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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것이 있다면 감정을 흔들어라 - 하버드대학교 설득.협상 강의
다니엘 샤피로.로저 피셔 지음, 이진원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말 한마디에 천냥 빚 갚는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라는 말은 말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속담이다. 또한 속담뿐만 아니라 성경에도 ‘입을 지키는 자는 그 생명을 보전하나 입술을 크게 벌리는 자에게는 멸망이 오느니라’(잠언13:3) 라는 구절이 있다. 즉, 상대방을 헤아리고, 칭찬하고, 위로하는 말은 인간관계를 긍정적으로 만들어주지만, 반대로 상대방을 오해하고, 헐뜯고, 비방하는 말은 인간관계의 갈등 내지 단절을 가져올 수 있다. 이는 비단 가족 간의 관계나 교우관계뿐만 아니라 교사의 경우 학교 현장에서의 인간관계(교사-관리자·부장교사, 교사-동료교사, 교사-학생, 교사-학부모, 교사-실무직원 등)에도 적용된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교사라면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만약 갈등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다니엘 사피로와 로저 피셔의 책 ‘원하는 것이 있다면 감정을 흔들어라’는 이러한 교사의 고민에 대한 해결책의 키워드를 제시해주었고, 거창하거나 거시적인 방법보다는 우리가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방법을 알려주었다.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키워드는 ‘감정’이었다. 긍정적인 감정은 친밀하고 신뢰 있는 인간관계를 만들어주지만, 부정적인 감정은 오해와 불신의 인간관계를 만든다고 하였다. 그리고 감정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5가지의 핵심관심인 ‘인정’, ‘친밀감’, ‘자율성’, ‘지위’, ‘역할’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따라서 지금부터 나는 이 책의 5가지 핵심관심을 이용하여 내가 겪었거나 현재 학교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갈등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갈등에 대한 해결방안으로는 첫째, 상대방을 인정하고 지위를 존중해주어야 한다. 교직사회는 다른 일반사회와 마찬가지로 직위로 인한 위계질서가 존재한다. 학교 내 최상위인 교장부터 최하위라고 할 수 있는 신규교사까지 직위에 따라 맡은 역할이 다르며,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상급자와 하급자간의 갈등이 발생한다. 짧은 교직 경력 속에서 내가 직접 보고 경험한 갈등 중 위계에 따른 갈등은 다음과 같다. 업무 추진의 과정에서 의견 차이로 인해 발생한 부장교사와 일반교사 간의 갈등, 학급운영 및 수업지도에 대한 관리자(교감, 교장)와 일반교사 간의 갈등이 있었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상대의 지위를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지위과잉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지위의 맞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타인이 자신의 지위를 얼마나 인정해주고 예의를 갖추어 자신을 대하는 지에 따라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부장교사가 자신이 맡은 부서에 있는 업무담당교사를 단순히 하급자로 생각하고 지위를 인정해주지 않거나 예의를 갖추려 하지 않는 등 위계질서를 통해 대하고자 한다면, 업무담당교사도 부장교사를 존중하거나 부장교사의 지위를 인정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학교 관리자와 일반교사 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발생할 수 있다. 학교 관리자인 교장과 교감은 수업 개선과 학급 운영에 대한 장학활동을 수행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교사들은 자신의 학급 운영 실태와 수업을 공개해야 한다는 점에 걱정과 반감을 가지고 있다. 만약 이러한 상황에서 관리자가 장학활동간 교사의 입장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지위를 남용하는 지위과잉적 태도를 보인다면 교사들은 장학활동에 대한 생각뿐만 아니라 학교 관리자에 대한 감정 또한 부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 그러므로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인정하고 지위를 존중해주어야 하는데, 다음과 같은 해결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서로를 인정하고 지위를 존중해주기 위해서는 서로의 장점을 찾으려는 노력과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상대방에 대한 호불호에 연연하기보다는 서로의 장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통해 서로를 생각할 줄 알아야 하며, 의견 차이와 갈등이 있는 상황에서는 상대방이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핵심을 강조할 때 경청이 일어날 수 있다.
갈등에 대한 두 번째 해결방안은 상대방과의 친밀감을 유지하는 동시에 자율성을 존중해주는 것이다. 학교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갈등은 위계질서 속에서 일어나는 갈등뿐만 아니라 동등한 지위의 교사들 사이에서도 일어날 수 있으며, 때로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 일반직 사이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특히, 내가 경험한 갈등 중에서 자주 발생함과 동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갈등은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간의 관계 속에서 일어난 갈등이었다. 중·고등학교와는 달리 초등학교는 담임교사와 학급 학생들이 같은 공간에서 일과를 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모 다음으로 교사가 학생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의 수업과 생활지도를 학생이 받아들이지 못했을 때 갈등이 일어날 수 있으며, 갈등이 심화될 경우 교사와 학부모간의 갈등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 한편,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 또는 학급 운영 과정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시켜줄 것을 요구하지만 원활한 운영을 위해 의견을 모두 반영해주지 못하여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 학부모와 맺게 되는 구조적 관계를 향상시켜 친밀감을 높이고, 자율성을 존중해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교사는 학생과 학부모를 동등한 학교 구성원으로서 생각해야 하고 거리감을 두기보다는 유대감을 높여야 한다. 예를 들어 전화나 메신저를 통한 상담을 지양하고 면대면 상담을 통해 직접 만나는 기회를 가져야 하며, 학교 내 의사결정시 학생과 학부모 또한 구성원으로서 의견을 낼 수 있되, 때에 따라서는 신중하게 생각하여 의견을 수용하거나 다른 의견으로 유도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교사와 학생, 학부모 사이의 갈등 발생 시 단기간에 해결책을 찾기 보다는 이해당사자간 함께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여러 대안들을 제시해보고, 협의의 과정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이러한 방법은 교사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의 자율성까지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갈등에 대한 마지막 해결방안은 성취감을 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교사는 교직에서 근무하는 동안 자신이 원하는 업무를 받거나, 원하지 않는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받게 되어 수행해야 한다. 이 때 자기가 해야 하는 업무를 어떻게 수행하느냐에 따라서 성취감을 주거나 오히려 업무를 수행하는 내내 불만과 심한 내적갈등을 겪을 수 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감정을 흔들어라’에서는 성취감을 주는 역할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고, 개인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가식적이지 않은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교사는 자신의 업무를 그저 관행적으로 처리하기보다는 자신의 교직생활과 연계하여 성취감을 줄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교사는 자신의 업무 수행 역할뿐만 아니라 다른 교사의 역할도 인정해주고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며, 이를 통해 교사와 교사간의 협력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학교 현장에서 경험하는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세 가지를 제시하였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지위를 존중해주는 것, 상대방과 친밀감을 유지하는 동시에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것, 성취감을 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이지만, 막상 교직생활에 적용하다보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그러나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라는 말처럼 앞으로 남은 교직생활 동안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지혜롭게 극복하여 교사로서 원하는 목표를 성취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