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세계를 읽다, 터키 세계를 읽다
아른 바이락타롤루 지음, 정해영 옮김 / 가지출판사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6년 전 이맘때 터키를 갔었다. 지금껏 3번을 가 보았지만 또 가고 싶은 나라 터키.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이 잠잠해지면 다시 방문해 볼 수 있을까? 천혜의 자연과 유서 깊은 사적지의 아름다움에 매료됨은 물론이거니와, 인연을 맺게 된 인심 가득한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터키어 책과 사전을 구입하여 홀로 터키어를 배우기도 했다. 내 삶의 한 부분에 터키가 자리한 느낌이다.


서점에 가면 각국 여행을 위한 책들이 많이 있는데, 그 주제는 대개 유명 관광지 안내, 유적지와 관련한 역사 소개, 그리고 여행을 위한 기초 회화를 다룬 책들이 주를 이룬다. 터키 여행을 위한 도서들의 주제 또한 거의 그와 같은 범주에 있다. 그렇게 나는 터키 여행을 앞두고 현지의 명승지와 사적지에 대해 빠삭하게 조사하는 한편, 생존 언어로 기초 터키어 회화를 탑재하여 무장을 하면 여행을 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나는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복병을 만났다.


양 볼을 맞대는 인사, 도시와 마을 어느 곳이든 펼쳐진 터키 국기, 어느 교실이든 칠판 위에 걸린 한 사람의 그림 액자, 일정 시간에 동네방네 확성기로 울려 퍼지는 이슬람 기도 소리, 파란 눈 모양의 구슬 선물, “쯧” 하며 혀를 차는 행위, 손가락을 모으는 동작 등등, 나는 우리나라와 다른 그들의 고유한 문화와 맞닥뜨렸을 때 ‘뭐지?’ 라며 충격을 경험했다.


언젠가 나는 터키인 가정에 초대되어 대접을 받게 되었고, 함께 저녁을 먹게 되었다. 응접실 한 쪽 직사각형의 탁자에 여러 음식들이 올라왔는데, 그분들은 내가 좀 거들어 도우려는 것을 극구 사양하였다. 그러곤 나는 어디에 앉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분들은 직사각형의 탁자에서 길이가 짧은 면에 의자를 놓고 나를 거기에 앉도록 안내했다. 게다가 거기는 방의 맨 구석 자리였다. ‘뭐지?’ 나는 당연히 탁자의 넓은 면에서 어느 한 자리에 앉을 줄 알고 서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리고 탁자의 넓은 면에 앉은 그분들은 나의 오른쪽에는 가정의 가장인 아버님이, 나의 왼쪽에는 그 자녀들이, 그리고 아버님의 오른쪽에는 그 부인인 어머님이 앉았다.


음식 맛은 유명 레스토랑의 수석 요리사 뺨칠 정도로 일품이었다. 음식 종류도 다양해서 나는 혹시 어머님이 요리사는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그 분들은 나에게 어찌나 음식을 계속 권하던지, 내색은 안 했지만 차마 사양하기도 어려워서, 마치 먹은 음식이 목까지 차올라 배가 터질 느낌이었다. 내 평생에 그런 융숭한 대접은 다시 또 있을까?


그러나 탁자의 폭이 좁은 면에 그것도 방구석에 내가 위치했다는 사실은 영 마음에 걸렸다. 탁자 넒은 면에 앉을 수 있는 남은 공간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나는 여행을 마치고 나서도 늘 이 부분을 회상하며 곱씹었다. ‘왜 그분들은 굳이 나를 거기에 앉게 했을까?’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그분들이 왜 그렇게 했는지 알게 되었다.


상석은 문에서 가장 먼 쪽의 자리라는 것이다. 터키인은 귀한 손님을 응대할 때 문에서 가장 먼 쪽에 앉도록 하는 것이 그들이 베풀 수 있는 최고의 예우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때 그분들은 나를 방의 한 구석, 즉 응접실 문에서 가장 먼 쪽에 자리하도록 안내하였다. 그리고 그 자리는 탁자의 폭이 좁은 면으로 오직 한 사람만이 앉을 수 있는데, 그분들은 나를 그 자리에 앉힘으로써 나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예우를 베푼 것이었다. 그제야 비로소 나는 나를 대접해 준 그분들의 마음과 정성이 어떠한지 이해할 수 있었다.


『세계를 읽다 터키』(Arın Bayraktaroğlu 지음, 정해영 옮김, 2014)는 터키인의 문화와 관련한 내용을 담은 번역서이다. 터키에 가려는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문화 충격을 완화한다는 의미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책의 원서 제목은 『Culture Shock! Turkey』(2009, 개정4판)이다. 저자는 영국인으로 소개되어 있는데, 이름이 터키식인 것으로 보아 터키와 대단히 관련이 깊은 인물임을 알 수 있다. 저자 파일을 보면, 그는 터키어와 터키 문화에 대한 논문과 도서 여러 편을 펴냈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강사와 조교수 및 캠브리지 어학원 원장을 지냈다. 아울러 그는 『Bir Türk ailesinin öyküsü(터키 가족의 단상)』을 번역(『Portrait of a Turkish Family』)하고, 그의 남편 시난(Sinan Bayraktaroğlu)과 함께 『Colloquial Turkish(구어체 터키어)』를 펴내기도 하였다.


그는 터키어와 터키의 문화를 전공한 전문 학자라는 점에서, 『세계를 읽다 터키』는 권위 있는 도서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전문 학자들만을 위하여 딱딱하게 서술된 것이 아니라서 중학생들도 충분히 소화할 정도로 어렵지 않게 기술되었고, 번역도 그만큼 깔끔하다. 또한 영문 도서의 번역서라고 해서 영국인 또는 미국인 중심의 내용이 아니라, 마치 오늘날의 한국인이 중심인 것처럼 편집된 것이 특징이다. 즉 원서가 출간된 2009년 이후 적어도 번역서가 출판된 2014년까지 변화된 터키 사회가 반영된 한편, 한국인의 터키 방문을 위한 입국 수속, 터키에서의 취업, 터키에서의 자녀 교육 등의 정보가 터키를 방문하려는 우리나라 사람의 시각과 현실에 맞게 내용이 수정되었다는 점이다. 현재 7년 정도가 지난 2021년이니 개정판을 기대해 본다.


나는 터키를 방문하거나 여행하거나 거주할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읽어 볼만한 소장 가치가 있는 도서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읽었으니 다시 터키를 여행한다면 터키인들의 언행에 담긴 의미를 좀 더 이해하며 그들과 더욱 소통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흥분된 느낌이다. 다른 “세계를 읽다” 출판물도 있는데 인도, 일본, 베트남, 타이완, 프랑스, 핀란드, 호주, 이탈리아, 두바이 등의 문화를 소개한 것이다. 이것들도 읽어보고 코로나 시국이 풀리면 각 국가·도시들을 방문하여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며 여행하고 싶다.


2021. 12. 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