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역설 - 왜 항상 싫다면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가
이재진 지음 / 카시오페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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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내 목표는 '완벽한 하루'를 사는 것이다. 완벽한 하루란 계획을 세워 최대한 그 계획에 맞게 실행에 옮기는 것 그리고 버려지는 시간을 잘 활용하여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이다. 주 중에는 공부와 운동에 최선을 다 하고, 주말에는 사회활동과 치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지인을 만나서 대화를 할 때도 최대한 집중해서 알찬 만남을 만들어 간다. 더 이상 흐지부지하게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듯하지 않겠다. 100m를 최고 기록으로 달리기 위해서는 110m 혹은 120m까지 달려야 한다. 그러니 한 걸음 더 내딛는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겠다.

 자주 아프고,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내가 더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살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 무의식이 나를 도와주기 위해서 나타난 현상들이다. 이건 중요한 일이고, 내가 해야 될 일이며 그 일로부터 보람을 느낀다면 내 모든 것을 던져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난 지금껏 그런 일을 찾아야지라는 생각만 했을 뿐 직접 몸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시간이 쌓이고 쌓여 이제는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할 만큼이 되어서야 나를 가둔 벽이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변화 심리학자 이재진 선생님의 책 '마음의 역설'을 읽으며 다시 한번 내 삶에 대해 반성할 수 있었다.
"증상에 감사하라." 우리의 무의식은 증상을 통해 우리를 도와주고 지켜 주고 있는 것이다. 나는 아프고, 힘들다는 표현을 은연중에 계속 함으로써 적극적으로 학교 일에 관여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학교에서 진행되는 일련의 프로젝트들이 정말 학생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버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스스로 확신이 없으니 학생들에게 자신 있게 말해줄 수도 없었다. 그저 소개를 하고 그들의 선택을 기다릴 뿐이었다.

 "우리의 마음은 우리를 위해 일하고 있으며, 인간의 모든 행동은 목적을 지닌다." 곱씹을수록 멋진 말이다. '우울해서 힘들어요. 무기력해서 생활을 할 수가 없어요. 도저히 화가 나서 생활이 안돼요... ' 일상생활이 안된다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주로 하는 말이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 증상들이 지금의 자신을 보호해 주고, 하기 싫은 것과 피하고 싶은 것을 피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핵심은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득을 포기하고 이런 이득이 없어도 되는 사람이 된다면 문제는 해결된다." 이득을 포기해야 한다. 불덩이를 잡고서 뜨겁다고 소리만 칠 것이 아니라, 그것을 놓고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잡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 이 문장만 정확히 실행할 수 있다면, 삶의 많은 부분이 변화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감명받은 부분은 에필로그에 씐 글이었다. 제목은 '나무처럼 산다면 이미 충분하다'이다. 나무는 유전자의 명령에 따라 영양분과 물을 흡수하고 자라서 씨를 뿌리고 종족을 번식한다. 하지만, 이런 지극히 개인적인 나무의 활동으로 인해 지구 상의 대부분의 생물들이 나무의 도움을 받아 살아가고 있다. 자기 삶의 위해 노력한 일들이 자연스레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삶. 마치 이런 나무 같은 삶을 살 수 있다면 무엇을 하든 어떻게 살든 이미 그것으로 행복한 삶이라고 그는 말하고 있다.

 내가 꿈꾸던 삶을 구체적으로 글로 옮긴다면 아마도 이와 유사하게 썼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재진 선생님의 글을 통해 삶을 더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람이고, 결국 나를 선택하는 사람이지만, 이런 모든 선택과 행동이 내 주변을 위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 것이다. '나'라는 주체를 넘어서 '우리'로 나아갈 수 있는 삶을 지향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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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선물 - 성공이 아닌 성장을 위한 이야기
신영준 지음, 서동민 그림 / 로크미디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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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준 박사의 책 '졸업선물'을 읽었다. 완벽한 공부법에 '공부'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면, 이 책은 인생 전반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마치 신영준이라는 인생에 펼쳐진 산을 오르면서 자갈밭을 걷는 법, 웅덩이를 피하고, 계곡을 어떻게 지나야 하는 등에 구체적인 방법을 눈에 보이듯 펼쳐놓은 느낌이랄까.

