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진화 류츠신 SF 유니버스 5
류츠신 지음, 박미진 옮김 / 자음과모음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독한 진화』는 지나친 망상이 공상으로 공상이 어쩌면 진짜 다가올지 모르는 지구의 미래 모습으로 진화한 영 어덜트 SF 소설이다. 책을 읽고 나면 제목에 함축된 내용의 의미와 물리적 크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작가의 방대한 상상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책 이야기>

첫 번째 단편 <타인의 눈>은 지구 밖 우주가 아닌 지구 속을 탐험하는 이야기이다. 과학의 발달로 인류는 강도가 큰 중성자 재료로 만든 선체를 타고 지구 중심을 뚫고 들어가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일몰 6호 선체에 탄 단 한 사람이 지구 중심에서 길을 잃고 땅 위로 돌아오지 못한다. 단 한 사람인 그녀는 지구의 중심까지 도달한 최초의 인류가 됐지만 남은 여생을 땅 위 세상과 통신이 끊긴 채 일몰 6호 안에 갇혀 지구 중심에서 떠돌게 된다.

두 번째 단편 <지구 대포>​는 지구의 비핵화가 실현되면서 남극대륙을 개발하고 차지하려고 혈안이 된 강대국들의 경쟁이 한창인 미래 시대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핵폭발을 연구하는 팀 소속인 선화베이 박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자신이 백혈병 말기 상태인 것을 알게 되고, 백혈병 치료 기술이 개발될 때까지 냉동 상태에서 동면하기로 결정한다. 부인과 아들은 현실에 남겨두고 동면에 들어간 선 박사는 74년 5개월 7일 13시간이 지난 미래에서 깨어난다. 74년을 훌쩍 뛰어 넘은 2125년 4월 16일에 도착한 것이다. 그러나 선 박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자신이 위험에 빠졌다는 것을 알리는 부인의 편지와 자신을 죽이려는 옛 동료와 자신에게 앙심을 품은 사람들이다. 분노에 찬 그들은 선 박사를 죽음의 심판대에 올려놓는다. 이들은 왜 자신을 죽이려 하는가? 그들은 궁금해하는 선 박사에게 과거 이야기를 들려준다. 선 박사의 아들 선위안이 만든 '남극 정원 프로젝트' 로 인해 지구에 세 번의 재앙이 닥쳐 많은 사람이 죽었고, 지구는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으로 파괴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구 중심에 일몰 6호 선체에 남은 단 한 사람이 떠돌고 있는데 그녀가 바로 선위안의 딸, 선 박사의 손녀딸이라는 것이었다. 결국 그 모든 불행이 다 잘나 빠진 선위안 때문이라는 이야기였다. 사태의 전말을 다 알게 된 선 박사는 다행히 경찰관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고 정부의 정책에 따라 다시 냉동 상태로 동면하기로 한다. 박사가 또 냉동 상태 동면에 들었다 깨어난 세상은 그로부터 50년 후이다. 이 미래 세상에선 인간이 지구를 뚫고 우주로 갈 수 있는 지구 대포가 운행되고 있다. 그리고 선 박사는 직접 지구 대포를 타고 우주로 날아오른다. 선 박사는 쥘 베른 소설에 나오는 달에 오르는 대포가 현실이 된 세상을 만난 것이다. 자신이 살아 생전 이루지 못했던 꿈이 이루어진 현실과 그 현실을 이루는 중심에 자신의 아들 선위안이 있었다는 사실에 벅찬 감동을 느낀다. 그리고 지구 중심에서 떠돌고 있는 자신의 손녀를 만나기 위해 해야할 일을 생각한다. 아들 선위안보다 더 무서운 호기심을 장착한 아버지다.


세 번째 단편 <산골 마을 선생님>은 20세기 중국의 두메산골에서 무지와 가난, 부모의 폭력에 순응하며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배움의 길의 되고자 자신의 일생을 불태운 산골 마을 선생님 이야기이다. 선생님은 죽음이 눈 앞에 다가온 순간에도 아이들에게 책을 읽고, 물리를 알아야 한다고 가르치며 아이들이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아랑곳없이 뉴턴의 세 가지 법칙을 알려준다. 그리고 무조건 외우라고 명령한다. 죽어가는 선생님 앞에서 선생님의 말을 울먹이며 외우는 아이들. 아이들은 돌아가신 선생님을 붙들고 목 놓아 운다.

지구에서 5만 광년 떨어진 은하계의 중심에서 2만 년이나 계속되었던 탄소 문명과 규소 문명의 처절한 우주전쟁이 끝나 가고 있을 무렵 탄소 연방은 평화를 위해 규소 제국을 격리 구간 내 가두려는 계획을 실행한다. 그 실행 이전에 격리 구간 내 3C급 이상의 문명이 있는 항성은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생명이 살아 있는 항성을 찾고 그들의 문명을 테스트하러 떠난다. 탄소 연방은 지구란 항성의 산골 마을 아이들을 대상으로 문명 테스트를 하게 되고 아이들은 선생님이 가르쳐준 뉴턴의 세 가지 법칙을 정확하게 대답해 소멸 직전의 지구를 구해낸다.

20세기 중국의 두메산골에서 사는 아이들과 외계인과의 만남이 필연적으로 얽혀 있어 상상이 아닌 현실처럼 여겨진다. 개인적으로는 세 편째 단편 <산골 마을 선생님>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산골 마을 아이들을 연민과 사랑으로 보살피며 무지와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배움의 길로 인도하고자 필사적이었던 선생님의 열정에 마음이 숙연해졌다.

황당무계, 어리둥절, 미래과학, 우주전쟁, 외계인, 생명존중, 문명의 진화, 과학의 발전에 따른 불특정 다수의 희생, 과학의 발전을 위해 묵살되는 도덕성, 과학 발전의 양면성, 인간의 호기심, 무지와 폭력, 배움, 인간사랑, 깊이 생각할 거리를 선물한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공존하는 소설이었다.


<뉴턴의 세 가지 법칙>  

제1 법칙 물체에 외부의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정지 혹은 일정한 속도로 운동하는 상태가 변하지 않는다.

제2 법칙 한 물체의 가속도는 받은 힘에 정비례하고 질량에 반비례한다.

제3 법칙 한 물체가 다른 물체에 힘을 가하면 다른 물체도 그 물체에 힘을 가하는데, 이 두 힘은 크기가 같고 방향이 다르다.


<발췌>

169쪽

"오늘 수업은 지난번처럼 중학교 과정이야. 원래 수업 계획에 있는 건 아니지만 너희 대부분이 중학교 수업은 평생 들어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 어제 배운 루쉰의 「광인 일기」는 알아듣기가 어려웠을거야. 이해를 하든지 못 하든지 일단 여러 번 보거라. 외울 수 있다면 가장 좋고. 너희가 크고 나면 다 이해가 될 거야."

172쪽

그의 인생에서 마찰이 생기지 않는 곳이 없었고, 그는 지칠 대로 지쳐 도저히 일정한 속도로 직선운동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늘 멈추어 설 수밖에 없었다.

 

 

#해당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느낌이나 생각을 쓴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