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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econd Hometown 마이 세컨드 홈타운
오지윤 지음 / 카멜북스 / 2024년 10월
평점 :
일을 확 그만둬버리고 훌쩍 떠나고 싶다. 아무도 책임질 필요가 없던 되는 때로 돌아가고 싶다. 아, 부럽다! 평소 질투를 잘 감추고 사는 편이지만, 이렇게 불쑥 마음의 소리가 확성기로 울리는 때가 있다. 좋은 여행기를 읽을 때, 나는 괜히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 나도 사회초년생이던 시절부터 결혼하기 전까지는 종종 혼자 배낭을 쌌고 여행기를 즐겨 읽었다.
다른 이의 여행기를 읽고 여행에 대한 환상을 키웠고 ‘돌아오면 아주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이(p6)’ 되었다는 말을 몸소 체득했다. 그렇게 열렬한 여행 예찬론자가 되었다. 그러나 결혼 이후 한 번도 혼자서 하는 여행을 떠날 수 없었고 더 이상 다른 이의 여행기에도 흥이 일지 않았다. 그러나 오랜만에 읽는 여행기, <마이 세컨드 홈타운>은 ‘처음, 친구, 그리움, 사진, 열정, 도전, 용기’ 등 젊은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단어들을 총동원하여 나를 끓어오르게 한다. 여행지에서의 감상을 솜씨 좋게 예찬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에의 욕구를 자극하는 좋은 여행기의 조건을 충족한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경험한 일들을 사유의 여과 장치를 거쳐 에비앙처럼 고급스런 문장으로 걸러낸 것을 보면 부러워서 질투가 난다.
<마이 세컨드 홈타운>은 내가 만들 추억을 더 근사하게 꾸밀 아이디어 창고다. 그 곳을 바라보고 있자니 뭔가 설렜다. 아바의 <our last summer>를 틀고 이어폰 볼륨을 높인 후 괜스레 도쿄행 항공권을 검색해보았다. 나도 언젠가 에펠탑을 바라보며 아바의 <our last summer>를 들으리라. 필름 카메라 세 개를 준비하여 효도 여행을 떠나리라, 같은 장소에서 오래도록 셔터를 눌러보리라.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풍경보다 더 근사하게 소개해보리라. 그런 작은 소망들을 마음에 새겼다. 삼십 대 중반의 나이에 영화학교에 입학했다며 “비효율의 기쁨과 가치 있음을 알기에 선택할 수 있다. 마침내 나는 ’여행하듯‘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는 작가의 마지막 말을 한참 바라보다가 책을 덮는다. 질투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은 좋은 책이라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