 이미 그의 강연을 여러 차례 본 덕분인지 대부분의 내용이 익숙하게 들어왔다. 사실, 이런 자기개발서는 책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그걸 읽고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에 가까이 두고 삶의 고비마다 꺼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에 몇 가지 기억에 남는 문구와 내 생각을 적어볼까 한다.

"남들이 안된다고 하는 것을 꾸준히 오래 한다"
-기회는 절대 보이지 않는다. 해보고 나서 돌아보니 기회였던 것이다.

 대학 때 심리학을 복수전공하고 그 뒤로도 꾸준히 심리학 서적을 읽고 있다. 상담 관련 방송도 찾아서 들으며 귀동냥을 했는데, 아마 내 마음속 깊은 곳에는 언젠가 "심리상담가"로 활동하고 싶은 욕구가 숨겨져 있는 것 같다. 단지, 전력투구할 용기가 부족할 뿐... 올해는 완벽한 공부법을 발판 삼아 전공 공부를 확실히 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그 내공을 가지고 내가 정말 관심 있는 심리학과 맞짱(?)을 떠볼 생각이다. 그동안 잽만 날려서 미안하다 체급을 키워서 다시 돌아오마.

"쓰잘머리 없는 걱정이 많으면 좀 더 바쁘게 살면 된다."

 연극 공연만 끝나면 편안하고 행복해질 줄 알았다. 지긋지긋한 연습만 안 하면 뭘 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다 끝나보니 허전함만이 남은 것 같다. 의욕도 없고, 멍만 때리고 그러다 이런저런 잡생각과 고민만 머릿속을 꽉 채웠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하신 말씀 같았다. 쓸데 없는 걱정 그만하고 운동 열심히 하고,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찾아서 열심히 부딪치라고. 어렵게 얻어야 진짜 내 것이 된다. 쉽고 편하면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신호로 알면 99%는 맞는 거 같다.

 그의 글을 읽는 중에 유독 눈에 가는 대복들이 있었다. 그들 문장에 주제는 "사랑"이다.

"행복한 가정을 만든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그것을 정말로 함께할 사람은 가족밖에 없다. 단단한 가족은 행복한 인생의 척추다.

"사랑받고 싶으면, 먼저 사랑해라. 그래도 사랑받지 못하면 사랑을 한 것에 만족하자."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부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럼 부모님에게 묻겠습니다."
"당신은 자녀를 왜 태어나게 했나요? 한 명의 부자를 만들고 싶어서 그랬나요?"
"아니요. 제가 남편(부인)을 사랑했기에 우리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그렇다.
우리 삶의 본질 속에는 '사랑'이 있다.
부차적인 것들이 너무 본질을 가리고 있다.
부도 좋고 명예도 좋다.
그러나 사랑을 잊고 살지는 말자.
인생의 진짜 의미를 잊지 말자.
왜 태어났는지 기억하자.
그래서 짧디 짧은 우리 인생 너무 길게 방황하지 말자."

 "인생이 비참해지는 순간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해줄 사람이 없을 때."
(내가 사랑해줄 사람이 없으면 나를 사랑해줄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그 모든 고난을 이겨내고 산 정상에 섰을 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보물은 "사랑"이라고, 그리고 그 사랑은 이미 내 배낭 안에 담겨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사랑이다.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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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몰입의 즐거움 - 개정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 이희재 옮김 / 해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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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평생 고생하셨습니다. 후회도 되는 일도 있고, 미련도 남으셨겠지만 이제 모든 걸 내려놓으시고 편안한 마음으로 떠나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책 한 권을 추천해 줄 수 있다면 어느 책을 추천해 주시겠습니까?"

 만약 내게 지금 이 질문을 건넨다면 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의 '몰입의 즐거움'을 권할 것이다. 나의 20대 초반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그냥 하루하루를 살았던 시기였고, 중반은 하고 싶고 잘 하는 것을 찾았으나 안정과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하기 싫은 공부를 해야 했었고, 후반이 넘어서는 이도 저도 안될 바에야 돈이라도 벌자라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시기였다. 어느 한순간도 그 순간을 살았던 느낌이 없다. 언제나 미래에 그리고 가끔은 과거에 시선을 두고 꾸역꾸역 살았던 것 같다.

