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한마디에 매료되다
김동주 지음 / 페르소나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페르소나 출판사에서 서평단의 기회를 얻어 읽게 된,
「짧은 한마디에 매료되다

책 표지 가장 위에 이렇게 적혀있다.
'일상대화, 스피치, 에세이, 소설, 칼럼, 논설, 방송, 취업면접 시 활용'

내 관심사 중 하나는 독서와 인문학인데,
그래서인지 스스로도 무언가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했었다.
또 광고를 전공하기에 더 효과적인 카피 제작과 매력적인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욕망도 갖고 있었다.

이런 내게 「짧은 한마디에 매료되다」라는 제목은 참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 책에 매료되고, 또 다른 이들을 매료시키는 나를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책의 가장 큰 특징과 나의 느낌은 이렇다.

1. 백과사전의 형식
2. 상당히 자극적, 부정적이다.
3. 피식 웃는다.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웃프다)


[백과사전의 형식]
책을 펼치자마자 알 수 있는 건
백과사전처럼 각 단어에 그에 대한 설명, 예문, 파생어 등이 함께 적혀있다는 점이다.
단어마다 달린 설명에는 작가의 생각만이 아니라 수많은 인용문이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백과사전 형식의 글 구성, 전체적 디자인이 깔끔한 점은 읽는 동안 눈을 편안하게 했다.
(가끔 엉망인 책을 만나면 상당히 고생했기 때문에..내겐 나름 중요했던 부분)

[상당히 자극적, 부정적이다]
 본격적으로 책 내용을 이야기하자면 가장 먼저 나오는 말,
단어 설명의 90% 이상은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표현으로 채워져있다는 것.

비판과 풍자가 주가 되는 책이다보니 부정적 표현이 빠질 순 없지만,
종종 그것을 넘어 불편한 표현이 발견되기도 했다.
어쩌면 사람에 따라 불쾌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특히 기존의 좋은 의미를 지닌 단어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만 묘사한다거나,
여성에 대한 시선이 매우 부정적이라는 것은 계속해서 눈에 걸렸다.
긍정, 혹은 중립적인 표현도 있었지만 쭉 읽다보면 사실 거의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피식 웃는다.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책은 기존에 쉽게 접하고 읽었던 책들보다는 확실히 파격적이고 자극적이다.
하지만 일상의 그 흔한 단어들을 통해 현대사회와 인간의 이중성을 신랄하게 들춰낸다.

생각은 했지만 밖으로 꺼내진 못했던 말을 모두 담아낸 책 같다.
비판과 풍자의 속시원한 표현들에 공감하게 되고,
읽는 동안 우리가 갖고 있던 일종의 금기를 깨버린달까.
자극적인 표현에도 우리가 피식 웃게 되는 이유는 이게 아닐까 싶다.
 
공감이 되는 표현도 있고 종종 불편한 표현을 마주치기도 하지만,
책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게 현실이기 때문에"

처음엔 작가가 세상에 대해 너무 비관적인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 이 책은 작가의 생각 외에도 많은 이들의 말을 인용해 엮어낸 것이다.

이 점을 떠올렸을 때,
수많은 이들이 단어 본래의 의미를 떠나 부정적으로 사용하고 표현한다는 것은
현실에 대한 시사점을 던지는 듯하다.
우리의 현실, 우리의 사회를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사실 나는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이 상당히 많아 읽는 내내 꽤 불편했다.
성에 대한 비판, 풍자와 그 양을 비교해도 그 차이는 현저했기 때문에.
하지만 이러한 표현들을 읽을 때도 고개를 끄덕인 이유가 있다.
물론 그 끄덕임은 공감의 의미는 아니었다.

인지에서 오는 끄덕임.

공감하지 못하지만 내가 사는 사회에 존재하는 생각임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그리고 이렇게 많은 표현들이 있다는 것은 이와 같은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하고.

그래서 "이럴 수가..아니 이럴 수도 있구나"라는 의미로 끄덕이게 된 것 같다.
불편하긴 하지만,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살펴볼 수 있었기 때문에.
물론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따라 붙긴 했지만 말이다.

모든 책이 그러하겠지만,
책 내용을 온전히 받아들이진 않았으면 좋겠다.

용이 좋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은 애초에 많은 인용문들로 다양한 시선을 가득 담아냈다.
때문에 공감할 수도,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받아들이려 애쓰지는 말라는 것.
치우칠 수 밖에 없는 개인의 생각을 넓히기에 좋은 책이다.

정리하자면,
사회와 인간에 대한 솔직하고 신랄한 비판과 풍자
시니컬하고 도발적인 표현 속에서도 웃게 만드는 블랙유머
거친 세상에 맞는 거친 표현들
(제정신으로 살기 힘든 세상에서 이러한 표현과 시선은 어쩌면 당연하지 않은가..)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다.
답답한 가슴을 뻥 뚫리게 만들기도,
더 답답하게 꽉 막아버리기도 한다.

피식 웃음 뒤에 씁쓸한 뒷맛이 입에 맴도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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