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인생의 말
헤르만 헤세 지음, 시라토리 하루히코 엮음, 이지수 옮김 / 더블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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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시라토리 하루히코는 '초역 니체의 말'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니체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때 이 책은 나를 니체의 세계로 빠져드는 시작점이 되어 주었다. 이번에는 내가 좋아하는 헤르만 헤세의 주옥같은 문장들을 모은 책을 출간했다. 헤르만 헤세 더 이상 덧붙일 말이 필요한가?

시라토리 하루히코는 헤르만 헤세를 "격력한 반권위주의자'라 표현했다. 나는 이 표현을 보고 그리 썩 동의하지 않았다. 헤르만 헤세는 어떤 주의자로 묶을 수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헤르만 헤세는 어떤 주의를 가지고 쭉 살아왔다라고 생각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자신이기를 매 순간 깨닫기를 원했을 뿐, 그것이 반권위주의의 순간이 있었을 뿐이지 않을까?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데미안

데미안의 첫문장, 그리고 모든 것을 대변할 단 하나의 문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그것은 인생의 순간마다 다를 수 있다. 그것을 매 순간 살아가는 것, 그래야 후회없이 살았다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헤르만 헤세는 많은 문장들을 남겼다. 소설로, 에세이로, 시로, 그리고 서간문으로

이 책은 그 중 작가가 엄선한 문장들을 모아 두었다. 아무곳이나 펼쳐 읽어도 울림이 있는 문장들이다. 하지만 인간이란 시간의 물듦에 따라 삶을 대하는 태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늘 바뀐다. 그래서 늘 헤세의 문장들을 헤세의 나이를 감안해서 읽곤 했다. 헤세는 좀 다혈질이기도 했던 것 같은데 젊은 시절의 어투와 말년의 그의 문장들은 같은 의미를 지녔음에도 미세하게 차이가 있다.


헤르만 헤세 말의 거의 핵심은 '너의 길을 걸어라' 다른이의 길이 아니고 다른이가 알려주는 길이 아닌 힘들더라도 너만의 길을 가라 이런 맥락의 문장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소설 속의


72세의 헤르만 헤세는 자신이 행한일을 자신만의 척도로 재어야 한다고 따뜻하게 조언해준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만의 척도로 내가 행한 일을 잴 때 나는 자유로워진다. 그게 진짜 인생이라 말해준다.


52세의 헤르만헤세는 전쟁이라는 시대적 상황, 스위스로의 이주, 이혼과 재혼 그리고 또다시 이혼 등 순탄치 않은 그의 삶으로 인해 인간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갖기보다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위의 글을 단편적으로 저렇게 이해해야 할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런 세태를 비꼬는 헤세의 말투를 알아차려야 한다.



79세의 헤르만 헤세는 자신의 돌이켜 생각해보면 세상에 저항한 삶이었던 듯하다. 그러다 맞은 풍파들, 그러나 그는 그 속에서도 자유로웠다. 자신이 저항하기로 결정했고 그에 대해 책임지는 삶을 살기로 정했기 때문이다. 조국을 떠나 스위스 땅에 묻히는 순간까지 그는 자신만의 척도로 자신의 삶을 살았으며 그런 자신을 사랑했음에 틀림없다.


64세의 헤르만헤세는 최후의 장편소설 '유리알 유희'를 집필했고 69세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진리는 어디에 있는가? 절대 권력의 신은 누구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은 결국 자신의 몸으로 겪어 내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진리, 신은 누구에게나 같지 않다. 헤르만 헤세만의 진리와 신이 있을 것이고 나는 나만의 진리와 신이 있을 뿐이다. 오직 한 길만을 가는 것은 헤세가 아니다.

이 책은 헤세를 자칫 잘못 이해하게 될 가능성을 주기도 할 것 같다. 이 책만을 읽고 헤세의 모든 생각들을 다 안다고 말해도 안될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책들을 읽고 이 발췌된 글들을 접한다면 더욱 깊이 와 닿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서평단모집으로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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