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낙원 세계기독교고전 32
존 밀턴 지음, 귀스타브 도레 외 그림, 박문재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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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독서 모임의 책이 단테 「신곡」 중 「지옥편」이었다.

지옥의 모습에 무섭기도 했지만, 너무나 재밌고 흥미로웠고 많은 대화를 이끌어 주었기에 여운 또한 많이 남았다.

존 밀턴의 「실낙원」 또한 「신곡」 과 일맥상통하기에

더욱 기대하며 읽게 된 책이다.

 

 

나는 기독교인이기에 실낙원의 내용이 낯설지가 않다.

성경 창세기의 천지창조와 에덴 동산, 아담, 하와의 스토리를 어떻게 엮어냈는지 궁금했기에 기대와 설렘으로 한 장 한 장 넘겨 보았다.

역시나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좋았다.

재밌다.

은혜로웠다.

과연,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며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게끔 이끌어 주었다.

첫 장에서

실낙원의 주제가 제시된다.

『아담이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금지된 나무의 열매였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음으로써 인류 전체가 죽음 아래 놓이게 되었다가, 나중에 "한 분 더 위대한 인간"으로 표현된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와서 인류를 다시 회복시키게 되는데, 인간의 이 최초의 불순종으로 인해 에덴 동산을 잃게 된 과정을 읊는 것이 이 서사시의 주제임을 보여준다.』

 

 

존 밀턴 '실낙원' - 세계기독교 고전 #32

 

 

"인간이 저 금지된 나무의 열매를 먹음으로써 이 세상에 죽음이 들어왔고, 한 분 더 위대한 인간이 우리를 회복시켜 저 지극히 복된 자리를 되찾아 주실 때까지, 우리는 에덴을 잃고 온갖 재앙 속에서 살아가야 했으니, 하늘의 뮤즈여, 인간의 저 최초의 불순종에 대해 노래하라."

존 밀턴의 「실낙원」

이 책은 1667년 10권으로 출간이 되었다가 1674년 내용을 재구성해서 12권으로 출판되었다.

총 12권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존 밀턴 '실낙원' - 세계기독교 고전 #32

1, 2권에서는

이미 천상의 전쟁에서 폐퇴를 하고 지옥으로 떨어진 악마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천국을 되찾기 위한 회의가 시작되고 하나님이 머지않아 또 다른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것이라는 소문이 사실인지 정탐하기 위해 악마들의 우두머리인 사탄이 선뜻 나서고 지옥문을 열고 나가 그 새로운 세계 앞에 도착하는 내용이다.

1,2권에서의 악마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악마의 모습이 아니라, 신화에서 나올듯한 영웅적인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미카엘 천사에게 폐퇴를 하여 초라한 모습의 존재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만마전을 만들고 폐배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기세등등한 영웅의 모습들로 표현되어 있다.

" 그는 때나 장소에 따라 바뀌지 않는 마음을 지닌 자니라. 마음은 독립적인 곳이어서, 마음 자체 속에서는 옥을 천국으로, 천국을 지옥으로 만들 수 있다. "

'왜 악한 악마와 사탄의 모습을 이리도 영웅적으로 표현했을까?' 이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3, 4권에서는

하나님(신)은 사탄이 새롭게 창조한 신세계를 향해 날아가는 것을 보고 오른 편에 앉아 있던 아들에게 사탄이 인류를 타락시키는 일게 성공하게 될 것임을 예언하고 하나님의 아들은 자기 자신을 인간의 대속물로 드리겠다고 자원한다. 한편 에덴 동산의 넘쳐흐르는 풍성한 모습을 사탄은 보게 되지만, 에덴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 아담과 하와를 보며 더욱 행복한 탄성을 발하지만, 그들을 타락시키고자 한 사탄의 결의를 다시 다진 후, 선악과에 대한 대화를 엿듣고 그것을 미끼로 유혹하겠다는 범죄 계획을 세우고는 그들을 좀 더 알아보기 위해 잠시 그들을 떠난다.

