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남자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조르주 페렉 지음, 조재룡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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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움도 없는 삶, 너는 피난처에 있다. 너는, 잔다, 너는 먹는다, 너는 걷는다, 너는 계속해서 삶을 살아간다, 태평한 연구원이 미로 속에 넣어놓고서 까먹었을 수도 있는, 아침저녁으로 단 한 번도 틀리는 일 없이, 단 한 차례도 주저하지 않고, 제 사료통으로 이어지는 길을 찾아내고야 말, 왼쪽으로, 그다음 오른쪽으로 두리번거릴, 걸쭉한 먹이의 제 할당량을 받아내려고 둥글고 붉은 페달을 두어 번 밟을, 저 실험실의 쥐처럼.

 

 

 

이 책에는 쉼표가 많다. 처음에 읽었을 때는 이게 뭐지? 싶었는데 툭툭 끊어지는 글을 보다보니 나도 호흡을 간헐적으로 멈추며 한 글자, 한 단어씩, 읽어나아갔다.

 

무기력하고 생명력 없이 무의식의 흐름처럼 이어지는 글들과 상황들에서 나는 되려 위로를 받았다. 늘상 이어지는.. 무료하고 아무 의미없는 우리의 틀에박힌 일상과 도전 없이 쥐처럼 그저 내게 주어진 것만 쫓아 가고 주어진 만큼의 먹이만을 할당량처럼 받아 먹는 나의 모습 

 

 

이르거나 빠르거나간에, 매번, 네 면전에서 다시 네가 발견하게 되는 것은, 우호적이건, 아니면 처참하건 간에, 오로지 고독만이 존재한다는 사실뿐이다; 그러니까, 매번, 도움도 없이, 당황하건, 혹은 공포에 떨건, 절망하건, 혹 초조해하건, 고독 앞에서, 너는, 혼자인 채로 머무르는 것이다.

 

 

너는 혼자이지 않다. 너의 주위엔 너를 사랑해주는 친구와 가족들이 있지 않느냐 하고 위로를 해주는 것보다, 우리는 처절하게 혼자다. 몸부림 쳐질 만큼 고독하고 외롭다고 얘끼하는데, 되려 그 안에서 동질감과 위로를 얻었다.

무기력하고 힘든 사람들이 '나는 잉여야, 나는 쓰레기야' 하는 생각이 들 때에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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