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적나라한 신체적 능력만 중요했다면, 사피엔스는 먹이 사다리의 중간쯤에 존재했을 것이다. 우리가 최상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정신적, 사회적 기량 덕분이다. 따라서 우리 종 내의 권력 사다리도 폭력이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능력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므로 남자가 신체적 힘으로 여자를 강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역사상 가장영향력 있고 안정적인 사회적 위계질서의 토대라고 믿기는 어렵다.
이런 악순환은 수세기 수천 년 지속되면서 역사적으로 우연히 발생한 질서에 불과한 상상의 위계질서를 지속시킬 수 있다. 부당한차별은 시간이 흐르면서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심해질 수 있다. 돈은 돈 있는 자에게 들어오고, 가난은 가난뱅이를 방문하는 법이다. 교육은 교육받은 자에게, 무지는 무지한 자에게 돌아가게 마련이다. 역사에서 한번 희생자가 된 이들은 또다시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역사의 특권을 누린 계층은 또다시 특권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
문자체계가 인간의 역사에 가한 가장 중요한 충격은 정확히 이것, 즉 인간이 세계를 생각하는 방식과 세계를 보는 방식이 점차 바뀌었다는 점이었다. 자유연상과 전체론적 사고는 칸막이와 관료제에 자리를 내주었다.
대량의 수학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맞춤 시스템이었다. 덕분에 수메르인들은 인간의 뇌에서 비롯되는사회질서의 제약에서 벗어나 도시, 왕국, 제국의 출현에 이르는 길을 열었다. 수메르인이 발명한 데이터 처리 시스템은 ‘쓰기‘라는 이름으로 불렸다.195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진 제국과 로마 제국에 이르는모든 협력망은 ‘상상 속의 질서‘였다.이들이 지탱해 주는 사회적 규범은 타고난 본능이나 개인적 친분이 아니라 공통의 신화에 대한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