이 부분에서는

사탄의 시선에서 바라본 에덴 동산과 아담, 하와의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이 진짜 낙원이라고 여겼던 바로 그 산도 에덴의 낙원과는 견줄 수 없었다."

"처음 보는 온갖 기이한 생명체들을 보았다."

"에덴 동산의 모든 것들은 지극히 큰 기쁨을 안겨 주는 것들이었다."

"지극히 고귀한 모습"

"고유한 존귀함이 덧입혀져 있어서, 만물의 주 같아 보였는데, 그들의 신성한 얼굴에는 그들을 지은 영광스러운 조물주의 형상, 곧 범접할 수 없는 순전한 진리와 지혜와 거룩함이 빛나고 있고, 아들로서의 소박하면서도 참된 자유를 지니고 있어서, 거기로부터 그들의 참된 권위가 흘러나와, 실제로도 만물의 주라는 지위에 합당해 보이는 두 생명체가 있었다."

"남자는 사려 깊음과 용맹스러움을 위해, 그리고 여자는 부드러움과 달콤하고 매혹적인 우아함을 위해 지음 받았고, 남자는 오직 하나님을 섬기도록, 그리고 여자는 남자 안에서 하나님을 섬기도록 지음 받았다."

등등....

악하디 악한 사탄의 눈에도 "그들의 경이로운 모습에 내가 넋을 빼앗겨서 사랑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을 정도인 것을 보니, 그들을 지은 손길이 그들을 그런 우아한 모습으로 빚어낸 것이 틀림없다." 라 표현하며 사탄의 마음이 녹아내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사탄은 아담과 하와의 첫인상을 세상 모든 것들의 주인인 것처럼 보였다며 결코 천사들의 아름다움에 못지않은 가치와 경이로움을 갖고 있으며 그 모습에서 신의 모습이 보인다고 표현하고 있다.

여러 많은 표현들이 넘쳐난다.

아름답고 풍성하며 은혜로운 이 세상의 모든 단어들이 이 부분에 표현되었다고 나는 말하고 싶다.

나 또한 감화 감동되어 다시 이 부분을 읽고 또 읽었다.

'에덴 동산과 하나님이 지으신 두 인간에 대한 묘사가 어쩜 이리도 은혜로울 수가 있을까'

 

5, 6권에서는

하나님은 인간이 변명할 수 없게 하기 위해, 아담의 순종과 자유로운 상태와 사탄의 존재를 알려주고 사탄이 가까이 있으며 아담이 알아두어야 할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해 경고해 주기 위해 라파엘을 내려보낸다. 라파엘은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하고 사탄이 누구인지 알려주기 위해 사탄이 반란을 일으킨 천국의 전쟁에 대해 말해 준다.

이 부분에서는 재밌었던 건,

사탄이 천국의 땅을 파서 유황을 꺼내 대포를 만들어 선한 천사들에게 쏘고, 천사들은 몸에 구멍이 뻥뻥 뚫리고 ㅋㅋㅋㅋ 당황스러운 천사들은 이에 대항하기 위해, 천국에 있는 산을 뽑고 마구 던지기 시작하고 ㅋㅋㅋㅋ 천국이 아주 그냥 아수라장이 된다.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는 하나님의 아들, 성자의 한 마디에 정리가 되면서 말없이 사탄과 그 무리들에게 진격을 가하자 거대한 틈이 드러나고 혼비백산하여 얼이 빠져 있는 사탄과 그 무리들은 기괴한 광경에 공포심을 느끼고 훨씬 더 공포스러운 것들이 그들을 뒤쫓고 있었기에 그 틈, 그 구멍으로 스스로 떨어지는데 아홉 날 동안 내내 추락한다.

