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에 걸린 마을 - 황선미 작가와 함께 떠나는 유럽 동화마을 여행
황선미 지음, 김영미 그림 / 조선북스 / 201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시절 무척이나 좋아했던 동화책이 있다. 10권 전집이었는데 날마다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내용뿐 아니라 그 책에 그려진 삽화까지 너무 마음에 들어 소중하게 다루며 읽었었다. 매일 읽는 데도 읽을 때마다 새로웠고, 감동이 밀려오곤 했다.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말을 자주 듣곤 했는데 아마도 그 책의 영향이 컸으리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그 책이 바로 '안데르센 동화'이다.

그 오랜 세월동안 소중히 간직했던 책을 내 아이가 읽게 하고 싶어 이사한 집까지 가져왔건만 남편은 포화 상태가 된 책장을 바라보며 냉정히 그 10권을 뽑아버렸다. 그럴 수 없다고 몇 번을 만류하던 나는 결국 그 책을 떠나보냈다. 지금 생각해도 왜 그랬을까 싶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어딘가에 기어이 자리를 마련해서 꽂아두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렇게 애착을 느끼는 책이 있고 이야기가 있고 동화 속 주인공이 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할 것이다.

이 책의 작가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분이다. '나쁜 어린이 표', '마당을 나온 암탉' 등을 쓴 작가로서 이미 명성을 얻고 있는 분이다. 그런 분이 아주 색다른 책 한 권을 냈다. 단순한 동화도 아니고 개인적인 여행기도 아니다. 그런데 이 둘을 아주 적절히 조합한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동화가 만들어진 유럽에 직접 찾아가 동화 작가와 그 이야기가 만들어진 배경, 주인공에 대한 정보까지 얻어낸 작가는 그것을 토대로 한 편의 이야기로 만들었고, 책의 한 켠에는 그 모든 정보를 제공해 주는 친절함까지 잊지 않았다.

작가의 모습일 수 있는 '건망증 작가'와 그녀의 노트 속에 살고 있는 '깜지'라는 쥐가 주인공이다. 이 둘이 유럽 곳곳을 다니며 동화 속 주인공을 만나는 내용이다. 피터팬, 피노키오, 한스, 말괄량이 삐삐 등 동화 속 주인공들을 만나며 펼쳐지는 이야기가 기존의 이야기를 뒤엎는 신선함을 안고 있다. 착한 아이가 된 피노키오가 나무인형에서 인간이 된다는 기존의 이야기는 이 책에선 다른 결말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이유가 꽤 설득력 있게 그려지고 있다.

이렇듯 이 책은 이미 동화 내용을 모두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 색다른 주인공의 모습이나 새로운 이야기 전개를 보여 줌으로써 새롭게 생각하고 상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있다. 기존에 알고 있는 동화 속 주인공과는 다른 모습에 당황해 하는 깜지의 모습은 바로 우리의 모습일 수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동화로만 존재하는 주인공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들을 더 이해하게 되는 깜지가 부러워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점점 또렷하게 새겨지게 된다.

'나도 직접 만나보고 싶다.... 동화 속 주인공들을.......'

​작가는 유럽을 여행하면서 동화가 만들어진 배경이 되는 마을들을 둘러보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서 알게 된 정보들을 가지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그리고 자신과 가상의 친구 깜지, 동화 속 주인공과 그 동화를 쓴 작가를 자신의 이야기 속 등장 인물로 만들어 버린다. 그 만남 속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우리에게 또 다른 재미와 상상력을 선사해 준다. 어쩌면 이런 상상을 작가만이 한 것은 아니리라. 추억 속에 가라앉아 있던 동화가 있다면 그 주인공을 떠올리며 이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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