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링 : 이미테이션 게임
앤드루 호지스 지음, 박정일 옮김 / 해나무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이미테이션 게임>이란 영화로 주목을 받게 된 인물, 튜링!  이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어찌하다 보니 보지 못 하고 말았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베데딕트 컴버배치라는 배우의 명연기가 궁금해서 이 영화를 보고 싶었던 게 사실인데, 언제부터인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실존인물 '튜링'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며 그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최초의 인공지능 개념을 제시한 수학자이자, 암호해독가, 프로그래머, 컴퓨터과학자 등 화려한 수식어가 붙는 인물이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똑똑한 사람들은 평탄치 못한 인생을 사는 경우가 많던데... 튜링도 그러했다. 이 책은 단순히 튜링의 삶을 그려놓은 것이 아니라 그가 연구했던 것들, 그의 철학을 구체적으로 서술해 놓았다. 그래서 흥미롭게 읽을 수도 있고 다소 생소하고 따분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의 연구와 실적들을 알면 알수록 대단한 것이고 누구나 쉽게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수학적 관심이 철학뿐 아니라 실용 공학 기술로 흘러들어갔다는 것도 남다른 면이다. 더구나 대체로 손재주가 없는데도 그랬다는 것은 튜링의 사유가 지닌 특징이며 수학자로서도 비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 거라 할 수 있다. 수많은 학자들과 논쟁을 벌이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학문의 세계를 보여준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다. 한편으로는 외로운 싸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관심 영역을 넓혀가며 그 가운데 자신만의 생각을 이론화해서 발표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그가 이룬 업적 가운데 하나인 인공지능 분야는 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연구한 사람인가를 확연하게 보여준다. '정신 안에 비기계적인 것을 허용하는 것'과 '계산가능한 것들의 범위는 아무리 창조적이거나 독창적일지라도, 인간 두뇌가 하는 것을 모두 포함할 만큼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그의 지론은 우리 자신이 이미 보편 튜링 기계라고 간주할 수 있게 해 준다. 이 주장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들은 많겠지만, 수학과 기계 그리고 뇌에 누구보다 많은 관심과 지식을 갖고 있는 그가 허튼 말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의 무모하리만치 앞선 생각이 있었기에, 컴퓨터의 시초가 되는 기계를 만들어 내고 그렇게도 해독이 어렵다던 '에니그마'를 해독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읽는 내내 그의 천재성에 놀랐고, 그의 학문적 접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내 자신에 안타까워했다. 아마도 그를 이해하기 위해 그의 업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한번 더 읽어봐야 할 거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