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골당 모녀 1
강현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7월
평점 :
절판


강현준님의 인기작 '납골당 모녀'는 대대로 이어온 가업인 납골당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수아모녀의 눈물겨운 투쟁기를 다루고 있다. 납골당을 관리하는 가업을 잇기 위해 데릴사위로 점찍은 미소년 J - 순진하다 못해 어벙한 - 를 남자로서 자각시키고 강인한 남성으로 탈바꿈시키려는 강력한 열의가 불을 뿜는 작품이다.

미소년, 꽃미남은 순정만화의 꽃이요, 핵심이다. 많은 이들이 미소년, 꽃미남을 그리며 그 얼마나 많은 밤을 외롭게 보냈는가! 미소년은 쟁취할 가치를 충분히 가진 동시에 미소년을 향한 수많은 경쟁과 마수를 견뎌야만 한다. 순진하고 어벙한 미소년을 쟁취하기 위한 수아모녀의 투쟁을 미소년 쟁취를 위한 보고서에 담아 보았다.

CAT으로 인기를 얻은 강현준님은 독특하고 기발한 아이디어와 남들이 포착하지 못하는 생활 속의 웃음을 끌어내는데 탁월한 재주를 가진 작가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바로 엉뚱함에서 오는 유머이다. 그렇기에 납골당 모녀 또한 엉뚱한 유머, 황당한 웃음이 장면장면 가득하다.

우리의 영원한 목표 미소년은 착하고 어리숙하고 순진한 어린아이와 같은 상태에 있다. 이러한 미소년에 대한 치솟는 사랑과 주체할 수 없는 열정을 가진 여자, 험난한 길이라도 기꺼이 가고자 하는 강인한 여자만이 미소년을 쟁취할 수 있다. 용감하고 대담한 어머니의 전폭적인 지지와 미소년과의 관계를 위협하는 주변의 음흉한(?)마수와 어둠의 세력(?)의 대담한 유혹을 철저하게 뿌리쳐야만 험난한 미소년 쟁취에 도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덧붙일 것은 미소년을 쟁취하더라도 결코 방심하면 안 된다. 얼빵한 미소년을 노리는 유혹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납골당의 모녀'는 결국, 온갖 억측과 모략, 갖가지 해괴한 언동과 엉뚱한 상상력은 멀쩡한 한 인간을 동성애자로 몰아 쫓아내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비록 숙적 L은 제거되었지만 얼빵한 미소년 J의 행동과 상태로 봐서는 수아모녀의 앞날에 더 큰 고난과 험난한 여정이 남아있을 듯하다.

L을 호모로 몰아 쫓아내기 위한 수아모녀의 기상천외한 작전과 행동은 이 작품의 정수이며 보면 볼수록 재미있는 부분이다. L은 동성애자인가 아니면 J를 향한 연심에 눈이 먼 수아모녀의 모략인가는 독자가 꼼꼼하게 살펴보야할 문제다.

이 작품은 미소년의 쟁취작전이라는 커다란 주제 안에 수아 집안의 가계를 통해 모계가장의 전형을 보여주며 동성애에 대한 일반인의 시각과 그에 따른 문제점을 보여준다. 좋은 작품은 한가지 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를 통해 여러가지를 보여주고 생각하게 해 주는 것이다. 엉뚱한 상황과 그에 따른 박장대소는 작품을 '웃기'는 만화로 만들지만 전통적인 남성 중심의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 열린 사고를 하도록 유도한다. 미소년을 쟁취하기 위한 수아모녀의 적극적인 자세나, 모계로 이어지는 가계, 남자도 무서워 도망가는 납골당이라 공간을 지키는 것,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각 등은 결코 그냥 넘어가기에는 긴 여운과 큰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의 사회는 세기가 바뀌고 의식이 변화함에 불구하고 여전히 보수적이고 전근대적인 면이 많다. 특히 여성과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각은 가장 심각하다. 이는 남성중심의 세계, 이성애 중심의 세계의 편협성과 문제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급브상하고 있지만 여전히 물밑에 있는 이 소외된 자들의 세계는 가볍게 읽고 흘리기 보다는 모두가 깊이 생각하여야할 문제이다. 미소년 쟁취를 위한 피눈물나는 노력이 창창하게 그려질 '납골당의 모녀', 흥미진진한 그 후가 더욱 기대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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