땅을 파고, 유황, 천사들 몸에 구멍이 뚫리고, 산을 던지고 ㅋㅋㅋ

왜 1,2권에서 악마와 사탄의 모습을 영웅적으로 표현했는지 이 부분을 보며 알 것 같았다. 영웅적으로 보였던 사탄과 그 무리들은 하나님의 아들, 성자와 그의 천사들 앞에서 싸움도 못해보고 도망가는 비겁한 모습들이다. 그러기에 더욱 개선한, 승리한 왕이며 상속자이고 주로서 통치권을 수여받으신 성자야말로 다스리기에 지극히 합당하신 분임을 강조하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7, 8권에서는

아담의 요청으로 천지 창조에 대해 라파엘은 설명해 주고 아담이 지음 받은 후 기억하고 있는 일, 하와와 혼인한 얘기를 나누고 라파엘은 굳세고 행복하게 사랑하며 살라고 한다. 하지만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고의 증표는 순종이고 그분의 명령을 반드시 지킬 것과 정욕에 이끌려 판단이 흐려져서 자유의지로 허락되어 있지 않은 일을 행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유념하라 당부하며 라파엘은 떠난다.

이 부분에서는

아담이 하와에 대해 라파엘에게 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담은 하와를 바라보는 것도 만지는 것도 황홀했으며 아름다운 자태와 사랑스러움에 여지없이 무너지지만 하와의 내면과 지성, 피조물을 다스리도록 인간에게 주어진 통치자의 면모도 갖추어지지 않았음에도 그녀의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운 외모 앞에서는 고상한 지식도, 지혜도 권위와 이성도 형편없어 보인다며 라파엘에게 말한다.

라파엘은 하와가 아름답고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며 사랑할 가치가 충분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담이 외모에 이끌리는 지혜롭지 못한 모습을 보이면 하와는 아담의 존중과 사랑을 얻기 위해 또 아담이 하와를 보며 느끼는 외경심을 더 많이 불러일으키게 하려고 더욱 외모를 치장하게 될 것이기에 의로움과 올바름에 입각해서 잘 다스려진 자존감으로 행동하면 하와는 외관을 꾸미는 것보다 내면의 실속을 다지려고 할 것이라며 말한다.

인류로 하여금 생육하고 번성하게 하기 위한 수단인 남녀 간의 접촉 행위가 다른 모든 것을 뛰어넘는 최고의 기쁨이 된다면, 모든 가축, 짐승과 다를 바가 없고, 남녀의 사귐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더 고귀하고 매력적이며 인간답고 이성적인 사랑을 추구해야 하는데 그것은 이성을 토대로 한 지혜로운 것, 생각을 정화해주고 마음을 넓혀 육신의 쾌락에 빠지지 말아야 함을.... 정욕은 옳지 않고, 정욕에는 참된 사랑이 들어 있지 않음을 표현해 주는 부분이다.

남녀의 사랑, 남녀의 접촉 행위 그리고 참된 사랑...

항상 인지해야 하는 부분이기에 더욱 와닿았던 내용이다.

 

9, 10권에서는

노동을 분산하고 따로 일하자는 하와의 제안에 아담은 라파엘이 경고했던 사탄의 유혹을 걱정해 위험하다고 반대했지만, 어쩔 수 없이 동의하고 만다. 잠자던 뱀 속으로 들어간 사탄은 혼자 있는 하와를 유혹하고 열매를 따먹게 되고 아담은 하와를 너무 사랑했기에 타락한 하와와 함께 멸망하기로 결심하고 그 열매를 먹자 자신들의 벌거벗은 것을 가리고자 서로 이견이 생겨 불화하고 논쟁하며 서로를 비난한다. 인간이 범죄 했음이 알려지고 하나님은 범죄자를 심판하기 위해 성자를 내려보내고, 사탄이 인간을 유혹하여 타락시켰다는 자부심을 갖고 의기양양해하는 것을 꺾어놓기 위해 그들을 뱀으로 변하게 한다. 아담은 자신의 타락을 점점 더 자각하고 하와에게 회개와 탄원을 할 것을 권고한다.