 이 책에는 내가 왜 행복하지 않고, 자신감이 없으며 집중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답변이 가벼운 문체로 적혀있었다. 이보다 훨씬 두꺼운 '몰입,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나다'라는 책을 요약하여 더 쉽게 적어놓은 책인데, 아마 몰입의 즐거움을 읽고 나면 바로 이어서 읽고 싶어질 것이다.

 "타인들은 자꾸 나를 누르고 주도권을 쥐려고 한다. 나야 어떻게 되건 말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 삶의 길은 스스로 발견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삶"이란 무엇일까? 분명히 한낱 생물체로서의 생존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아까운 시간과 재능을 허비하지 않고 나만의 개성을 한껏 발휘한다면서 복잡다단한 이 세상과 살을 맞대고 살아가는 충만한 생활을 뜻하는 말이리라."

 책을 펴자마자 두 번째 페이지에 나온 이 문장을 한동안 멍하니 쳐다봤다. '살고 싶다... 살고 싶어' 언젠가부터 가슴속 깊은 곳에서 이 말이 새어 나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기존의 내가 깨지면서 그 목소리는 점점 더 선명해졌다. 내가 느꼈던 살고 싶다는 아마도 위의 글에서 나오는 삶에 대한 갈망이었던 것 같다. 내가 모르고 있는 내 잠재력을 내가 원하는 것에 모두 쏟아부을 수 있는 그런 삶 말이다.   

 내 생각을 이미 오래전에 아셨다는 듯이 파스칼은 이런 잠언을 남기셨나 보다.

"의심스러운 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칠십 평생이 우리가 우주를 경험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회라고 가정하고, 그 시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지 않고 허송세월만 할 경우 우리는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반대로 우리의 예상이 빗나가 죽음 너머에 또 다른 삶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로서는 전혀 잃을 것이 없다."

  남들보다 늦게 사회생활을 시작 한 탓에 오랫동안 부모님 용돈을 받으며 살았다.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월급을 받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고 싶은 물건을 사며, 돈을 모으는 재미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런데 문득 돈과 시간에 대한 상관관계가 떠올랐다. 시간이 많을 때는 돈이 없었는데, 막상 돈이 생기자 시간이 없다. 그래서 다들 돈 많은 대학생을 가장 부러워하는가 보다. 미하이 교수는 돈에 대해서 이런 말을 하셨다.

 "무엇을 하거나 만드는 데 들어가는 시간을 측정하는 잣대 노릇을 하는 것이 바로 돈이다. 우리가 돈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활동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을 주어 삶의 제약에서 우리를 어느 정도 해방시키기 때문이다."

 거의 매주 버스를 타고 서울을 오가고 있다. 가장 저렴한 일반 고속버스만 타고 다니다가, 어제 우연한 기회에 할머니를 모시고 SRT 고속철도를 타게 되었는데, 다시 한번 돈의 위력을 느낄 수 있었다. 고속철도를 마음껏 탈 수 있는 여유만 있다면 매일이라도 서울을 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내년부터 열심히 돈을 벌어야겠다.

 잠시 이야기가 옆길로 샌 것 같다. 그는 다시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행복의 느낌은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누구와 같이 있고 어떤 장소에 있는가에 크게 영향받지 않는다. 자신이 얼마나 능동적이고 강인하며 민첩하다고 스스로 생각하는지는 어떤 일을 하는가에 그 도가 크게 달라진다... 자신이 능동적이고 강인하다는 느낌이 들면 그만큼 거기서 맛보는 행복감도 커지기 마련이어서, 시간이 흐르면 우리가 선택한 일이 행복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생활을 하다 보면 집이 금세 어지러워지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남자들만 사는 집이나, 정리 정돈이 습관화되지 않은 사람은 그 정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가 사는 우주는 가만히 놔두면 무질서화되는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돌도 나무도 그 정도가 아주 미세하지만 결국은 무질서화되어 사라지고, 생물은 그 주기가 더욱 짧다. 죽음이란 더 이상 무질서화를 막지 못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를 엔트로피라 한다.

