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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운명 1 ㅣ 창비세계문학 98
바실리 그로스만 지음, 최선 옮김 / 창비 / 2024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삶과 운명. 수용소에 갇힌 모스꼽또이의 이야기입니다. 그곳에선 수많은 인간들이 있으나 그들의 삶과 운명은 통일됩니다. 앞서 작가가 인간들은 제각각의 존재이며 심지어 꽃들조차도 제각각의 존재라 설명한 것과 대조되는 부분입니다. 수용소에선 죽음조차 익숙해지는 것, 그것이 일상으로서 나타나는 것, 수용소라 권위적인 것이 아닌 유머 등으로 은밀히 내포되는 것들이 공포스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이어 소설은 끄리모프, 베료즈낀과 같은 스딸린그라드의 인물들을 비춥니다. 전쟁이라고 하여 일리아스 같은 장엄함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인물들이 느껴졌습니다. 끄리모프의 이야기에 나오는 조그만 바이올린에 대대 병사들, 장군들이 귀를 기울이는 것, 그것이 바흐나 모차르트보다 우리 마음에 와 닿는 다라 말한 것이 전쟁 속에서도 우리 인간은 존재하는구나 느껴져 눈물이 나더군요. 어쩐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권도 조금 생각이 났습니다.
어머니의 편지 부분에선 눈시울이 붉어지더군요... 유대인 혐오에 관한 광기가 소름돋았습니다. 죽어가는 사람들, 거기서의 친절과 악행들이 느껴졌습니다. 환자들이 주고간 선물들 중에서 양파 한 뿌리가 보이더군요. 어쩐지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 떠오른 대목이었습니다. 조그만 선의를 통한 구원이었나요? 여기선 그런 선의를 통해 인간성을, 나 자신을 회복하는 모습이 신기하더군요. 운명은 모두 똑같을지언정 삶은 모두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점이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더 쓰고 싶은 이야기도 많으나, 흔히 스포일러라 부르는 그런 종류로서 재미를 반감시킬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글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