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나누었던 순간들
장자자 지음, 정세경 옮김 / 도도(도서출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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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마법같은 현실이다>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는 지금 이 시각

덜컹거리는 베란다 유리문 밖을 불안한 눈빛으로 쳐다보다 말다하며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글을 쓴다.

중국의 작은 마을 윈벤진에 있는 왕잉잉 할머니의 작은 가게에서 일어난 슬픈 마법 같은 이야기를 쓴다.

게으르고, 멍청하고, 마음 약하고, 뻑하면 울고, 심지어 다리 짧고, 박력 없는 남자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 수 밖에 없는《우리가 나누었던 순간들》은 마법같은 동화로, 가슴 아픈 소설로 남아 외롭고 힘든 이들에게 작은 등롱이 되어 줄 것이다.


<책이야기>

왕잉잉 할머니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며 외손자 류스산과 단둘이 살고 있다. 담배를 피우고 마작을 하는 왕잉잉 할머니는 눈물 많고 어리숙한 손자와 늘 옥신각신하며 지낸다. 외손자 류스산은 대학에 입학해 작은 마을 윈벤진을 떠나 도시로 가서 사는 것이 꿈이다. 열심히 공부해 원하던 대학은 아니지만 도시에 있는 대학에 들어간다. 그러나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은 잘 나오지 않고, 어렵사리 졸업을 하긴 했어도 정직원으로 취직은 못하고 인턴 생활을 전전한다. 대학 친구 즈거와 함께 살며 방세도 내기 힘든 상황에 설상가상으로 사귀던 여자친구한테 이별 통보를 받는다. 절망의 나락으로 빠진 류스산은 더 이상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 실연의 아픔으로 술독에 빠진 류스산을 외할머니 왕잉잉이 윈벤진으로 끌고 내려온다. 그토록 내려오기 싫었던 고향 마을에 끌려온 류스산은 마을 사람들을 고객으로 삼아 도시에서 하던 보험일을 다시 시작한다. 류스산은 초등학교 방과 후 미술교사로 근무하는 어릴 적 친구 청샹과 함께 보험일을 하며 마을의 이런저런 일에 연류된다. 하나둘씩 드러나는 마을 사람들의 사연에 맞닥뜨리게 되는 류스산. 류스산은 다시 돌아온 윈벤진에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작은 마을 사람들의 사연>

​결혼 후 남편을 일찍 여의고 딸과 둘이 산 왕잉잉. 딸도 손주인 류스산을 남겨두고 멀리 떠나 버린다. 평생 작은 마을 윈벤진에서 가게를 하며 손주를 키운 왕잉잉은 정성이 담긴 음식을 만들어 먹이는 것으로 그녀의 사랑을 표현한다. 고등학교에 가지 못하고 도박장 주인이 된 류스산의 초등학교 친구 니우따텐은 개과천선하여 사랑꾼이 된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미용실을 하며 도박에 빠진 남동생과 산 마오팅팅은 착하고 성실한 남자를 만나 결혼한다. 사업에 실패하고 아내마저 병으로 죽은 후 미쳐버린 아빠를 보살피는 어린 아이 치우치우는 류스산과 청샹을 만나 잠시지만 행복한 날을 보낸다. 어릴 적 큰 병이 걸려 오늘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불안 속에 사는 청샹은 4학년때 만난 게으르고 멍청하고 마음 약하고 촌스러운 류스산을 사랑한다. 다른 남자에게 시집 간 대학 때 만난 여자 무단을 못 잊고 바보처럼 산 류스산은 청샹의 사랑을 알아채지도 못한다. 엄마의 사랑을 모른 채 외할머니의 사랑 속에서 자란 류스산은 유일하게 테이프에 녹음 된 엄마 목소리를 들으며 그리움을 삭인다.


<웃픈 문장들>

19쪽

"제가 학교 도서관에 있는 책이란 책은 다 읽었거든요. 교장 선생님이 왜 제 문학적 재능을 의심하세요?"

27쪽

20대의 젊은 뤄 선생은 살면서 이렇게 자율적인 생물을 본 적이 없었다.

34쪽

한 놈은 공부를 할 수 없어서, 다른 한 놈은 놀 수 없어서 이 교실이 따분하기 짝이 없었다.

52쪽

그렇게 무덥던 여름날, 소년의 등은 여자아이의 슬픔에 데어 구멍이 났고 바로 심장까지 관통했다. 수없이 많은 계절의 바람이 이 통로를 넘나 들었고 반딧불이 한 마리가 바람속에서 깜빡깜빡 춤을 췄다.

53쪽

"너 괜찮은 애야. 내가 만약에 살아나면 네 여자친구 해줄게."

57쪽

아무리 기다림이 익숙하다 해도 기다리던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슬프게 마련이다. 그런 슬픔을 책에서는 '실망'이라고 했다. 나중에 어른이 된 뒤에야 류스산은 그보다 더 큰 슬픔인 '절망'이 있다는 걸 알았다.

78쪽

'똑똑하고, 지혜로운 녀석으로 복잡한 세상 속 아름다운 풍경이다.'

381쪽

하지만 청샹은 그런 그를 발로 걷어차며 물었다.

"물이 새면 새는 거지. 세 번째 질문이다. 만약 답이 틀리면 배랑 함께 가라앉는 거야!"

 

 

 

 

#해당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느낌이나 생각을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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