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간의 남미 일주
최민석 지음 / 해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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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03. 즐겁게 사는 것 빼고, 달리 생에서 뭐가 필요한가

P.390-391 실은, 이게 지난 10년간 내가 작가로서 해온 것이다. 항상 수평선을 향해 간다고 여기고 한 발씩 내디뎠는데, 언제나 제자리였다. 수평선 부근에는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햇빛을 즐기며 여유롭게 ‘물 위에 떠 있는 삶’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관념에서 헤어나와 주변을 보니, 정작 파도에 맞서서 앞으로 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남녀노소 모두가 파도의 힘 탓에 제 몸이 백사장까지 떠밀려 오는 걸 즐기고 있었다.
그간 나는 왜 하늘을 안 봤는가. 온종일 모니터와 자판만 바라봤지, 시선을 딴 데 돌려 왜 무언가를 힐끔거릴 생각조차 안 하는 건가.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자신을 채찍질하며 ‘생활이라는 거대한 수레바퀴’를 매일 굴리는 내 불안의 노예가 돼 있었다.

p.394 지난 10년간 적어도 나 자신에게 만큼은 부끄럽지 않도록, 한다고 해왔는데 대체 내가 왜 이러고 지내는지 그 이유를 잊어버린 것이다. 그저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것만이 내 일상이 돼버렸다. 이번 여행을 왜 왔는가. 중남미가 궁금해서? 한 번은 와보고 싶어서? 여권에 도장을 좀 더 찍고 싶어서? 언제가 내 소설의 소재가 될 것 같아서? 코파카바나의 하늘을 보고 있으니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나는 더 잘 살고 싶어서 온것이다. 산티아고 유랑 악단처럼 지내기로 했다 그들처럼, 즐겁게, 폼나게, 거리에서건, 노트북 앞에서건, 함께이건, 혼자이건…

p.400 때론 어쩔 수 없이 택한 길이 목적지로 이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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