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서 구하라
구본형 지음 / 을유문화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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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사회나 지식 사회가 우리에게 주는 혜택에 대해 우리의 관심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잠깐 주목을 끄는데는 성공적이었다가 어느새 당연한 일상이 되고 더 나은 것으로 대체되면서
차갑게 외면 당하고 잊혀진다. 아쉬운 점은 그렇게 익숙해져 가는 우리의 인식이 사람 관계에
있어서도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간 낭비할 필요 없는 아주 실용적인 만남이 관계를 
유지하는데 있어 서로간에 아쉬울 것 없는 평범한 절차가 되어 버렸고 또는 그 자체가 사업
수단이 되어 바쁜 일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도 한다. 아이러니 한 점은 그러면서도
잔인한 구조 조정으로 정규직이 줄어들고 싱글족이 증가하고 이혼율이 치솟는 현상들이 마치
신기한 일인냥 뉴스거리로 언급 된다는 것이다. 


'사람에게서 구하라.'
이 짧은 한 문장이 주는 무게감은 사람이 하나의 수단으로 전락해 버리고 피폐한 인간 관계가
난무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그 절실함을 일깨워 주는 강력한 메세지이기도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에게는 선뜻 받아들이기 망설여지는 조심스러운 말이기도 하다. 저자는
지금과 같은 변화의 시기에 살던 역사 속의 인물들을 통해서 현실의 우리가 조금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  


진정한 성공은 이윤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말 역시 고개를
끄덕이게 할 수는 있어도 진심으로 사람들에게 어필 하기에는 참 어려운 말이지만 난 동의하고
따르고 싶다. 사업의 실패에는 운이 따르지 않았을 수도 있고 타고난 재능과 시대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인간 관계에 있어서 실패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나 스스로 그렇게
만든 것이 유일한 이유가 될 뿐이다. 그래서 마음이 풍요롭거나 또는 부끄러워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은, 지금의 결과에 따른 분명한 내 입장이 존재한다. 


난 개인적으로 7,80년대 분위기를 좋아한다. 그 당시에 발표한 앨범이나 개봉한 영화들을 보면 
흔한 표현으로 사람 냄새가 난다. 편리하지 못했던 환경은 오히려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사이에 더 많은 헌신과 애뜻함을 낳았고, 억압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명분있게 저항하며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고자 하는 그 본능적인 욕망이 곳곳에 묻어 있다. 반면, 깨끗한 디지털
음질과 선명한 3D 그래픽으로 깔끔하게 치장하고 나오는 지금의 그 결과물들은 대부분 나를
실망시키거나 숨막히게까지 만든다. 물론 사람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 환경이 인간을
그렇게 만든 것이지만 역으로 그 환경 역시 인간이 만든 것이기에 여전히 책임은 우리의 몫이다.  


본문에는 인간이 가장 늦게 진화하는 동물이라는 말도 나온다. 지금, 사람에게로 눈과 관심을
돌리기에 충분히 늦은 시기가 아닌가 싶다. 나 자신과 내 삶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시작으로
나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을 애정을 가지고 진지하게 바라봐야 한다. 이제 그만 엉뚱한
곳에서 답을 찾는 일을 멈춰야 한다. 그 온전한 인간 관계 속에서 내 역할과 존재의 의미도,
당연했던 내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도 온전히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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