이 부분에서는,

사탄의 무리들이 뱀으로 변하여 하와를 유혹할 때 미끼로 사용했던 나무, 열매와 똑같은 모습을 보고서 따먹기 위해 빽빽하게 뒤엉켜 몰려있는 모습들이 나온다. 너무 끔찍해서 상상하기도 싫지만, 읽다 보니 자꾸 그림이 그려진다.

사과같이 탐스럽게 생긴 열매를 따먹지만 달콤한 맛이 아니라 쓰디쓴 재였고, 사탄에게 속아 넘어간 인간은 단 한 번 실수를 저지른 것이지만, 뱀의 무리는 탐스러운 맛있는 열매에 똑같은 방식으로 계속 속아 넘어가고 기만 당한다. 그것이 속임수이고 유혹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자제하지 못하고.... 끔찍하고 무섭다는 말 밖에는 표현이 안된다.

 

 

11, 12권에서는

아담과 하와는 철저하게 낮추고 가장 겸손한 모습으로 회개 기도를 하고 하나님은 기도를 받아들이지만, 미카엘을 통해 낙원에서 떠날 것을 통고하고 죽음과 대홍수, 가인과 아벨, 노아, 모세, 여호수아...의 미래 모습들을 보여 준다. 그리고는 아담과 하와를 낙원 밖에 데려주고 그들은 손을 잡고서 유랑의 길, 외롭고 고독한 길을 떠난다.

 

이렇게 해서 실낙원의 대서사시는 막을 내린다.

밀턴의 '실낙원'의 주제는 타락이다.

신이 인간의 타락을 미리 예견하고도 그렇게 되도록 왜 놔둔 것일까?

왜 신은 알고도 그걸 막지 않았을까?

이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자유의지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된다. 자유의지는 자신의 행동과 의사 결정을 외부적인 요소들에 의한 방해를 받지 않고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신은 인간을 의롭고 바른 존재로 창조했고 타락의 유혹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힘도 주었지만,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주어졌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과 악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그에 따른 상 혹은 벌도 받는 것이다.

 

만약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은 하지 못하고 오직 해야 할 일들만을 하는 것이기에 진실, 충성심, 변함없는 믿음과 사랑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그 어떤 증거로 보여줄 수가 없다. 의지와 이성으로 자유롭게 신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수동적인 필연으로 신을 섬기게 되는 것이 신이 바라는 순종과 기쁨은 아닐 것이다.

이성과 의지는 선택이다.

선택이 없는 것은 자유의지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어떤 것이든 결정할 수 있는 근본적인 자유가 보장이 되는 존재이며 우리 스스로 노력에 의한다.

떠오르는 단어와 말들이 많아 복잡하지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너무나도 잘 알기에,

글로 표현하는 것은 이쯤 해두는 걸로~~~

 

이 책은,

셰익스피어에 견줄 만한 아주 유명한 작품이지만,

기독교 고전이기에 기독교인이 아니면 생소하고 재미도 없기에 많이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신학과 인문학의 전문 번역가이신 '박문재'님의 이름을 보고 기대하고 기다리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 책은 각 권마다 줄거리가 상세하게 잘 정리되어 있고, 주석 설명 또한 쉬울 뿐 아니라, 이해하기 쉽도록 서사시가 아닌 산문의 형태로 되어있어 종교를 떠나서 누구나 수월하게 충분히 완독할 수 있다.

또 한가지 이 책의 쏠쏠한 재미는,

삽화이다.

귀스타브 도레, 윌리엄 블레이크의 정밀하고도 정확한 묘사의 삽화를 보며 한 장 한 장 넘기면 금방이고 마지막 장까지 도달할 수 있다.

단테 '신곡'을 읽을 때 또한 이 두 분의 삽화를 많이 보았기에 글과 삽화로 충분한 상상력을 발휘하며 재밌게 읽어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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