금을 들고 도망간 탓에 당장 지낼 곳을 구하는 것조차 막막해진 소형은 저렴한 고시원에라도 들어가길 고민하던 차 몇 안되는 소중한 인연인 고등학교 선배 영한으로부터 술김에 요상한 제안을 하나 받아요 보증금을 빌려주는 형식으로 집을 계약할 테니 그곳에 살면서 바로 옆집에 거주하는 자신의 동생 정한의 근황을 염탐해 간간히 전해달라는 묘한 제안을요 염탐이라는 제안도 이상하고 지나치게 큰 도움이 부담스러워 소형은 애써 제안을 거절하지만 도움을 주려는 목적이 더 큰 영한은 우격다짐으로 계약을 밀어붙이고 현실적인 생각 끝에 소형은 이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해요
스스로의 물러터진 성격을 잘 알고 있고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낙심하기보단 어떻게든 내가 잘 해야겠지 하는 때묻지 않은 제법 순수한 마음가짐으로 살아왔던 소형에게 있어 사실 기반임에도 직접 보지 못했던 이에 대한 좋지 않은 평가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건 당연한 결과 같아요 그 당사자를 누구보다 오래 겪어본 이의 입을 통해서라고 하지만 정한과의 첫 만남은 너무나도 다정했고 소형이 그렇게나 그리던 완벽한 이상형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더욱이요 소형의 시점 위주로 진행되는 초반 소형이 바라보는 정한은 연인에게 더없이 다정하고 충실하며 은밀하게는 정력까지 좋은 완벽한 남자였고 혹시나 하는 마음을 먹어도 곧장 소심한 성격과 맞물려 게이인 자신은 언감생심 오르지 못할 나무라고 여길 정도로 이상적인 연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였어요 약간의 쎄한 부분이 있다고 해도 굳이 의심할 필요가 없고 이를 직접 보는 소형은 이미 빠져들대로 빠져들어 스스로의 마음에 여지를 내주는 대에 급급했으니 이상하다는 판단을 할 이유조차도 없죠
하지만 흔히 하는 말들 중에 그런 말이 있잖아요 '영원한 비밀은 없다' 복잡하기 그지없는 날을 보내며 그래도 기간제 짝사랑이니까 이렇게 지내도 괜찮지 않을까 합리화 단계에 들어섰던 소형이지만 그럼에도 참을 수 없는 부분이라는게 있어 이를 전하고자 마음먹어요 그렇게 고민하길 수차례 우연히 마주친 정한의 연인에게 민망한 요청을 전했던 소형은 상황이 자신의 예상과는 다르게 돌아간다는 걸 깨달아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누구도 아닌 정한에 의해 현실이라고 믿을 수 없는 상황과 정면으로 맞닥뜨리면서 스스로가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를 기절이라는 행위로 직접 보여줘요 공통점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극과 극에 자리한 정한과 소형 두 사람의 말 많고 탈도 많은 일상이자 연애로 향하는 과정은 마치 예능 프로의 한 장면처럼 이렇게 황당하게 시작돼요
주변인들에게 어벙하게 굴다 언젠가 홀랑 등쳐먹힐 호구 소동물 같은 취급을 받지만 정작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겁을 먹는 정한이 앞에서만 정곡을 찌르는 말을 그대로 내뱉어버리는 소형이와 시작은 명백한 분노와 짜증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당황하는 얼굴이 재미있고 벌벌 떠는 얼굴이 불쌍해 주먹 한번을 못 올린 채 번번히 성질을 누르며 신경써줬던 자신의 노고를 조금도 모르는 누구가에 의해 매 순간 울컥의 연속인 정한이 두 사람 때문에 작품을 읽는 내내 유쾌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윤세의 말마따나 극단적인 바람둥이에서 극단적인 의처증이 되어버린 정한이로 인해 소형이의 모든 외부 활동은 의심 감시 스토킹으로 점철되어 버리지만 당하는 장본인은 이성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감정으로 위험(애정)마저 감내한다고 하니 장르가 로코에서 벗어날 틈이 없다는게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어요 무럭무럭 자라나는 애정 그보다 더 큰 계략과 그에 비례해 나날이 커지는 정한이의 뻔뻔함, 시간이 지날 때마다 본의 아니게 진상을 알게 되는 소형이의 기승전좋아해까지 이걸 보고 누가 유쾌한 로코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어요
고작 종이 한 장이지만 그 종이 한 장 차이의 변화가 얼마나 묵직한 결과로 이어지는지 몸소 보여주는 본편, 의도하는 방향은 다르지만 연인이 되었기에 서로가 서로를 컨트롤한다는 점에서 시너지가 생기는 관계임을 보여주는 외전. 작품을 읽기 전에는 제목만으로 어떤 내용일지 유추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의미가 참 궁금했는데 작품을 읽고난 이후 이 작품에 이보다 적절하게 들어맞는 제목은 없을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더불어 본편을 비롯한 외전의 메인인 정한과 소형이, 곁에 있는게 서로이기에 의미가 있는 윤세와 효재, 그나마 가장 상식적인 축에 속하는 형 영한. 크게는 나열한 이들처럼 작게는 스쳐지나가는 이들마저 짧게나마 본인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에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진 작품이 아니었나 싶네요 이번 작품도 정말 즐겁게 읽을 수 있었고 그래서 더 기쁜 작품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