 "감정은 의식 안의 상태를 말한다. 슬픔·두려움·떨림·지루함· 같은 바람직하지 못한 감정은 마음속에 '심리적 엔트로피'를 조성한다. 무질서도를 뜻하는 엔트로피 상태에 빠지면 우리는 바깥일에 집중을 하지 못한다. 내부의 질서를 다시 세우는 데 온통 신경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행복·과단성·민첩성 같은 바람직한 감정은 '심리적 반(反) 엔트로피'의 상태다. 이때 우리는 스스로를 되돌아보거나 추스르는 데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으므로 걸림돌 없이 정력을 우리가 선택한 과제로 온전히 투입할 수 있다."

 우리가 먹고, 자면서 죽음이라는 엔트로피 현상을 늦추기 위해 노력하듯 우리 정신에도 그와 같은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한도 끝도 없이 무질서화되는 우리의 정신을 추슬러 의미 있고, 값진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다양한 사례를 들어 몰입에 의해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자기 삶에 적용해 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 또한 제시하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음 너무 집중한 나머지 시간 가는 줄 몰랐던 때가 한 번 즈음은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 느낌을 깨어있는 시간 전체로 넓혀 하루를 완벽하게 집중해서 살 수 있는 게 그가 말하는 몰입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의식적으로 집중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작은 일 하나에도 온 힘을 다해 집중력을 발휘하고 그 느낌이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젠 새로운 일이 닥치더라도 두려워하거나 당황하는 정도가 많이 줄어들었음을 느낀다. 천천히 집중해서 하면 된다는 믿음이 생긴 것 같다. 어지럽고, 답답한 느낌에 하루가 무기력하다고 느낀다면 꼭 읽어보길 추천해주고 싶다. 분명 변화의 시발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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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스, 내 인생의 신화를 찾아서
조지프 캠벨 지음, 노혜숙 옮김, 한성자 감수 / 아니마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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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고학년 즈음이었던 것 같다. 그때도 내 아버지 나이는 30대 후반이셨기에 혈기왕성함으로 열심히 운동을 하고 다니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남다른 승부욕에 뭐든 주장을 맡아서 게임을 주도하셨던 아버지. 그날은 다음날 있을 동문 체육대회를 위해 현지 적응 차원에서 시골 초등학교에서 아버지와 축구공을 주고받으며 운동을 했었다. 한참 어린 동생은 우리 둘 사이를 끼고 싶었으나 몸이 따라와 주지 앉자 금세 짜증을 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날씨는 선선하니 해가 저물어 가는 오후였다.

 이제 슬슬 운동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가려는데, 아버지께서 100m 달리기 시합을 하자고 하셨다. 나와 1:1 대결을 하고, 동생이 심판을 봤다. 언젠가 장난을 치고 있는 힘껏 달렸는 얼마 못가 어머니께 목덜미를 붙잡혀 신나게 맞았던 기억이 떠올라 등골이 오싹했다. 동생의 시작 소리에 있는 힘껏 달렸고 곁눈질로  아버지가 전력 질주를 하시는 모습을 보였다. 아들이라고 봐주지 않겠다는 의지 비슷한 것을 느꼈고, 나도 지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뒤를 돌아봤는데, 생각보다 한참 뒤에 뛰어오시는 아버지 모습이 보였다. 어이없을 정도로 거리가 벌어져서 나도 놀랐고, 뒤따라 오시던 아버지는 더 놀란 표정이셨다. 이제는 엄마가 아무리 빨리 달려도 날 잡지 못하리라. 이제 난 애가 아니었다.

 그렇게 키는 꾸준히 컸고, 나이도 열심히 먹었다. 그렇게 시간이 가면 나도 어른이 될 줄 알았다. 애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른도 아닌 청년기를 20년 가까이 지내고 있다. 가끔 영원히 이렇게 나이 들다 죽음을 맞이하는 걸 상상해 보곤 하는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꼰대 아니면, 나잇값 못하는 노인네가 되어 있을 것이 뻔하니까. 어떻게 하면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어른이 되고 싶다.

