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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 (별책부록 포함) - 7판
Reece 지음 / 피어슨에듀케이션코리아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생명과학을 전공으로 하지는 않지만 요즘 생명과학이 과학 분야에서 가장 핫한 분야라 읽어볼 생각을 하게 됐고 관련 서적을 살펴보다가 가장 유명하다는 캠벨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전공이 아니니 익숙치 않은 전문 용어들이 나올 것을 감안하여 번역판을 사 들었고 먼저 책 전체를 쭈욱 읽어봤는데 내용이 알차고 설명이 잘돼 있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래서 정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번역된 내용을 자세히 읽기 시작하니 내용이 이상한 곳, 즉 번역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의심이 가는 문장들을 자주 만나게 됐고 해서 원서를 구입해 한글판에서 이상하게 읽히는 부분의 원서 부분을 읽어봤습니다. 그랬더니 한글판 번역이 말 그대로 엉망인 곳이 여기 저기 널려 있네요. 이 책이 몇몇 대학교에서 교재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기에, 또 많은 학생들이 번역판을 읽는 것으로 알고 있기에 관심 독자들에게, 그리고 번역하신 번역가들에게 이 책에 번역 오류가 매우 많다는 사실을 알려야겠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면, 13장에 해당하는 234쪽에 '다윈은 자신이 만든 두 가지 추론으로부터 두 가지 관찰을 설명하였다'라고 되어 있으나 해당 내용은 영어 원서에 'He described two observations
from which he drew two inferences' 로 되어 있어 한글 번역에서 앞 뒤가 바뀐 것, 주객이 바뀐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즉, 관찰을 통해 두 가지 추론을 하였다는 이야기를 거꾸로 번역해 놓았습니다. from which를 어떻게 번역하는 지 모르는 사람이 번역한 것 처럼. 고등학교 시험 문제에 나왔으면 빵점을 받을 번역인거죠. 같은 쪽에 '자연선택은 물려줄 수 있는 특징이 증폭되거나 줄어들 수 있다'라고 되어 있는데 원서 내용은 'natural selection can amplify or diminish only heritable traits'로 '자연선택은 유전될 수 있는 특징 만을 증폭시키거나 감쇄시킬 수 있다'정도로 번역 되어야겠죠. 한글 번역 문장은 문장 자체가, 우리 말이 잘못된 문장이지요. 세 쪽을 넘겨 237쪽을 보면 '다윈은 한 생명체 집단이 새로운 집단을 형성하기 위해 어떻게 존재했는지를 보여준 화석이 부족함을 아쉬워했다'고 번역되었는데 원서 내용은 'Darwin lamented the lack of fossils showing how existing groups of organisms gave ris to new groups'로 '당시 생존하던 생명체 군집이 어떻게 새로운 군집이 생겨나도록 했는 지를 보여주는 화석의 부족함을 아쉬어했다' 정도로 해석되어야 하니 번역판 내용이 영 잘못되었죠. existing이란 단어를 해석하려고 '어떻게 존재했는지'라는 문장을 사용한 것 같아 보이는데 전혀 맞지 않는 번역이죠. 다음 쪽 238쪽으로 넘어가면 '척추동물이 모두 배발생 시기에 인두낭이라고 하는 구조처럼 꼬리가 항문까지 뒤쪽으로 나타난다'라고 되어 있어 도무지 무슨 말인지를 알 수 없어서 원서를 보니 'all vertebrate embryos have a tail posterior to the anus, as well as structure called called pharyngeal pouches'라고 되어 있어 '항문 뒤쪽에 위치한 꼬리와 인두낭이라고 불리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내용이고 실제 인두낭과 꼬리는 반대 쪽에 위치하는데 같은 쪽에 있다고 엉터리로 번역이 되어 있습니다. as well as 가 무슨 뜻인지를 모르는 사람이 번역한 것이네요. 240쪽의 '유전자형의 조합 결과로 생기는 표현형은 유전되며 환경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는 원서에는 'The phenotype results from a combination of the genotype, which is inherited, and many environmental influences'로 되어 있어서 표현형은 유전자형과 환경의 조합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내용을 전혀 엉뚱하게 번역해 놓았습니다. 고등학생도 해석할 수 있는 A and B 형태의 문장인데 그 간단한 문장을 제대로 번역하지 못했으니... 241쪽에는 '다세포 생물체의 경우, 생식세포가 만들어질 때 생기는 돌연변이는 자손에 전달되며 개체군의 유전자 변이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되어 있는데 원서에는 'only mutations in cells that produce gametes can be passed to offspring and affect a population's genetic variability'로 되어 있어 생식세포를 만들어내는 세포에 돌연변이가 일어났을 때 그 변형이 후손에게 전달된다는 것을 생식세포가 만들어질 때 돌연변이가 생기는 것이 전달된다고 하여 한글판에서 과학적 사실을 왜곡하는 셈입니다. 아~... 여기에서 그만 하죠. 책 도처에 수없이 널려있지만...
책에 보면 번역하신 분이 모두 10분이라고 되어 있고 교수님, 강사님, 연구원이네요. 생명과학에 입문하는 학생 혹은 교양으로 배우는 학생이 읽는 책에 이렇게 많은 번역 오류로 내용을 왜곡해서는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특히 10분 중 5분이 같은 한 대학의 교수, 강사로 학생을 가르치시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해당 대학교 이름을 위해서도 제대로 된 번역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이미 번역 오류의 불평을 들으셨고 오류를 수정하는 작업을 하고 계실 수도 있겠지만 모쪼록 조속히 오류를 수정하여 어린 학생들이 잘못된 지식을 읽게 되지 않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