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아이들 1 - Street Generation
김은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9년 2월
평점 :
품절


그녀는 정말 뚜렷한 개성을 가진 작가이다. 김혜린님의 강한 먹물 터치와는 또다른 크레파스? 또는 파스텔톤의 시원시원한 그림체를 가지고 있는 김은희님은 어찌보면 참 편하게 그림을 그려낸듯 보이지만 뎃생과 같은 그림체의 인물들은 현실과 참 많이 닮아 있는듯 하다. 그 그림만큼이나 작품세계에서도 그녀는 나를 매료시키고 있다.

M&M의 이국적인 내용과 매력적인 캐릭터, 마고와 마리아의 사랑이 나를 놀라게 했다면, 소년별곡과 길위의 아이들은 내게 공감을 이끌어내었다.

남자 고등학생들의 생활을 비밀스레 엿보게 했던 소년별곡에 비해, 길위의 아이들은 좀더 내게 많은 생각을 요구했다. 요즘들어 자주 나타나는 만화속의 반항아들. 그들 대부분은 집안문제 때문에 방황한다. 또한 어른들의 위선을 보며 세상에 대해 절규를 토해낸다. 그렇지만 그들이 분노를 표현해내는 방법도 결국은 폭력이다. 그들은 그런 면에서 그들이 싫어하고, 분노하는 기성세대를 그대로 흉내낸다.

여기 길위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지인과 해민, 화타등 여러 아이들도 역시나 집안문제를 각각 가지고 있다. 누구는 이혼을 하면서 아무도 맡지 않으려 해서, 누구는 너무나 위대한 아버지의 강요 때문에, 누구는 아버지의 외도 때문에… 등등 그들에게 그 문제는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그들도 각자 나름대로 반항을 하지만 그건 학교를 빼먹고 콘서트에 간다든지, 집을 가출해 산을 탄다든지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행동들일 뿐이다. 최소한 그들은 자신의 불행을 핑계로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는다.

작가는 아주 차분하게 현재 우리나라 교육이 얼마나 비현실적이며, 학생들에게 얼마나 많은 희생을 강요하는지를 보여준다.

국군의 날 행사장에서 아이들은 시가행진에 맞추어 도심의 하늘위를 패러글라이더로 누빈다. 정말 이 장면은 결코 잊혀지지 않는 한 장면이 될 것 같다.

규율과 명령, 법칙의 상징인 국군들의 행진위로 난다… 입시제도와 학교라는 테두리를 벗어난 활공은 바로 무언의 항변이다. 창의성을 말살하는 학교라는 존재와, 친구도 조건을 따져서 사겨야 한다는 부모들의, 기성세대의 편견과 타협적인 태도를… 오직 인생에는 한가지 길만 있다는 그들의 말을…

결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우리 청소년(난 이미 지나가버렸지만.. ^^;)의 현실과 나아갈 바를 잘 표현해 낸 작품이라 생각해본다.

젊은이란 도전할 수 있기에 아름답다라는 말이 있다.이 세상에는 한가지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누구도 그 한가지 길만이 성공적인 삶을 이끈다고 말할 수 없다. 비록 누구나 선망하는 의사가, 검사가, 교수가 되었다고 해도, 그 자신이 행복하지 못하다면 그것은 실패한 인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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