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기억이 그곳에 있었다 - 추억이 오늘의 나를 지켜줍니다
김용일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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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를 때 저자나 책의 간단한 소개만으로 흥미가 생겨 선택할 때도 있지만 책의 표지나 제목에 끌려 책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 책은 굳이 따지자면 후자에 더 가깝다. 저자가 훌륭한 화가이며 그 내용 또한 고향에 대한 감회가 들어있어 관심은 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표지와 제목에서 느껴지는 그 따뜻함은 내 마음을 확 끄는 무언가가 있었다. 표지의 제목 아래 작은 글씨로 자리한 '추억이 오늘의 나를 지켜줍니다'란 말과 같이 책을 보는 내내 작가의 마음에 자리한 옛 추억들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고 힘이 되는지 알 수 있었다.

내용을 들여다 보니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그림이 맨 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창기네 식육식당'. 빨간 지붕에 연두색 간판이 눈에 띄는 유난이 옆으로 길죽한 창기네 식육식당을 보면서 작가가 어린 시절 눈과 마음에 담았던 추억이 내게도 느껴졌다. 또한 그림과 함께 적혀진 작가의 추억담은 그 옛날 어떤 풍경이 펼쳐졌었나를 상상하게 만든다. 나 또한 어린 시절 살았던 동네에 대한 애틋함이 있다. 자주 들렀던 문방구, 서점, 은행, 친구집, 놀이터, 교회 등 가끔은 그 모습들이 떠오르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의 작가처럼 그 모습 그대로 옮길 수는 없다. 그저 어느 정도 위치에 자리한 건물이고 집일 뿐, 이 책에 그려진 집들처럼 저마다의 개성을 살려 그 다름을 기억해 내지는 못한다. 화가라서 그럴까? 그 관찰력과 색감에 몇 번을 감탄하며 보았다. 그리고 그 집에 얽힌 그리고 그 집에 사는 인물에 대한 기억들은 어찌나 상세하고 재미난지.... 그 집을 떠올리며 항상 생각나는 건 그 집에 살았던 친구, 친구 어머니 ,동네 아저씨, 아주머니들이다. 그들에 대한 기억을 풀어내는 작가의 글솜씨도 참 좋다. 정겹다. 읽다 보면 작가의 친구들이 지금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심지어 친구 어머니의 음식솜씨, 손재주, 욕 잘하는 능력까지 우러러 보듯 적어놓아 그 시절 어머니들은 모두의 어머니였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둘째딸이 이 세상에 집 말고 그릴 것이 너무나도 많은데 왜 하필 집을 그리느냐고 묻는다. 서로 힘이 되며 자라온 시간이, 함께하면 두려울 것이 없었던 용기가, 내가 가는 길이 맞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내 추억이, 내 모든 것이 내가 그리는 집에 있어서라고 아빠는 너에게 말해주고 싶다.(PP. 152)

작가에게 묻고 싶었던 말을 둘째딸이 용케 물어보았나 보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작가가 왜 저런 말을 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무엇이든 뚝딱 만들어내는 아저씨를 바라보며 맥가이버를 떠올렸던 그 어린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잘 살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길을 가는 데에 큰 힘이 되어준 과거의 소중한 기억들에 감사하고 있는 것이다.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서로에 대한 정으로 나누고 베풀며 즐겁게 살아가던 때가 있었다. 그때에 받았던 그 사랑과 즐거운 기억은 어떤 일도 헤쳐나갈 수 있고 성취해 낼 수 있는 힘을 갖게 해 준다. 나 또한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지금의 삭막함과는 거리가 먼 정겨움이 있었다. 그 추억들이 좋은 에너지로 날 힘나게 할 때도 있다. 그렇다면 날로 각박해져 가는 이 시대에 우리가 마음에 품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작은 것도 나누어주고 서로를 생각해 주는 따뜻한 감성이 아닐까? 그 감성이 사라지지 않도록 우리는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거 같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행복한 기억이 그곳에 있었다'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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