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우
권교정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여기서는 세명의 남녀가 나온다. 중국 춘추시대-여러나라로 나눠있었던 시대-에 어느 사부의 밑에서 공부하고 있는 두사람의 남자. 한명의 남자는 뛰어나지만 야심이 없고, 다른 한명의 남자는 뛰어난 천재는 아니지만 야심이 있었다. 둘은 친구였다. 여기에 한명의 여자가 있다. 그 누구보다 야심이 깊었던 여자는 천재가 야심이 없는 걸 보고, 결국 야심이 있는 남자를 택해 결혼한다. 승승장구하며 군사가 된 남자는 밭을 갈며 세상에서 유유자적하고 있는 천재 친구를 등용하고 싶어한다. 자기보다 뛰어난 친구를 추천하다니 미쳤나며 발발 뛰는 여자. 그녀는 결국 천재 친구가 남자를 만나러 오는 길을 방해해 천재를 감옥에 가두고 천재는 자신의 친구가 자신의 능력을 시기해 벌인 일이라 오해한다.

여기서 이 만화의 묘미가 잘 드러나는데, 보통 작품들에서 천재에 야심이 없는 남자는 언제나 완벽한 선이며, 범재이지만 야심이 있는 남자는 결국 천재를 시기하여 시해하는 악의 존재로 묘사된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그것을 살짝 비틀어 우리에게 과연 친구란, 진정한 우정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말해준다.

즉, 천재는 친구의 적인 나라에 들어가 군사직을 맡고, 그들 사이엔 전쟁이 벌어진다. 천재의 소식을 알지 못하는 친구는 천재의 계략에 속아서 결국 천재의 계획대로 화살을 온몸에 맞으며 죽음을 맡는다. 천재는 친구의 배신을 그렇게 응징한 것이다. 허나, 친구는 죽어가면서 천재의 계획이라는 것을 눈치채며, 웃으며 죽어간다. 그렇게도 소원했던 천재 친구의 출세를 축하하며...

'그래, 너였구나. 너였구나...'

그렇게 웃으며 죽어가는 그의 모습에는 환한 빛이 그려져 있었고, 권교정님의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의 형상화는 내게 그장면을 두고 두고 잊지 못하게 깊이 가슴속에 새기게 만들었다.

언젠가 우리 전장에서 만나면 그땐 친구라는 걸 잊고 자기 직무에 최선을 다하자...그렇게 말했던 자신의 소원대로 친구의 손에 죽어가는 것을 만족스럽게 생각하며, 천재 친구의 재능이 세상속에서 그렇게 썩지 않게된 것을 축하하며...

아무리 친구사이라 해도 자기보다 능가하는 친구의 재능을 마음 깊숙이 행복하며 즐거워하는 것은 그리 쉬운게 아니다. 나 자신에게는 말이다. 더욱이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치루어야 한다면...

보통 사람이라면 천재 친구처럼 친구의 배신을 믿지 못하다 결국 배신당했다는 걸 알았을때 복수심을 느끼는게 정상일 것이다. 그러나 범재였던 그 친구는 자신의 재능보다 뛰어난 천재 친구의 재능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낼 줄 알았으며 그 친구의 손에 죽어가면서도 기쁘게 미소지을 수 있었던 것이다.

친구... 사람들은 일생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걸만한 친구가 한명이라도 있다면 그것으로 그 인생은 성공이라 말한다. 주위에 과연 이런 친구들을 몇명이나 가지고 있는지? 한번쯤 주위를 둘러보고 싶게 만드는 만화였다. 이런 만화를 만나면 나는 행복해진다. 아무리 밤잠을 설치며 나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더라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