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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트] [BL] 레인보우 시티 (총6권/완결)
채팔이 / symphonic / 2020년 6월
평점 :
판매중지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흔한 음모론 같지만 실상 사람이 가장 이기적이라는 말을 증명하듯 작중의 세계는 제약회사 아담의 백신 판매를 위한 의도적 바이러스 살포와 그들조차 예상치 못했던 바이러스의 감염력으로 인해 빠르게 무너지고 인류의 일부만이 살아남은 시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세계가 무너진 후 통합국이라는 일종의 거대 체제로 흡수되어 존재하는 세 개의 국가 중 반도는 공식적 명칭으로 레인보우 시티라는 이름을 붙이고 색상별로 구역을 나눠 국민의 생활을 보장하고 이들을 보호할 백신을 개발하며 통칭 아담이라고 불리우는 것들에 대해 군사적으로 대항하기 시작해요 그리고 이러한 체계가 자연스럽게 자리잡은지 오래인 때 레인보우 시티 군소속으로 자신이 속한 불패 부대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곽수환 소령은 그의 능력 만큼은 인정하고 있는 상부의 명령으로 현재 공식적 안전지대인 제주도에 거주하며 백신 개발팀이었던 박사 석화를 서울로 안전하게 데려가야 하는 임무를 떠맡아요 실상 호위나 다름없는 임무를 맡아 귀찮음을 느꼈던 수환이지만 도착한 제주도에서 약간의 오해를 동반한 상태로 석화와 만나게 되고 그에게 의외의 감상을 갖게 돼요 마찬가지로 불청객이 전한 비보에 의해 평온한 제주도를 떠나 과거 일했던 백신 개발팀의 연구원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석화는 주변에서 볼 수 없었던 성격의 수환이란 존재에 특유 무덤덤함으로도 숨길 수 없는 생소함을 느껴요
아포칼립스 디스토피아 좀비 혹은 그와 비슷한 괴생물을 소재로 하는 작품의 경우 다른 것보다도 주인공과 일행들의 탈출 생존 백신의 개발 등을 주요 목적으로 나아가는 케이스가 많은데 이 작품의 경우 급속도로 인류가 무너진 상황에서도 국가와 지도부의 기능이 어느 정도 건재하다는 설정을 이용해 시작점 자체를 바꿔버린게 초반부터 눈에 확 들어왔어요 이미 특정 위협에 대한 대응 체제를 갖추고 있다면 작품을 이끌어갈 주인공들은 기존에 위협을 가하던 것들이 아닌 어떤 음모나 미지의 무언가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으니까요 또 초자연적 현상이 등장하는 배경이 아님에도 '돌연변이'라는 이름으로 보통의 인간은 가질 수 없는 능력치를 가진 인간이 태어난다는 것과 그런 돌연변이들이 각기 다른 것에 집착하는 집착 특성을 보인다는 점, 모종의 이유로 기득권층에 대항하는 세력 역시 비인도적 행위를 하는 데 있어 거리낌이 없다는 것 등 다르기에 상당히 눈여겨볼 부분이 많았고 그래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하나하나 맞물려 들어가는 설정들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레인보우 시티는 어떤 상황에서도 즉각적으로 지휘할 수 있는 투 마스터의 존재와 아담에 대응할 수 있는 군대 그리고 안정적인 물자 보급과 안전을 보장하는 지대까지 잘 갖춰진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에서 상당히 이상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이 국가가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만큼 그리 이상적이지 않다는 게 석화의 시선과 혼란을 통해 그대로 드러나요 정황으로 가질 수 있는 의문마저 용납할 수 없다는 듯 무조건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분위기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가치관과 충돌이란 이름으로 부딪혀오고 끝내 석화의 내부에 작은 균열을 만들기 시작해요 안전지대에서만 생활했기에 기득권층의 정치와 세력 싸움에 무지했고 순수하게 백신에 대한 개발만을 염두에 두었던 석화에게 있어 오박사의 수상한 죽음과 파헤치길 원치 않는 듯 보이는 상부의 움직임은 이 상황이 나아지길 바라는 이들로 여기기엔 전혀 정상적이지 않았거든요 상부에서는 제어하기 힘들지만 유용한 패로 여기는 수환은 특유의 제멋대로인 성정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군부의 개란 멸칭에 충실한 삶을 보내고 있고 거기서 벗어날 생각이 전혀 없는 듯 보였지만 이런 석화의 곁을 지키며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해요 경고와 위협이 담긴 뉘앙스를 흘리며 자신이 군에 소속된 사람임을 잊지 말라는 듯 석화에게 주지시키지만 정작 석화가 알아내고자 하는 이면의 