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희 새싹 인물전 50
김혜연 지음, 한지선 그림 / 비룡소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새싹 인물전 그 50번째 이야기~

 

이번엔 정말 생소한 인물이었습니다. 최은희.. 어찌보면 흔한 이름인데 왜 저는 전혀 감이 오지 않았을까요?

 

표지 그림으로 미루어보건데 꼭 유관순을 연상케하는 흰저고리 검정 치마 개량 한복에 당찬 얼굴 표정 그리고 노란색 책(?)과 펜~

 

아마도 개화기 신여성 중 한명인가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뒤 표지를 보았습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생긴 습관입니다. 유아들 그림책을 보면 앞표지와 뒤표지를 함께 보이도록 펼쳤을 때

 

연관되어 있다는 걸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하고 얼마나 신기했던지요~ 이 책 정말 생각 많이 했다고 감탄했는데 그 후에 만나는 거의 대부분의 책이 이렇게 표지부터 신경을 쓴다는 걸 알고 책 한권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는 일인지 새삼 느꼈답니다.

 

암튼 뒤 표지를 보니 천자문을 멋지게 쓰는 삽화와 함께 최은희가 누군지 간략하게 나와 있어요

 

"나는 우리 나라 최초의 민간 신문 여기자야. 여기자는 신문사의 꽃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내가 쓴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어.------이하 생략"

 

그리고 경비행기를 타는 모습까지...

 

아~ 최은희는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신문 여기자이고 천자문을 빨리 깨쳤으며 아마 비행기도 탔나봅니다.

 

이 정도로 표지 그림에서 책에 대한 정보를 충분하지만 너무 자세하지 않게 보여주고 있어 재미있었습니다.

 

시리즈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이 책은 인물이 태어난 때부터를 다루지는 않습니다. 제가 예전에 읽었던 위인전들은 태어나면서 심지어 엄마 뱃속에 있을 때나 잉태되기 전의 이야기, 태몽부터 나오는데 말이죠~ 요새 책들은 인물 이야기를 참 사실적으로 접근하고 예전의 책들이 인물을 뭔가 우상시하고 신성시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데 반해 그 인물들의 보통 이야기, 평범했던 어린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 속에서 뭔가 남들과 다른 기질(인내, 창의성, 탐구하는 자세, 배려 등)이 있었음을 강조하는 것 같아요.

 

첫 에피소드는 최은희의 보통학교 운동회 이야기였어요. 달걀 옮기기 경주를 하는데 다들 달걀이 떨어져 깨질세라 잘 걷지 못했는데 달걀이 있는 곳까지 꼴찌로 달리던 최은희는 달걀을 숟가락에 올려 돌아올 때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겅중겅중 뛰어서 일등이었대요. 비결은 달걀을 뜰 때 모래까지 듬뿍 떠서 달걀이 숟가락 위에서 움직이지 않게 한 것이지요. 어린 나이지만 사물을 보는 관찰력과 다른 각도에서 사물이나 상황을 보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내는 능력이 돋보이는 장면이었어요. 요즘 사회가 우리 아이들에게 바라는 모습이 바로 이런 것 아닌가 싶었어요. 주어진 답안만을 암기하고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 다른 방법을 찾아 실천하고 보완하는 능력 말이죠~

 

이런 최은희의 모습은 아버지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당시 큰 부자였지만 재산을 좋은 일에 많이 쓰고 우리나라의 힘을 키우기 위해 학교도 세우고, 남자와 여자가 모두 평등하다고 여긴 아버지 덕에 최은희는 남자 아이들처럼 학교에 다닐 수 있었고, 그 후 학교에 진학해서 만나게 되는 선생님들의 영향으로 애국심을 키워갈 수 있었어요. 정말 한 인물이 세상에 큰일을 하기까지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인물이 누구일까요? 젤 처음은 부모님일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선생님 그리고 친구겠지요. 물론 요새는 책을 통해 인생의 멘토를 만나기도 하지만 바로 곁에 그런 멘토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거에요. 그런 의미에서 최은희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일제 강점기였지만 공부도 할 수 있었고 바른 생각을 가지고 어두운 세상의 빛이 되는 스승님을 만났으니 말이죠. 또한 최은희가 신문기자로 일할 수 있게 도와주었던 소설가 춘원 이광수의 부인 허영숙을 만난 것도 그렇구요.

 

총명했던 최은희는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도 일본인이나 남성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여름방학을 맞아 돌아온 고향에서 허영숙과 잘 알고 지내요. 어느날 허영숙의 진료비를 떼먹은 부잣집을 찾아가서 진료비를 받아내는 장면은 최은희의 당찬 면과 본인이 옳다고 생각한 것에 대해 굽히지 않는 의지 그리고 베짱이 너무나 잘 드러났어요. 이런 면이 훗날 이원수가 조선일보에 최은희를 여성기자로 추천하게 되는 배경이 되지요. 아마 저라도 이런 최은희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겠어요~

 

신문기자가 된 후에도 그저 신문사의 꽃으로만 여기던 당시 사회에 여봐란 듯이 힘든 곳 어려운 곳 마다하지 않고 필요한 기사, 도움이 되는 기사를 찾아다니고 남자들도 하기 어려웠다는 특종을 따 내기도 했어요. 그러한 성격 덕에 최은희 앞에는 최초라는 말이 많이 붙어요. 최초의 민간 신문 여기자 외에도 최초로 전파에 목소리를 실은 사람, 여성기자로는 최초로 하늘을 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지요. 이 역시 같이 지원한 남자 기자들을 제치고 최은희가 이뤄낸 쾌거랍니다.

그리고 책 말미에 부록처럼 사진으로 보는 최은희 이야기는 여기자로서 최은희의 활약을 보여주는 당시 신문 기사, 관련 인물들 그리고 대한 민국 여성 1호의 직함을 가진 다른 인물의 이야기가 나와요. 연계독서를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런 최은희의 이야기를 읽고 나서 이런 분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의 위치가 자리잡아 가고 있고, 우리나라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균형있게 발전해가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후대를 사는 자손으로서 참으로 감사한 일이죠.

 

이와 같은 일화들이 어찌 보면 좀 식상하게 여겨질 수도 있었어요. 왜냐하면 다른 인물 이야기 책(위인전)을 보면 항상 주인공은 남들과 달리 비범하고, 용기있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등.. 전형적인 인물 이야기의 주인공과 최은희는 다르지 않거든요. 하지만 새싹 인물전이 위인전과 다른 점은 바로 무거울 수 있고 식상한 이야기를 특유의 유쾌한 방법으로 풀어가기 때문인 것 같아요. 최은희에 대한 배경 지식 하나 없이 이 책을 읽은 우리 아들 역시 처음 읽을 때는 유관순과 옷이 같다며 친근해했구요, 그리고 당시 사진기에 대한 조선 사람들의 인식을 보여주는 삽화에서는 배꼽을 잡고 웃다가 정말 그랬느냐며 신기해하더라구요. 이렇게 부담없이 새로운 인물을 접하고 난 뒤 아이는 서너번을 반복해서 책을 읽더군요. 그리고 최은희라는 인물에 대해 나름대로 해석을 하고 그 인물에 대해 정리를 합니다.

처음부터 여느 인물이야기 책과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풀어나갔더라면 우리 아이가 이렇게 낯선 인물 이야기를 반복해서 읽을 수 없었겠지요. 바로 이런 것이 새싹 인물전의 진짜 맛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과연 다음 이야기는 어떤 인물이 우리에게 올 건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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