 "블리스, 내 인생의 신화를 찾아서"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종교와 신화는 그 진위 여부가 중요하기보다는 그 상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성년식을 치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전에는 국가마다 혹은 문화마다 그에 합당한 성년식이 있었고, 청년은 어른이 되기 위해 그 의식을 치러야만 했다. 그럼으로 사회의 어른으로 대우받을 수 있었고, 스스로도 그렇게 행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하면서 종교와 신화는 더 이상 우리에게 정신적 지지대 역할을 해주지 못하게 되었다. 순수의 시대가 지난 것이다.

 저자는 우리의 정신이 산업의 발전처럼 크게 성장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나도 그 말에 깊게 공감한다. 물질의 발달에 정신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그로 인해 우리의 정신은 지지대를 잃어버린 것이다. 특히 종교를 믿지 못하는 나 같은 부류의 인간들에게는 더더욱 이 시대는 살기가 힘들다. 현실을 열심히 살고 있지만, 현실을 넘어 삶의 연속성을 갖게 해줄 그 무엇이 없기에 큰 파도가 일면 배는 난파되고 정신을 잃은 체 망망대해를 헤맬 뿐이다.

 "어른이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스스로 성년식을 치루라. 그리고 모험을 떠나라." 이 책은 내게 이렇게 말해주는 듯했다. 어른으로서 마땅히 갖춰야 할 능력을 혹독한 성년식을 경험함으로써 배우고, 다시 태어나는 거다. 블리스를 추구하라.

"나는 항상 보이지 않는 손이 나를 이끌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일종의 미신과도 같은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우리가 블리스를 따라간다면 언제나 그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길에 들어서게 되고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같은 관심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하고 그들이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블리스를 추구하면서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에서 우주가 당신을 위해 문을 열어줄 것입니다."

 캠벨은 우리가 추구해야 되는 것을 블리스라 말했다. 아마도 이렇게 하고 싶다는 무의식의 느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올해 집으로 내려오면서 제자리로 돌아와 다시 시작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시작하지만, 그 전과는 뭔가 다른 느낌. 이 책을 읽고 내년에는 나만의 성년식을 보내기 위해 길을 떠나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모험을 잘 하려면 우선 집에서부터 잘 지낼 수 있어야 한다. 올 한 해는 집에서 누릴 수 있고, 할 수 있는 최대치를 경험하고 다시 도약하고 싶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신화 속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신화 속 영웅이 어떤 삶을 살기를 원하는지 잘 듣고, 관찰하여 원하는 결말에 도달할 수 있도록 조력해야 한다. 우리는 각자의 모험의 숲 속에 던져져 있다.

 "예술가들은 이 세상의 사물을 한데 모아서 원래의 빛을 보여준다. 그 빛은 우리 의식의 빛이며 또한 모든 것을 숨기고 있다. 그 빛을 적절하게 들여다보면 세상이 보인다. 영웅 신화는 그 빛을 환하게 보여주는 보편적인 패턴 중 하나다. 내가 생각하는 훌륭한 삶은 영웅의 여정이다. 우리는 사는 동안 끊임없이 모험의 영역으로, 새로운 수평선으로 불려간다. 그때마다 우리는 같은 문제를 마주한다. 모험에 뛰어들 것인가? 만일 용기를 내어 모험을 떠난다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도움을 받아 성공할 수도 있고, 아니면 실패할 수도 있다. 실패의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하지만 인생에 중요한 것은 살아있다는 느낌, 블리스를 누리며 사는 것이다."

 이제 더는 눈 감지 않으리라. 더 이상 떠미는 대로 끌려가지 않겠다. 똑바로 응시하고, 온전히 느끼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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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고민인가요 - 타로마스터 한민경의 필살 상담기
한민경 지음 / 스윙밴드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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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으로만 듣던 한쌤의 타로 이야기를 이렇게 책으로 만나니 얼마나 반갑던지 ~!

만약 타로 점을 기대하고 책을 샀다면 분명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이 말하는 요지는 한 해를 준비하며 스스로 맥을 잡고 솔직하게 자기답게 살라는 것이다.

세상에 가장 좋은 처세는 바로 나답게 사는 것이다.

이 책이 어두운 세상을 사는 우리의 삶을 비추는 작은 등불이 되어 주길 바라며 이만 줄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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