것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아요 어쩔 수 없다는 듯 움직이지만 결과적으로 그가 석화를 위험에 빠트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주변 사람들마저 자연스럽게 눈치챌 정도로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드러나는 진실은 좀비들이 우글거리고 하루하루 생존이 간절해지는 상황보다도 더 비인간적이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어요 아담 바이러스의 시작과 끝 이 모든게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우월감,희망에 대한 기만 하나같이 다른 사람의 희생을 발판삼아 올린 모래성에 지나지 않았고 이 조악한 모래성이 무너지지 않도록 또다른 희생을 채우고 또 채워 유지한 허상에 지나지 않았다는게 밝혀지는 순간이 그 부류에 속하지 않는 이들에게 주는 절망감은 아마 말로 설명할 수준의 것은 아닐테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희망이라곤 조금도 없이 위선으로 끝날 이야기라면 굳이 곽수환과 석화라는 어디에도 물들지 않은 주인공들이 존재할 필요가 없었겠죠 끊임없는 위협에도 마치 정해진 수순처럼 이를 딛고 나아가는 이들이 움직이면서 마침내 마주한 진실과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인류의 모습은 그리 절망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진실로 나아질 수 있다는 어떤 여지를 남기면서 이야기는 지금까지 과정 중에서 가장 이상적인 정점을 그려내요
이성이 존재하지 않는 좀비. 작중 아담이라고 불리우는 객체들은 언뜻 보기에 이 황폐해진 세상의 원인이자 가장 위협적인 적으로 보일지 모르나 실상 인간에 의해 생겨나 인간에 의해 움직일 수 밖에 없었고 존재마저 인간들에 의해 사용되었으니 실상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들의 싸움이었다고 봐도 무방하지 싶어요 이렇듯 인간이 존재하는 사회 어디에서든 생겨날 수 있는 이면의 문제들을 조명하고 원인인 인간에게 환멸과 불신을 가지는게 당연한 사태를 보여주지만 더는 방법이 없을 것 같은 순간에도 끝끝내 방법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들 역시 존재하고 그들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기에 정말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어요
생각보다 무거운 소재를 담아내고 있지만 그런 중에도 수환과 석화과 가까워지는 모습, 서로 미묘하기만 했던 첫 만남과는 다르게 점점 상대가 신경 쓰이고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영향을 받아 상대가 걱정되고 그렇게 두 사람의 감정이 스며들듯 얽혀드는 변화와 어느 순간 자각한 너무나도 커다란 애정과 절박함까지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위화감 없이 흘러들고 와닿는 이야기라 무거움조차 관계 심화의 일부분으로만 느껴졌어요 이 둘이 관계가 더 돌아갈 수 밖에 없는 무거움이었다고 해도 저에게 있어 가장 큰 재미 요소였다는 점은 변함이 없겠지만요 둘에게 세상에 다시 없을 사랑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사랑하며 행복할 수 있는 순간이 찾아왔다는게 무엇보다 기뻤다는 걸 꼭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원체 좋아하는 소재고 작가님의 전작들을 읽어본 경험이 있어 더 몰입해서 읽은 것도 있지만 읽기 전 예상했던 작품의 진행이나 분위기 차이에서 오는 갭이 상당했었어요 해당 작품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설정과 아주 매력적인 수환과 석화 그리고 이들의 동료이자 조력자로서 위치한 이들, 잠시 등장했음에도 평면적으로만 흘러가지 않는 인물들까지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마저 대충 읽고 지나갈 수가 없어 여섯권이라는 장편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음에도 정신없이 읽어내렸던 것 같아요 한 작품을 오랜 시간 읽다보면 지치는 경우도 있는데 틈틈이 무거운 분위기를 흔들어버리는 작가님만의 개그코드 역시 너무나도 취향에 맞아서 읽는 동안 인물들이 대화할 때마다 웃지 않을 수 없다는 점도 몰입도를 올려주는 큰 요소로 작용했구요 출간일부터 상당히 기다려왔던 작품인데 오래 기다린 만큼 읽는 시간이 참 행복한 작품이었어요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좋은 작품으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